孝弟也者, 其爲仁之本與.(효제야자, 기위인지본여.)
11월은 유난히 시험이 많았던 달입니다. 수능, 재수 그리고 임용고시까지… 그 시절의 11월을 떠올리면 늘 '부모님'이라는 단어가 함께 떠오릅니다. 수능 전날 더 편한 곳에서 자라며 당신의 따뜻한 자리를 내어주시던 부모님, 머나먼 곳에서 재수 학원에 다닐 때 출장차 오셨다며 말없이 건네주시던 몇 권의 책들, 임용고시 다음날 역시 머나먼 곳까지 찾아오셔서 수고했다며 사주시던 삼겹살… 아직도 그 장면들이 제 마음 속 한 켠에 따뜻하게 남아있습니다.
본 연재글 6월 편이 아내와 자녀 중심의 가족 이야기였다면 이번 11월 편은 부모님 중심의 가족 이야기입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인간관계의 기초를 부모에게서 배웁니다. 심리학자 존 볼비는 이를 '애착이론'이라 불렀습니다. 그에 따르면 유년 시절 부모와의 관계에서 형성된 정서적 안정감은 평생 인간관계의 기본 패턴이 된다고 합니다. 부모의 따뜻한 눈빛은 ‘나는 사랑받을 만한 존재’라는 신호가 되고, 지나친 간섭이나 비난은 ‘사람은 위험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각인됩니다.
저 역시도 부모님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자랐습니다. 늘 응원을 받으며 자라기도 하였지만 때로는 그런 응원이 간섭과 압박으로 느껴질 때도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마음이 습관처럼 따라다녔습니다. 누군가가 부탁하면 거절하지 못하고 칭찬 한마디에 과하게 노력하던 제 모습은 바로 부모님께 잘 보이고 싶어하던 그 아들의 모습이었던 것입니다. 그 당시 저는 이런 제 자신이 너무도 싫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저를 길러주신 부모님을 원망하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저에게도 자녀가 생겨보니 깨닫게 됩니다. 부모님도 완벽한 존재가 아니었다는 것을요. 그들도 누군가의 자식이었고 누군가의 기대 속에서 버티던 사람들이었다는 것을요. 그 사실을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관계의 결이 부드러워졌습니다. 그리고 제 자녀들에게도 그런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조금씩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어릴 때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도 저에게 깨달음을 주시는 부모님은 제 인생에서 가장 오래된 인간관계 교과서입니다.
심리학자 에릭 에릭슨은 인간의 성숙을 ‘관계를 재정의하는 과정’이라 말했습니다. 저도 부모님을 통해 사랑, 섭섭함, 용서를 배우면서 조금씩 ‘사람을 대하는 법’을 배워 오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사랑과 동시에 압박감을 느꼈었고 또 한 때는 부모님으로부터 섭섭함과 원망을 느끼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비로소 저는 부모님을 용서로 대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저에게 있어서 부모님은 침대, 책, 삼겹살로 드러나는 따스한 감성만이 남아있습니다.
공자는 『논어』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子曰: 「孝弟也者, 其爲仁之本與.」(자왈: 효제야자, 기위인지본여.)
“효도와 우애는 사람다움(仁)의 근본이다.”
부모와의 관계는 단순한 효도의 문제가 아니라 세상 모든 인간관계의 출발점입니다. 사람을 대하는 온도, 말의 결, 시선의 따뜻함은 대부분 부모님과의 관계로부터 자라납니다. 혹여 지금 부모님과의 관계가 마음에 들지 않는 독자님들께서는 '관계를 재정의하는 과정이 성숙'이라는 에릭슨의 말처럼 부모님과의 관계를 멋지게 재정의하시면서 이 세상의 인간관계도 더 멋지게 맺으시기를 바라봅니다.
※ 오늘의 인간관계 방정식: 부모와의 관계가 세상 모든 인간관계의 출발점이다. 부모님과 멋진 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하자. 이를 통해서 이 세상에서도 인간관계를 멋지게 맺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