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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목란 바라기 Aug 06. 2022

3화 : 장의의 외교, 진나라 천하제패의 서막



동방제후국들, 즉 연燕, 조趙, 한韓, 위魏, 제齊, 초楚나라가 함께 진秦나라를 공격하자는 합종의 맹약은 흔들렸다. 진나라가 철통같이 함곡관函谷關을 방어했을 뿐 아니라 동방 제후국들도 서로를 믿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를 간파한 장의張儀는 동방 제후국의 군주들을 설득해서 각자 진나라와 연횡 동맹을 맺게 만들었다. 


장의가 첫번째로 노린 연횡대상은 바로 위나라였다. 중원의 중앙에 위치했기 때문에 위나라는 늘 전쟁에 시달렸다. 게다가 동방 제후국들과의 반진합종동맹이 실효가 없다는 것이 드러난 지금, 진나라가 침공해오면 다른 동맹국들이 원군을 보내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다. 이에 위나라는 진나라와 동맹을 맺었다.


위나라와 동맹을 맺는데 성공한 장의는 이 기세를 몰아 한나라를 침공하고, 명목만 유지하고 있던 주周나라로 들어가 천자를 확보한다면 천하가 진나라에게 복종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훗날 삼국시대 조조曹操는 이 계책을 활용하여 중원을 장악하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이 계책은 사마조司馬錯의 반대에 부딪혀 수포로 돌아간다. 왜냐하면 장의의 계책은 진나라가 천자를 겁박했다는 악명을 천하에 휘날리게 만들고, 동방제후국들이 다시 합종하여 진나라를 공격하는 계기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사마조는 파촉巴蜀을 점령해 부국강병을 노리는 편이 낫다고 역설한다. 진혜문왕秦惠文王은 사마조의 제안을 받아들여 파촉을 공략했다. 그 이후 진나라는 국력이 날로 강해져서, 다른 제후국들을 가벼이 볼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진나라가 안정적으로 부강해지는 동안, 동방에서 가장 강력한 제나라는 내란에 빠진 연나라를 침공했다가 물을 먹고 국력만 낭비했다. 


당시 연나라 상相 자지子之는 연나라의 정권을 잡기 위해 소진蘇秦의 동생 소대蘇代와 사돈관계를 맺었다. 제나라에 사신으로 갔다가 돌아온 소대는 연왕 자쾌子噲에게 보고를 올리는 자리에서 연나라가 패업을 이루려면, 요堯임금이 순舜임금에게 선양한 것 처럼, 왕위를 자식이 아니라 훌륭한 신하에게 양도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자쾌는 자지에게 연왕의 자리를 넘겨주었다.


오늘날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지만, 고대 중국에서는 유능한 이가 황제가 된다는 선양 사상은 세상을 풍미했으며, 전한말 왕망, 후한말 조조가 제위를 찬탈한 근거도 바로 여기에서 비롯하었다. 


하지만 자지가 연왕이 되자 연나라는 더욱 어지러워졌다. 자지가 연왕의 자리에 오른 지 삼 년 만에 연나라 장군 시피市被와 태자 평平이 반란을 일으켰다. 제나라는 태자 평을 뒤에서 부추겼다. 


내란이 벌어진 지 수 개월 후 사상자는 수 만을 넘었다. 그리고 연나라의 국세가 기우는 것을 호시탐탐 노리던 제나라는 침공했다. 내란에 지친 연나라의 사졸들은 성문을 열고 항복했다. 연왕 자쾌와 자지는 제나라 군대에 의해 살해당했다. 그러자 천하의 제후들이 힘을 합쳐 연나라를 구할 것이라는 첩보가 들어왔다. 


이에 제선왕齊宣王은 맹자孟子에게 대책을 물었다. 맹자는 제선왕에게 내란을 진정시킨다는 명분으로 연나라를 점령했으니, 연나라가 안정된 지금, 연나라 사람들과 상의해서 새로운 임금을 세우고, 제나라 군대는 철수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제선왕은 듣지 않았다. 결국 연나라 사람들은 제나라에 반란을 일으켰고, 제나라 군대는 연나라에서 퇴각했다. 


이러한 제나라의 삽질을 목도한 진나라는 제나라를 공격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제나라와 초나라가 친한 사이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이에 장의를 초나라에 사신을 보냈다.


장의는 초왕에게 제나라와의 동맹을 파기하면 상어商於의 땅 600리를 넘겨주고, 진나라 왕실의 여자를 후궁으로 보내겠다고 제안했다. 초왕은 이를 기쁘게 받아들였고, 많은 신하들은 축하를 올렸다. 그런데 진진陳軫이라는 신하가 조의를 올리며 반대했다.


“진나라가 초나라를 중시하는 까닭은 제나라 때문입니다. 제나라와의 동맹을 파기하면 상어의 땅 600리를 넘겨주지 않을 것이며, 초나라는 제나라와 진나라라는 두 강대국과 동시에 싸워야 하는 처지가 됩니다. 그러니 겉으로 장의의 제안을 수락하는 척 하시고, 상어의 땅 600리를 확보한 뒤에 비로소 제나라와의 동맹을 파기하는 것을 고려해야 합니다.”


하지만 초왕은 진진의 말을 듣지 않았다. 초나라는 진진의 말대로 제나라와 진나라에게 협공을 받기 시작했다. 이에 초왕은 진나라에 사신을 보내 상어의 땅 600리를 달라고 요구하였다. 그러자 장의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대는 땅을 받지 않았소? 여기에서 저기까지 6리의 땅 말이외다.”


초왕은 분노했다. 그리고 바로 군사를 일으켜 진나라로 쳐들어 가려고 했다. 하지만 진진은 초왕을 만류하면서 말했다.


“차라리 진나라에게 군 하나를 뇌물로 주어 함께 제나라를 공격하자고 요청하는 편이 낫습니다. 비록 진나라에게 땅을 빼앗긴다고 하더라도 제나라로부터 그에 대한 보상을 받아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초왕은 이번에도 진진의 말을 듣지 않았다. 


진나라 군대는 초나라의 단양으로 쳐들어 왔다. 초나라 군대는 대패하였다. 진나라는 초나라의 한중군을 접수했다. 이에 초왕은 전국의 병력을 모아 진나라의 심장 부근 남전까지 진격하였으나, 다시 패배하였다. 한편, 이 소식을 들은 위나라와 한나라는 초나라 남양군을 습격하였다. 이에 초나라는 어쩔 수 없이 성 두 개를 진나라에게 내주고 화의를 요청하였다.  



진혜문왕은 초회왕楚懷王에게 무관 바깥의 땅, 즉 지난 전쟁에서 점령한 단양과 상어의 땅과 검중黔中을 바꾸자고 제안하였다. 이에 초회왕은 땅을 교환하느니 차라리 자신을 속인 장의를 넘겨주면 검중을 헌상하겠다고 하였다.


이 이야기를 들은 장의는 초나라로 가겠다고 자원했다. 진혜문왕은 장의가 초나라에서 봉변을 당할까 걱정하였다. 하지만 장의는 진나라는 강하고 초나라는 약할 뿐 아니라, 초회왕은 총신 근상靳尚과 애첩 정수鄭袖의 말이라면 무조건 듣기 때문에 걱정하지 말라고 하였다.


초나라에 도착한 장의는 바로 옥에 갇혔고, 사형이 집행되기만을 기다리는 신세가 되었다. 그러자 근상은 정수에게 말했다. 


“진왕은 장의를 매우 총애하기 때문에 상용 지방의 여섯 현과 미녀를 보내어 구명할 것입니다. 초왕께서는 진나라를 중시할 테니, 진나라 출신의 여자는 반드시 귀한 자리에 오를 것이고, 부인께서는 축출당할 것입니다.”


이 말을 들은 정수는 초회왕에게 밤낮으로 울면서 매달렸다.


“지금 장의를 죽이면 진나라는 반드시 분노할 것입니다. 부디 저와 아들을 강남으로 보내주십시오. 진나라 군대에게 갈갈이 찢겨 어육이 되기 싫습니다.”


이에 초회왕은 장의를 사면했을 뿐 아니라, 크게 대접하였다. 장의는 초회왕에게 말했다.


“지금 대왕께서 진나라를 섬기지 않으면 진나라는 위나라와 한나라를 겁박해서 초나라를 공격하게 시킬 것입니다. 또한 진나라는 물자가 풍부한 서쪽의 파촉에서 민강을 통해 진격해 올 것이며, 열흘도 안 되어 우관을 포위할 것이고, 검중과 무군을 상실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무관으로 정예병을 보내 북쪽과의 통로를 차단할 것입니다. 진나라는 초나라를 삼 개월 안에 공격할 수 있지만, 다른 제후국들의 원군은 반 년이 넘어서야 도착할 것입니다. 차라리 진나라와 초나라가 형제의 나라가 되어 서로 공격하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초나라와 동맹을 맺은 장의는 다른 제후국들의 왕들에게 각각 진나라와 동맹을 맺으라고 설득하는데 성공하였다.


한왕에게는 한나라의 국력와 군사력은 진나라보다 못하니 차라리 진나라를 섬기는 편이 낫다고 하였다.


제왕에게는 제나라가 비록 국력과 군사력이 진나라 이상이지만, 진나라는 초나라와 혼인동맹을 맺었고, 위나라와 한나라는 자신들의 땅을 바치면서 복종을 맹세하였으며, 조나라도 진나라에 입조할 것이니 상대할 수 없다고 하였다.


조왕에게는 진나라가 공격해오면 다른 제후국들이 조나라의 오른쪽을 공략해서 나라를 서로 나누어 가질 것이라고 하였다.


연왕에게는 지금 조나라와 제나라가 진나라에게 복종하니 함께 연나라를 공략하면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하였다. 


장의는 진나라가 동방 육국과 각기 동맹을 맺는 연횡 전략을 성공시켰다. 하지만 돌아오는 길에 자신의 후원자인 진혜문왕이 죽고 그의 아들 진무왕秦武王이 즉위하였다. 


진무왕은 원래 장의와 사이가 나빴다. 게다가 다른 신하들도 진무왕에게 장의의 단점과 잘못을 계속 고자질했다. 동방 육국은 장의와 진무왕 사이가 나쁘다는 것을 듣고 연횡 전략을 폐기하고 다시 그들끼리 동맹을 맺는 합종 전략을 채택하였다. 


그러자 장의는 진무왕에게 진나라를 떠나 위나라로 가겠다고 요청했다. 제나라가 자신을 몹시 싫어하기 때문에 위나라로 가면 필시 그곳을 공격해올 것이며, 진나라는 이 틈을 타서 한나라를 겁박하고 주나라 천자를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진무왕은 이를 허락했다. 


장의가 위나라에 도착하자, 과연 제나라는 군사를 일으켜 위나라를 공격했다. 하지만 장의는 초나라에 사신을 보내 제나라에게 자신이 위나라로 온 까닭을 전달해 달라고 했다. 진나라가 한나라와 주나라를 정복하는 것을 걱정한 제나라는 군대를 물렸다.


장의는 위나라에서 1년 동안 무사히 지내다가 임종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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