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색한 사람 1

기분 좋던 순간, 감정 센서가 갑자기 오작동했다

by 프시케

"이번 여름휴가 예약하려고 보니까 호텔이랑 비행기 값이 엄청 올랐더라. 이대로 그냥 예약할까?"


시작은 친구의 고민이었다.



평소 여행을 자주 다녀서, 어느 사이트가 저렴하고 어떤 경로가 효율적인지 나름대로 데이터가 쌓여 있었다.
이런 거 찾는 재미도 있고, 은근 내 취미이기도 하니까.

휴대폰으로 몇 번 검색하고 스크롤을 넘기자, 특가가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검색 결과를 띄운 화면을 친구에게 내밀었다.

“와, 대박. 지금 바로 찾은 거야? 너 검색 진짜 잘하네!”


옆에 있던 친구도 한마디 보탠다.


“얘, 휴대폰으로 하는 건 다 잘하잖아.”


갑자기 어깨가 으쓱해지고, 따뜻한 열기가 얼굴로 올라온다.


“내가 좀 잘 찾지? 사실 전에 봐둔 사이트야.”


약간은 자랑하듯 이야기하다가, 친구의 표정을 슬쩍 살피며 겸손도 덧붙인다.


“그대로 예약해야지! 이걸 알려주다니 넌 진짜 착해.”



그 순간,
순조롭던 공기의 흐름이 슬며시 방향을 틀었다.

내 안의 무언가가 작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친구의 한 마디가,

감정의 수면에 잔결을 남겼다.






‘검색 잘한다.’


이 말은 살짝 기대했던 칭찬이라,
다시 곱씹어도 마음이 편안하다.


남은 건,


‘넌 착해.’

그런데, 이것도 분명 칭찬인데… 왜?
괜찮은 말 아닌가?

스스로에게 되묻는다.


그리고 문득,
‘아닌 것 같아…’ 하고 속삭이며 숨어 있던 나를 찾아낸다.


이거구나.






나는 착한 사람이 아니다.

그렇다고, 그 반대도 아니다.



하지만 ‘착하다’는 말이 닿는 순간,
슴 어딘가에 묘한 무게가 내려앉았다.
마치 내 정체성이 뜻하지 않게 정해져 버린 듯했다.



"넌 착해.”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착해야 해.'



그 말 뒤에는 묘한 연속성이 따라붙는다.

물론 친구는 그런 뜻이 아니었을 거다.

그저 고마워서, 따뜻해서 툭 던진 말일뿐.



그런데 왜 나는 이렇게 복잡해질까?

칭찬인데, 왜 내 감정은 갈피를 못 잡고 이토록 요동치는 걸까?






형용사로 정의되는 '나',

나는 늘 어색했다.


착하다

배려심 있다

따뜻하다

센스 있다

능력 있다


이런 말들은 단순히 '행동'을 묘사하는 게 아니라,

'나'라는 사람 전체에 이름표를 붙이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이름표가 ‘지켜야 할 역할’처럼 느껴질 때, 나는 나를 감추게 된다.


그러니까,

누군가의 기억에 ‘착한 사람’으로 남고 싶은 건 아니었다.


그냥

지금 이 순간,

도와줄 수 있었고

그래서 도왔을 뿐,

그게 전부였다.



원하지 않던 칭찬은,

여러 감정과 뒤엉켜

마음 어딘가 불편하게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그 말을 한 친구는

진심으로 고마웠을 테고,

그 안엔 분명 따뜻한 마음이 담겨 있었을 것이다.


그것까지 부정하고 싶진 않다.



다만,

내 감정의 복잡함을 그냥 흘려보내고 싶지도 않다.



오늘의 크로키에는,

‘고마움’과 ‘어색함’이 나란히 앉아 있다.


조금은 웃기고,

조금은 진지한,

내 마음의 표정 하나.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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