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짧은 사람은 외국어 발음을 배우기가 힘들다. 왜냐하면 자신의 혀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어디에 위치하는지 파악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구글링 하니까, L발음의 기본원리는 혀 끝을 뒤로 감아, '윗니의 안쪽'과 '입천장'이 만나는 부분에, 혀를 살짝 붙인 상태에서 발음하면 된다고 한다.
아무리 저 설명처럼 시도해도 내가 제대로 "L"발음을 하는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아니 저 설명을 제대로 따라하고 있는지 조차도 알 길이 없다. 도대체 윗니의 안쪽과 입천장이 만나는 부분이 어디인거지?
마찬가지로 중국어 초보자가 권설음 "sh, zh, ch" 발음의 감을 잡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혀를 뒤로 말면서 소리내라고 하는데... 그게 안 된다...
그런데 근래 이를 극복할 방법이 떠올랐다.
혀의 위치와 움직임을 파악할 수 없다면, 입안의 어디에서 기류가 가장 세게 발생하는지를 관찰하면 된다. 왜냐하면 혀가 입의 특정 부위를 건드릴 때 그곳에서 공기가 장애를 받아 강한 기류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자신의 혀가 어디있는지는 잘 느낄 수 없어도, 입 안의 특정한 부분에 강한 기류가 형성되는 것을 느낀다면, 바로 그곳에 혀가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중국어의 권설음 "sh, zh, ch"은 목구멍 근처에 힘을 주어서, 즉 "ㅅ+ㅎ", "ㅈ+ㅎ", "ㅊ+ㅎ"를 발음하면 나름 쉽게 익힐 수 있다.
한편, 영어의 "sh, zh, ch"는 중국어 권설음 "sh, zh, ch"보다 파악하기 약간 더 어렵다. 왜냐하면 한국어 ㅎ발음은 목구멍 소리이기 때문에 중국어 권설음 "sh, zh, ch"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하지만 영어의 "sh, zh, ch"도 윗니 뒷쪽 근처에서 나는 소리이기 때문에, 모음 "ㅟ"과 결합한 형태의 "ㅅ+ㅟ", "ㅈ+ㅟ", "ㅊ+ㅟ"라고 들린다. 그런데 "sh, zh, ch"를 가르치는 영어 파닉스 동영상에서는 "ㅅ+ㅟ", "ㅈ+ㅟ", "ㅊ+ㅟ"라고 발음하지 말라고 한다. 따라서 나는 "sh, zh, ch"를 발음할 때 "ㅅ+ㅎ", "ㅈ+ㅎ", "ㅊ+ㅎ"로 하되, 입 앞 쪽에서 기류를 만들어 때린다.
요컨대 혀가 짧거나 음치인 사람들은, 입술모양과 입안의 기류형성위치만 염두에 두면 원어민이 나름 편히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학습 목표 외국어를 발음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족:
한국어의 예를 들면, "ㄱ"은 목젖으로 콧길을 막고 혀뿌리로 연구개를 막았다가 터뜨려 내는 연구개 파열음이라고 하는데.... 나 같은 사람은 목젖이나 혀뿌리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감을 전혀 잡을 수 없다. 그러나, 'ㄱ'발음을 할 때 목젖부근에서 강한 기류는 느낄 수 있다.
영어의 milk는 흔히 미엌으로 발음하라고 하는데, 한국어 ㅋ는 목구멍에서 기류가 강하게 발생한다. 위에서 언급한 "L"발음과는 조음위치가 다르다. 따라서 나는 ㅋ발음을 입 앞 쪽에 강한 기류를 때리면서 "미어ㅋ"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