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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목란 바라기 Aug 19. 2019

중국 마눌님 덴마크 IPC로 영어유학 보냈습니다

    "회사에서 나가래."

    "응?"

    "툭하면 야근하는 회사 실세 보다 일을 일찍 끝내서 먼저 퇴근했더니 밉보였던 모양이야."


     상해 등 중국 대도시에서는 예전과 달리 결혼한 여성이 어느 정도 높은 직위에 올라가면 퇴직의 압박을 받거나, 한 번 퇴직하고 나면 다시 직장을 구하기 어렵다고 한다. 왜냐하면 육아 문제 때문이다. 이제 많은 중국 경영자들도 출산 휴가를 주느니 차라리 해고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중국에서 사업을 펼치는 외국계 기업도 사정은 마찬가지라고 한다. 마누라는 이전 직장의 상해 지사가 해산하는 바람에 몇 달 간 실업자 신세였다가 간신히 대만 기업에 입사했었다. 그러나 포괄임금제가 적용된 상태에서 야근을 밥 먹듯 하는데 불만을 품고 종종 약간 일찍 퇴근하는 식의 반항을 했었나 보다. 하지만 그러다가 3개월 임시 고용 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해고당했다. 참고로 중국은 3개월의 임시 고용 기간 안에 해고하면 직원에게 퇴직금을  줄 필요가 없다. 마윈이 제창한 996, 즉 아침 아홉 시에 출근해서 저녁 아홉 시에 퇴근하며, 토요일도 출근해야 한다는 생각이 이제 중국에서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기 시작하고 있다. 물론 자정까지 야근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마누라가 일했던 대만 기업이 아직까지는 더 악랄하지만 말이다.   


    마누라 뿐만 아니라, 본인도 지난 6월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국제학교 교사 일을 그만 두고 1년 동안 박사 논문에 전념하기로 한 터라 중국 상해에서 살기에는 경제적으로 무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예컨대 원룸 월세가 80만원을 육박하고 허름한 식당에서 파는 한 끼 식사에 1인당 최소 3000원이 든다. 물론 시장에서 장을 봐서 직접 해먹으면 비용을 절감할 수 있지 않느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도 있다. 그런데 요새 상해 고기, 야채 값이 미친듯이 올라 직접 해먹는 것이 더 비싼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게다가 조리에 드는 시간과 공력을 생각하면 그냥 저렴한 푸드 코트에서 먹는 편이 훨씬 경제적이다. 아마 이 때문에 상해 곳곳에 푸드코트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그럼 이제 우리 어디에서 어떻게 사는 게 좋을까?"


    마누라의 이 질문에 한 가지 발상이 갑자기 뇌리를 스쳐갔다. 바로 덴마크 International people`s colleage(IPC)에서 마누라를 영어 공부 시키는 것이었다. 본인이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마누라도 비록 늘 가정주부의 삶을 원하지만, 일을 계속 해야만 했다. 이 와중에 마누라 역시 구직, 혹은 이직 면접을 볼 때마다, 외국 IP 저작권과 관련 디자인 일을 하기 때문에, 기업에서도 항상 영어 실력을 확인하니 영어 공부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었던 상태였다. 하지만 내가 졸업할 때까지 1년 동안 마누라가 호주나 캐나다로 어학 연수 다녀오기 위해서는 저축한 돈을 몽땅 써야 할 참이었다. 그러나 일전에 아는 선생님께 덴마크 IPC에 대해 들은 기억이 불현듯 났다. 덴마크에서는 대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진학 전의 젊은이들이 high folk school이라는 곳에서 교양 수업을 받는다고 한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IPC 한 곳에서만 외국 학생을 받는다고 했다. 덴마크 정부가 학비와 생활비의 2/3를 보조해주기 때문에, 학생은 한 학기에 500만원만 내면, 숙식과 공부가 모두 해결된다고 하니, 그 정도면 감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https://ipc.dk

   

    덴마크 IPC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8월 15일에 가을학기가 시작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런데 입학 수속에 대해 구글링을 좀 해보니 적어도 세 달은 걸린다고 했다. 왜냐하면 덴마크 학생비자를 획득하는데 좀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이란다.이제 한 달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다시 구직 전선에 뛰어 들어야 하냐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입학 수속 과정을 잘 읽어보니, 무비자 입국이 가능한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의 학생들이 입학 수속을 따로 설명한 것을 발견했다. 


   "응?  왜 무비자 입국이 가능한 나라의 학생들을 따로 분류했지? 혹시 무비자로 일단 입국하고 추후에 학생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다는 건가? 그렇다면 혹시 여행 비자로 덴마크에 입국하고 나중에 학생비자로 전환시킬 수도 있지 않을까?"


    이에 바로 덴마크 IPC 홈페이지를 통해 입학을 신청함과 동시에 전자 우편을 보내 여행 비자에서 학생 비자 전환이 가능한지에 대해 물어봤다. 이에 IPC에서 바로 두 자리가 남아서 입학을 허가 하고, 여행 비자에서 학생 비자 전환도 역시 가능하며, 그리고 여행 비자로 덴마크에 체류하는 동안은 자비로 여행자 보험을 들어야 하는데, 아마 한 달 정도의 기간만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즉 덴마크에서 비자 전환이 보통 한 달 정도 소요된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런데 중국인은 유럽 여행 비자가 보통 15일로 나온대......"

   "으.......응???????!!!!! 그럼 15일은 불법 체류자로 살아야 하나?"


   하지만 덴마크 IPC에서 가능한 빨리 비자 전환을 도와주겠다고 약속을 받았다. 그리고 중개인을 통해 마누라의 유럽 여행 비자를 신청했다. 처음에는 덴마크 여행 비자를 신청했는데, 며칠 지나서 이 역시 한 달이 걸릴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 그런데 IPC 입학 전까지 이미 3주도 안 남은 상태였다. 참고로 중국인들이 유럽 여행 비자를 발급받는 것은 참 번거롭다. 재직증명서, 통장 잔고 증명서를 제출하고 복잡한 서식을 채워야 했다. 


   "그럼 1주일 만에 발급되는 프랑스 비자를 신청해보죠. 하지만 나중에 덴마크 입국이기 때문에 프랑스 출국 비행기 표를 끊어야 할 겁니다." 


  말인 즉슨, 비록 유럽 비자를 받았어도, 덴마크에 도착에서, 왕복 티겟도 없이 프랑스 비자를 내밀면 불법 체류자로 인식해서 입국 자체가 안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프랑스 비자가 정말로 1주일 만에 나옵니까?"

   "아.마.도.요?"


    불안했지만, 마누라는 출국일인 17일 전까지 프랑스 여행 비자를 발급받았다. 학교에는 비록 15일이 개학이지만, 비자 문제 때문에 좀 늦을 수 있다고 양해를 구했다.




   8월 17일 밤 덴마크 코펜하겐에 도착했다. 그런데......숙소 값이 정말 놀랄 노짜였다. 3성급 호텔 가격이 30만원에 육박하고, 웬만한 유스호스텔 침상 하나도 15만원을 뚫었다. 호텔에서 일하는 동생이 함 대신 알아보니 당일 웬만한 호텔 숙박이 모두 매진이 되어버렸다고 했다. 처음에는 코펜하겐 공항에서 노숙할까 생각했지만 나중에 다행히 Steel house라는 유스호스텔에서 침상 당 5만원의 가격에 빈 자리가 나서 부리나케 예약했다. Steel House 유스호스텔 1층은 바와 식당이 있으며, 지하에는 코인 락커 뿐만이 아니라 풀장과 헬스장도 있었다. 간간히 공용 취사장에서  다양한 조리 기구를 사용해서 요리를 하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이곳에서 장기 거주하는 사람들로 생각되었다. 어쨌뜬 중국에서 덴마크까지 열 몇 시간이 걸려 이미 녹초가 된 상태에서 다시 노숙했었다면 IPC로 가는 도중에 쓰러졌을 것이다. 


  8월 18일 점심먹고 1시에 덴마크 IPC로 가기로 하고, 오전에 시내를 한 번 둘러 보기로 했다. 무슨무슨 궁전이 있는 것 같았는데, 내부 구경은 나중을 기약하기로 했다. 

  

    코펜하겐 중앙역 근처에 있는 숙소에서 운하거리 뉘하운으로 가던 도중에 찍은 시청 전경이다. 그런데 도처에 쓰레기 투성이다. 시청 광장에는 즉 LGBT의 상징인 무지개 색 깃발 위에 인권 프로그램을 언급하는 광고판도 있고, 세븐 일레븐 편의점은 그 상징으로 도배를 해 버렸다. 궁금한 나머지 구글링을 하니, 17일에 성소수자 행사를 열고 밤새도록 술을 마시는 자리를 마련했다고 한다.  



코펜하겐은 녹색으로 빛나는 금속으로 덮인 건물이나 동상들이 많았다. 이게 원래 저런 색인지 아니면 철이나 다른 금속이 산화되서 그렇게 된지 잘 모르겠지만, 가히 이 도시를 대표하는 색처럼 여겨졌다. 


    뉘하운으로 가는 길에 자전거 경주 대회도 열렸다. 


    

    점심은 케밥으로 때우고, 덴마크 IPC로 발길을 옮겼다. 덴마크 IPC는 코펜하겐 북쪽의 헬싱괴르라는 곳에 있는데, 한 시간 정도 걸린다. 구글 지도를 참조하면 쉽게 찾아갈 수 있다. 원래는 배정된 방에서 여장을 풀고 마누라와 석별의 정을 나누고 싶었다. 하지만 도착하자마자 전체 신입생들이 조 별로 사진 찍고 자기 소개하는 활동이 시작되었다. 서양 학생들이 한 70%는 차지하는 것 같았으며, 나머지 동양 학생들도 영어가 꽤 유창한 듯 했다. 이 정도면 다른 외국의 어느 영어 교육 기구 보다도 회화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될 것처럼 보였다. 마누라 옆에서 얼쩡거리는 것이 학교 활동에 방해되는 것 같아 안녕이라는 손짓하면서 얼른 밖으로 나왔다. 하늘에서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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