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月: 스승이 강가에서 말씀하셨다.

子在川上曰: 逝者如斯夫, 不舍晝夜.(자재천상왈: 서자여사부, 불사주야.)

by 밥상쌤의 진수성찬

독자님들에게는 혹시 변하지 않는, 영원한 것을 가지고 계신지요? 혹시 영원한 것을 가지고 계신다면 댓글로 알려주신다면 너무나 감사드리겠습니다.

저는 여태껏 영원한 것을 가져본 적이 없습니다. 우선 저 하나만 봤을 때에도, 어제의 저와 오늘의 저뿐만 아니라 이 글을 쓰기 전의 저와 이 글을 쓰고 난 후의 저도 달라짐을 느낍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인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지금 제 옆에 사랑스러운 아내, 두 아이가 있지만 이들 사이의 관계도 끊임없이 미묘하게 달라지더라고요. 단순히 관계가 좋아졌다, 안좋아졌다의 느낌은 아닙니다. 가령 아내와의 사랑이 연애할 때는 뜨거운 불 같은 사랑이었다면 지금은 점점 따뜻한 사랑으로 변해가는 느낌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당연히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가 멀어졌다가 가까워지는 것도 포함됩니다. 독자님들께서 더 잘 아시겠지만 분명 예전에는 가까웠던 친구였는데 지금은 연락도 잘 안되는 데면데면한 관계가 되는 경우도 있고, 저 사람이랑은 내가 별로 만날 일이 없을 것 같은데도 어느새 보면 매일 연락하는 절친이 되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는 수능 재수를 할 때 이런 관계의 변화를 처음 느꼈었습니다. 그 전까지는 부모님 밑에서 온실 속의 화초처럼 공부만 하며 자라느라 인간에 대한 공부를 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재수를 시작하며 부모님과 독립하여 공부하다보니 인간에 대한 공부도 함께한 셈이지요. 아는 사람 없이 홀로 재수 학원에 다녔던 저는 가뜩이나 의지할 사람이 없어서 외로웠었는데, 저와 비슷한 처지에 있던 한 친구와 친하게 지내게 되었습니다. 서로 의지하면서 두어달을 보내던 5월 어느날이었습니다. 재수 학원에도 반이 있웠는데 그 반을 담당하던 담임선생님도 계셨습니다. 담임선생님은 재수생들의 사기 진작 차원에서 재수생끼리 돌아가면서 장기자랑을 시켰었습니다.

그당시에는 MBTI가 유행하진 않았지만 지금 유행하는 MBTI로 치면 극I에 극J였던 저는 수능보다도 장기자랑이 더 고민이어서 한 달 전부터 이래저래 찾아보고 이것도 공부려니 하고 열심히 연습했습니다. 두어달이 지나니 드디어 제 차례가 되었습니다. 장기자랑으로, 그 당시 유행하던 노래를 따라 불렀었는데 마침 관객들의 입맛에 맞았나봅니다. 순식간에 다른 친구들의 눈에 띄는 친구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그 친구는 그 뒤부터 저와 말을 안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제 목소리를 못들었나 싶어 이름을 계속 불렀지만 그뒤로는 아는 척도 하지 않았습니다. 순간 제가 무슨 잘못을 했나 싶었는데 아무리 기억을 돌이켜봐도 그런 적이 전혀 없었습니다. 그뒤로 그 친구가 왜 저와 인연을 끊었는지 얘기를 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십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그 이유를 모르고 살고 있습니다. 다만 하나는 깨달았지요. '모든 인간관계는 변화한다.'

이런 인간관계는 대학교 이후에도 계속 느끼며 살고 있습니다. 대학교 때 기숙사에서 4년동안 동고동락하던 동기들이 있습니다. 조금만 마음이 바뀌어도 바로 알아챌 정도로 친했던 친구들이지요. 그런데 각지로 떠나 직장을 잡고 결혼을 하고 각자의 가정에 충실해지는 친구들이 하나 둘씩 생기면서(저 포함) 그 관계가 예전 같지는 않습니다. 역시나 관계가 좋고 나쁨의 문제라기보다는 변화의 문제지요. 이 친구들과의 관계에서는 처음에 조금 혼란스러웠습니다. 우리 가족도 소중하지만 이 친구들도 정말 친했었기에, 남몰래 저혼자 집착도 해보았지만 결국 돌아오는 건 제 마음 속 상처뿐이었지요. 그래서 또 한 번 느끼고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모든 인간관계는 변화한다.'

앞으로 받아들이고 싶진 않지만 이러한 감정을 또 느낄 기회가 오겠지요. 지금은 토끼 같은 두 아이랑 정말 잘 지내고 있지만 이 아이들이 자라면서 사춘기가 오면 지금의 관계와는 달라질 것입니다. 또 성인이 되어 독립하게 되면 또 관계가 다르게 되겠지요. 그래도 그 관계가 나빠지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것이기에 또 그러려니하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되겠지요.

우리의 독자님들은 이미 이 사실을 알고 계실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다시 한 번 더 말씀드려 봅니다. 모든 인간관계는 변화한다는 사실을요. 논어에서는 이와 관련한 직접적인 구절은 없습니다. 그래도 관련된 것이 있나 찾아보니 다음과 같습니다.

子在川上曰:「逝者如斯夫,不舍晝夜.」(자재천상왈, 서자여사부, 불사주야.)
“스승이 강가에 서서 말씀하셨다. 가버리는 것이 이와 같구나. 밤낮으로 쉬지 않는구나.”


※ 오늘의 인간관계 방정식: 모든 인간관계는 변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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