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남 호도협에서 추락했다가 중공 구조대 덕분에 구사일생을 살아남았다.
운남 호도협 초입의 절벽에서 떨어져서 정말로 죽을 뻔 했다. 중공의 경찰, 의료대, 소방구급대, 관광지 관리인, 민간인 마을 사람들… 스무 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즉각 달려오지 않았다면 탈수증으로 황천을 건넜을 것이다. 이틀 동안 여강 인민의원에서 입원한 뒤 거동이 겨우 가능해지자 퇴원해서 근처 호텔에 머물면서 상해로 돌아갈 비행기 시각을 기다리고 있다
이 구명지은을 어떻게 갚을까. 소소하지만 반중파에서 친중파로 신발을 갈아신을 생각이다.
기실 이번 사고는 중공에 대한 시각을 꽤나 바꾸게 만들었다. 우선 중공의 공공 서비스 처리 속도가 이렇게 신속할 줄 몰랐다. 듣기로는 나를 구조하러 온 몇몇은 비번인데도 헐레벌떡 달려왔다고 한다.
한편 한국의 경우 이태원 참사 때 제 일을 한 것은 소방 구급대가 유일하지 않는가? 경찰과 윤석열 정부의 무능과 무치는 실소를 금치 못하게 만들며, 일부 몰지각한 극우놈들은 이태원 사고 희생자들에게 누칼협거리면서 비아냥대기까지 하지 않는가?
참 만감이 교차했다. 지금 우리나라라면, 운남 상그릴라의 민과 관처럼 한낱 외국인 한 명을 구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까? 비록 내가 한국이 중국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편이지만, 이 질문에 쉽사리 그렇다고 대답할 수 없었다.
물론 운남성 사람들이 다른 중국 지방 사람들보다 훨씬 시민의식이 높은 것을 감안해야 한다. 사람들이 찬절한 것은 물론이고, 공공 화장실은 삐까뻔쩍할 정도로 깨끗하고, 거리에는 쓰레기 하나 없으며, 운전자들도 아주 안전하게 차를 몬다.
구조대원들은 나와 와이프에게 물과 먹을 것을 건네 주면서 계속 안심시키려고 노력했다. 내가 조난당한 곳이 절벽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경사가 가파른 곳이라 몇몇은 불가능하다고 혀를 내둘렀지만 다들 최선을 다했다. 너무 고마워서 사례금을 좀 드릴까요라고 운을 띄웠지만, 자신들은 할 도리를 했을 뿐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이야~~~~!!!! 중뽕이 차오르지 않으면 사람이 아니다. 사족이지만,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샹그릴라 구급대, 경찰, 그리고 의료진이 전화를 걸어 내 상세를 물어보면서 걱정해주었다.
여강 인민의원에서 후송된 뒤 CT를 찍었다. 다행히 뇌와 등뼈, 발목에 아무 이상이 없었다. 추락할 때 두꺼운 파카를 입고 나름 커다란 등산 배낭을 메고 있었던 덕분에 충격이 완화되었던 것 같다. 하지만 우측허리와 발목에 급성염좌가 발생했다. 입원한 첫날은 진흙투성이가 된 옷을 벗기고 병원복으로 환복하기위해 몸을 뒤집을 때에도, 가볍게 재채기를 할 때도 온 몸을 칼로 쑤시는 듯한 격통이 엄습했다. 당연히 밤에 제대로 잘 수 있을리가.
이틀이 지난 오늘 새벽 좌반신만을 사용하면 아무 통증없이 걸을 정도로 호전되었다. 걸음은 왼발부터, 모든 행동은 좌회전을 하며 움직이면 아무 문제가 없었다. 다행히예약해둔 상해행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게 되어 기분이 좋아진 순간, 머리맡에 놓인 이번 사고에서도 멀쩡한 아이폰에서 알림이 울렸다.
스팀에서 호이4를 70%이상 할인해서 판다는 소식이었다. 한창 중뽕이 올라왔는데, 그리고 내가 게임을 사는 것을 질색하시는 마눌님께서는 이틀동안 나를 돌보느라 파김치가 되어 병원 옆 호텔로 이동하여 곤히 주무시고 계시다. 이건 호이4를 구매하여 중공으로 세계통일을 하라는 계시임이 틀림없었다. 그렇다 이것이야 말로 중공에게 빚진 구명지은을 갚는 첫 발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