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제 브런치를 찾아주시는 구독자 분들께 늘 감사드립니다. 몇 달 전에 출판사 두 군데에서 연락을 받고, 아주 최근, 출판 계약을 했습니다. 제 글을 좋게 봐주시고, 또 아껴주시는 분들을 만나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처음에 출간 제의를 받았을 때, 정중히 거절했었습니다. 아직은 제가 내공이 부족하고, 정신과 전문의로서 첫 발을 내딛는 시기인지라, 때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또한 마음 한 켠에는, '책이 대중적인 인기를 얻지 못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 과정에서 스스로에게 되묻게 되었습니다.
나는 왜 글을 쓰는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한 가지만 꼽는다면, 저는 제 환자들을 위해 글을 씁니다. 저에게 가르침을 줬던 수많은 환자들을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그들을 편견 없이 바라볼 수 있을까. 내 글을 읽고 그 환자의 진단명 (조현병, 조울증, 경계선 성격장애 등) 뒤에 숨은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알게 된다면, 아마 그럴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동시에 늘 생각합니다. 이 글을 내 환자가 읽는다면 어떤 기분일까? 그 질문 앞에서, 차마 쓰고도 공개하지 못한 글들도 많습니다.
그렇게 스스로에게 답을 하자, 내 책이 한 사람에게라도 닿을 수 있다면, 그래서 한 사람에게라도 울림을 줄 수 있다면 출간을 하는 것이 맞지 않겠는가 생각하게 되었어요.
인생이 참 힘들던 당시 막연하게 꾸던 '글을 쓰는 정신과 의사'의 꿈을, 삼십 대에 시작할 수 있게 되어 감사할 뿐입니다. 말랑말랑하지도 않고, 힐링이 되지도 않는, 때로는 딱딱하고 무거울 수 있는 글들을 아껴주시고 응원해주신 독자분들이 아니었다면 아마 계속 글을 쓸 수 없었을 거라는 생각을 해요. 내년 봄 출간을 목표로 책을 위한 글들을 씀과 동시에 브런치에도 틈틈이 글을 올릴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