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풍파로 더러워진 내게 돈만 남았지만, 이 역시 안식을 주지 못하네
중국에는 민족풍民族風이라고 하는 장르가 있으며, 대개 소수민족의 분위기를 띄는 모든 예술들을 총칭한다. 물론 노래에도 민족풍의 색채를 띄는 것들이 있는데, 여기에 고대 중국시에서나 볼 수 있는 운율과 가사를 차용하기도 한다. 심지어 오언절구, 칠언절구로만 가사를 구성하는 경우도 있다. 한족과 소수민족의 문화, 그리고 고대와 현재의 언어로 섞어서 창발해 낸 중국만의 장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 소개할 노래는 화죽花粥의 《귀거래혜歸去來兮》이다. 저 유명한 도연명陶淵明의 《귀거래혜사歸去來兮辭》에서 제목을 따왔으며, "돌아가버리자"라고 풀이될 수 있다. 화죽은 신장新疆 우루무치 출신으로, 호남성湖南省 장사長沙에서 대학을 다니다가 인터넷에 자신이 지은 노래를 올리면서 유명해졌다. 이 《귀거래혜》라는 노래는 기존의 민족풍에 북경 경극의 노래 기법과 고대 시 작법까지 응용해서 지었기 때문에 중국의 맛을 담뿍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余音袅袅我看了太多热闹
은은히 들려오는 여운 남은 소리는 너무 흥청거리는 것처럼 들리고.
看一尘不染的白纸都变得浮躁
티끌 하나도 물들지 않은 하얀 종이도 가볍게 들떠 거칠어지고,
善者寥寥在泥沼之中煎熬
비록 좋은 사람들이 드문드문 보이지만 진흙탕 속에서 지져지고 삶아지는데,
而置身事外的君子在一旁冷笑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하는 군자들은 단지 냉소만 짓네.
은은한 소리, 순백의 종이로 속세의 때가 묻지 않을 어떤 것을 비유했으며, 결국 이 것들도 세상에 나오면 쉬이 망가진다. 물론 세상에도 정말 훌륭한 사람들이 있지만, 세상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려다, 진흙탕 속에 뒹굴어 더러워지고, 사람들의 배척을 받게 된다. 이를 두고 고고한 척 하는 군자들은 이를 보고 어리석다고 냉소를 짓는다.
没完没了的暗箭持续叫嚣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새까만 화살은 계속 시끄럽게 울고
怕没人注意到他们得意着作妖
아무도 알아채지 못할까봐 두려워할까봐 저들은 멋대로 귀신처럼 소란피우네
纷纷扰扰这人间缺个公道
사방이 어지러운 이 인간세에 공정한 도리란 없으니
我辞三界 别五行自顾去逍遥
나 삼계에 하직인사를 보내고, 오행과도 작별을 하고, 내 몸만 건사하여 아무 걱정이 없는 곳으로 떠돌아 다니기 위해 떠날테야.
새까만 화살暗箭은 암살을 목적으로 사용되는 암기이다. 그런데 저 새까만 화살은 발사되면서 시끄러운 소리가 울려퍼지기 때문에 암기라고 할 수 없다. 상대방은 나에게 적의를 숨기지 않는다. 이렇게 닥쳐오는 겁난을 피하기 위해서는 천상도, 지옥도, 인간계도 벗어나고, 세상을 움직이는 오행의 원리와도 작별해서, 마치 신선처럼 노니는 곳으로 갈 수 밖에 없다.
此去必经年 荒野寒暑换红颜
이번에 떠나면 1년은 지나겠지, 황무지 그리고 겨울과 여름은 붉은 얼굴을 바꿔버리겠지.
往事散云烟 十寸光阴换一钱
지난 일은 구름 연기처럼 흩어지고, 열 마디 길이 정도의 빛줄기는 한 푼으로 바꿔지겠지.
只身山水间 耳不闻恶语闲言
산과 강에서만 머물수 있다면, 나쁜 말과 뒷담화가 귀에 들려올리는 없겠지
举头问苍天 何时得以赴黄泉
고개를 들어 푸른 하늘에게 묻노니, 언제 황천으로 갈 수 있을까.
글자를 5개와 7개로 맞춘 고대 중국어의 시작 기법이 가사에 사용되었다. 붉은 얼굴紅顏은 청춘을, 빛 줄기光阴는 시간을 가리킨다. 어린 아이의 얼굴에 감도는 생기는 붉은 빛을 띄고, 아침 나절에만 볼 수 있는 숲은 가르는 빛줄기는 태양이 중천에 뜨면 사라진다. 현실에서 삶이란 무더운 여름과 매서운 겨울에 황무지를 걷는 것과 같고, 그 댓가로 젊음은 사라지며, 다만 한 푼의 돈만 수중에 남을 뿐이다. 이를 벗어나기 위해서 신선이 되기 위해 하늘을 쳐다보며 물었다. 누군가 신선은 하늘에 떠있는 구름 위에서 유유자적하게 지낼 수 있으니까.
하지만 정말로 세상의 굴레와 속박을 벗는 길은 황천黃泉, 즉 저승으로 가는 것 뿐이다.
走走停停又逛了几个世纪
걷다가 멈추다가 또 몇 세기를 돌아다녔어.
看川流不息灯红酒绿变成孤寂
강은 끊이지 않고 흐르지만, 붉은 등과 푸르른 술은 적막하게 변하는 것도 봤어.
战战兢兢的人们未曾怀疑
전전긍긍하는 사람들은 의심한 적이 없었어.
在此地荣华富贵是唯一的真理
이 땅에서 부귀영화는 유일한 진리라는 걸
죽어서 귀신이 된 나는, 자연은 몇 세기나 변함없이 의구하지만, 인간세는 흥망성세를 반복하는 것을 보았다.
붉은 등과 푸르른 술灯红酒绿은 향락에 젖은 장소를 비유하는 말이다. 마치 나이트 클럽의 천장에 달려있는 붉은 색의 조명들과 테이블에 놓여진 형형색색의 술병들을 형용한다. 비록 이 화려한 항략가가 언젠가는 적막하게 변하겠지만, 많은 사람들은 부귀영화만이 유일한 진리라고 믿는다. 왜냐하면 젊음을 바치고, 고통을 감내하면서, 오직 나에게 허락되는 것은 한 푼의 돈이기 때문이다.
机关算尽后徒留一地黄金
함정을 모두 건넌 뒤 도로 황금을 남겨두었어
那冢里枯骨不得安息无人在意
그 무덤 속의 해골이 안식을 얻을 수 없었지만 아무도 개의치 않았지
夜色降临时落下一声叹息
땅거미가 질 적 내뱉은 한 줌의 탄식
我乘兴来 败兴去也乐得随意
난 흥미가 나서 왔었을 뿐, 그게 사라져도 맘대로 즐겼을 뿐.
하지만 그렇게 한 푼 두 푼 모은 돈때문에 죽어서도 안식을 취할 수 없게 만든다. 도굴꾼도 이 사실을 깨닫고 금은보화를 도로 남겨두고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