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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목란 바라기 Jun 14. 2022

상하이 PCR 검사, 한 여름 밤의 악몽

상해는 락다운이 풀렸지만, 대중교통을 타거나, 공공시설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72시간 PCR 검사 증명서를 떼야 한다. 내가 사는 단지에서는 하루에 2시간 PCR 검사를 실시 하는데, 어제는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문을 열었다. 단지 가운데 공원에 마련된 PCR 검사소에는 7시부터 사람들이 줄을 섰다. 줄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공원 바깥을 나와 아파트 여러 동을 지나 단지 북서쪽 끝까지 다다랐다. PCR 검사 결과는 대략 10시간 이상이 지나야 나오기 때문에, 오늘 저녁에 검사를 받지 않으면 내일 아침 출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줄은 매우 천천히 줄어들었다. 가끔씩 단지 안에서 거주민 전원을 대상으로 PCR 검사를 했을 때와는 천양지차였다. 두 시간 후 PCR 검사소가 마련된 공원 안으로 겨우 들어갔다. 그런데 앞이 웅성웅성거리기 시작했다. 2시간의 검사 시간이 끝났다면서, 요원들이 철수하기 시작했다. 검사 연장을 하라고 항의를 했지만 소용없었다. 두 시간 동안 기다린 것이 수포로 돌아갔다. 아직 PCR 검사를 받지 못한 주민들이 발을 동동 굴렀다. 검사를 받지 못하면 내일 출근에 지장이 생기기 때문이다. 


검사 요원들은 업무 시간이 끝났기 때문에 내 알 바가 아니라는 태도를 보였다. 알고보니 검사 요원들은 정부 소속이 아니라 하청을 받은 알바생들이었으며, 고작 단 두 명만 배치되었다. 두 시간 안에 검사를 완료한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 그렇다면 적어도 검사 시간을 연장해야 하는 거 아닌가? 도대체 상해시 방역당국은 뇌가 있는 걸까? 


우리는 시키는대로만 한다. 이에 따른 피해는 개인이 진다. 전형적인 중국식 관료제의 폐해다. 


앱으로 24시간 PCR 검사하는 곳을 검색해보니, 가장 가까운 검사소는 걸어서 30분 떨어진 곳에 있었다. 자전거를 타고 그곳으로 향했다. 비가 주르륵 내리기 시작했다. 아차 우산을 챙기지 않았다. 반팔만 입어서 한기가 올라왔다. 자칫 감기에 걸릴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들었지만, 재빨리 검사를 받고 돌아오면 된다고 생각했다.


10시 반, PCR 검사소에 도착했다. 빌어먹을 그곳에서도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빗 속에서 삼십 분을 기다렸다. 검사소 대문이 보였다. 앞으로 삼십 분만 더 기다리면 PCR 검사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근처를 순찰하는 보안 요원들이 큰 소리로 외치기 시작했다.


“11시부터 소독을 실시 하니 12시에 다시 오시오!!!”


30분 동안 빗 속에서 기다린 것이 또!!! 물거품이 되었다. 나는 다시 자전거를 타고 집에 돌아왔다. 빗속에서 한 시간을 기다렸다가는 정말로 감기에 걸릴 것 같았다. 맞은 편에 노란 족욕집 간판이 잠시 쉬고 가라고 유혹했다. 하지만 비가 거세지면 검사받은 뒤에도 길거리에서 하염없이 하늘만 보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대 코로나 시대가 아닌가. 감기에 걸려 열이 나면 자칫 격리 수용소로 끌려갈 수도 있다. 아직 빗줄기가 약할 때 집에 돌아가서 긴 팔 옷을 입고 우산을 챙겨서 나오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집에 돌아와서 휴식을 취한 뒤 다시 검사소로 갔다. 삼십 분 기다린 뒤 검사를 받았다. 검사를 받고 집에 돌아오자 시간은 이미 밤 1시를 가리켰다. PCR 검사 하나 때문에 밖에서 6시간을 헤맸다. 이게 도대체 무슨 난리냐. 그래서 자기 전에 창문을 열고 중국어로 크게 외쳤다. 


"습근평~~~!!! 이 병신 새끼야!!~!!!"


그리고 이 글을 쓰는 아침 9시 PCR 검사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아마 점심에는 나오겠지. 안 그러면 오늘 비자 연장 신청 못하는데…  


정말이지 공산당이 싫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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