6月: 군자는 근본에 힘쓰니, 도가 거기에서 생겨난다.

君子務本 本立而道生(군자무본, 본립이도생)

'여보, 난 올해에는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어.'


이 말이 비극의 시작이 될 줄은 전혀 몰랐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저만 몰랐었습니다. 주변에서 다 말렸었거든요. 이 말은 작년 시작할 때 아내에게 했던 말입니다. 인간관계에 관한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한없이 민망하고 부끄럽지만 이 또한 제 삶의 일부이기에 독자님들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이 세상에 안 힘든 직장은 없습니다. 같은 직장 안에서라도 안 힘든 일이 없습니다. 하지만 '저기는 절대로 가면 안돼'하는 자리는 분명히 있습니다. 제가 갈려고 했던 자리가 바로 그 자리였습니다. '생활안전부장'이라는 자리인데, 요즘 뉴스에 가끔씩 이슈가 되는 학교폭력 및 생활교육, 안전교육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자리입니다. 저는 초임시절부터 아이들의 생활교육, 피해회복, 상처회복에 관심이 많았었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한 번은 '생활안전부장'을 하면서 어려움에 놓인 학생들이 학교에서 잘 지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작년에 그 자리가 딱맞게 비어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저로서는 기회이다 싶었지만 전교생 1,000명이 넘는 학교의 생활안전부장이라 '저기는 절대로 가면 안돼'하는 각종 애로사항이 많은 자리이기도 하였습니다.

다른 사람들을 돕고자 하는 마음이 충만한 그때 저는 정말 중요한 것 하나를 놓치고 있었습니다. 제가 그렇게 마음 먹었던 해는 바로 사랑스러운 둘째가 태어나는 해이기도 하였던 것이었습니다. 주변에서, 자녀 두 명 육아는 자녀 한 명을 육아하는 것보다 '2배'가 아니라 최소 '3배, 4배'는 힘들다는 말을 많이 들어왔었지만 아직 둘째가 태어나기 전이니 실감이 나지 않았었습니다. 회사 일과 육아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것도 가능하다 싶었었습니다. 하지만 이 자신감은 바로 근거 없는 자신감이었다는 것을 깨달은 건 채 반 년도 안되었습니다. 아이들의 바람직한 관계 형성, 피해 회복, 상처 회복 그리고 묵묵히 버티고 계시는 담임선생님들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였고 뿌듯한 적도 많이 있었지만 이상과 너무 달랐던 현실이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무조건 법으로 해결하기를 원하는 학부모님들, 자기 이야기를 저녁 늦게까지 끊지 않고 이야기하시는 학부모님들을 만나고 나면 영혼이 탈탈 털리기 일쑤였고 자신감 있었던 그 모습은 온데간데도 없었습니다. 매일 늘어나는 술병, 뱃살, 축 처진 턱, 초점 잃은 눈동자뿐이었습니다.

제 자신도 못 챙기는 마당에 가족들이 제대로 눈에 보일리도 없었지요. 제가 다른 사람을 멋지게 도와주고자 하는 포부와는 점점 멀어진 채 현실의 씁쓸한 파도 속에서 허덕이고 있을 때, 아내, 첫째, 둘째는 크게 내색을 하지 않았지만 점점 쓰러져 가는 가장을 지켜보며 우리 가정이 사라지지 않기 위해 온 힘을 다해 버텨내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이 다가와서 둘러보니 저희 가족은 정말 피폐함 그 자체였습니다. 덕분이라고 말하는 것이 좋을까요. 덕분에, 인생에서 너무나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가족이 무너지면 모든 것이 무너진다.'
'아무리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는 것이 이 세상의 이치 중에 하나고 멋진 자세일지라도 바로 옆에 있는 사람들도 제대로 못 도와주면서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우리 가족부터 먼저 챙기자!'

그렇게 저는 육아휴직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희 가족의 의기투합을 위해 '제주도 한 달 살이'라는 어마어마한 프로젝트를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올해 6월에는 제주도 한 달 살이 프로젝트를 무사히 잘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물론 우여곡절도 많았었지만 제 삶을 마무리할 때 가장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려보면 단연코 이 프로젝트가 1등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번 6월 편의 주제가 가족인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지요. 돌이켜보면, 2년 전 6월에도 첫째와 단 둘이서 제주도 여행을 떠나서 부자지간 돈독한 정을 쌓았던 기억이 납니다.

독자님들에게 가족은 어떤 존재인가요? 가족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정말 중요합니다. 일반적으로 가족은 '나'라는 존재가 세상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첫 번째 사회이자 더 넓은 세상을 만나기 위한 출발점입니다. 또 더 넓은 세상에서 힘들고 지칠 때 언제든지 돌아갈 수 있는 따뜻한 보금자리 같은 곳이기도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족이 안정되어 있어야 하고 가족 자체가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해야 합니다. 심리학자 또는 의사들이 내담자들의 심리적 트라우마의 원인을 가족에서 찾기도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입니다. 또한 가족이 평소 어떤 말을 하고 어떤 음식을 먹으며 어떤 분위기를 갖고 있는지가 가족 구성원들의 삶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는 여러 사례도 이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족이라는 공동체를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노력은 아찔한 줄타기와도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으로 깨달은 바로는, 3년 빠짝 가족 위해서 노력했으니 이제는 또 다른 세상을 위해서 노력하자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줄타기처럼 항상 바로 내 옆에 있는 가족을 챙김과 동시에 또 다른 세상을 위해서 노력해야 합니다. 가족이 항상 건강하게 바로 서 있어야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습니다. 저도 다행히 나머지 3명의 가족 구성원이 아찔한 줄타기를 버텨 주었기에 지금의 제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 유교의 말씀이 있습니다. 이는 또다른 유교 경전인 대학에서 나온 말입니다. '개인의 수양이 가정의 화목으로 이어지고, 가정이 바르게 서야 나라가 안정되며, 나아가 천하가 평화로워진다.'는 뜻입니다. 그만큼 가정의 화목을 중요하게 생각했지요.

'가족이 중요'하다는 것과 관련한 논어 구절을 찾아보았습니다. 논어에서는 가족에서의 덕목으로 '효'와 '제'를 강조하고 있어서 오늘 드릴 말씀과는 조금은 동떨어집니다. 그래서 또다른 논어 구절을 찾아보았습니다. '君子務本 本立而道生(군자무본, 본립이도생)'-'군자는 근본에 힘쓰니, 근본이 확립되면 도가 거기에서 생겨난다'는 뜻입니다. 여기에서의 근본을 저는 가족이라고 해석하고 싶습니다. 가족이 튼튼해야 이 세상을 잘 살아갈 수가 있겠지요. 모든 사회 생활, 인간관계의 기초가 바로 가족이라는 점. 가족이 건강해야 더 나아가 올바른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점. 독자님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오늘도 어린이집을 가는 두 아이와 한 바탕 씨름을 하며 등원을 시켰습니다. 그럼에도 우리 가족이 행복하게 미소짓고 여유롭게 생활을 하는 모습을 보면 그 어느때 보다도 가슴이 뿌듯해집니다.


※ 오늘의 인간관계 방정식: 모든 인간관계의 기본은 가족에서 시작한다. 가족을 소중하게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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