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감정은 왜 나를 숨기게 할까?
부끄럽다.
부끄럽다.
속으로 되뇌어 본다.
머리는 식어가는데,
화끈화끈 거리는 볼의 온도는
내려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부끄럽다’는,
감추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말이라고 했던가.
남의 시선이 자신에게 쏠리면
마음 한켠이 움츠러들고,
자신을 숨기고 싶은 마음에
그 눈길을 피하게 된다.
그런 감정이 하나의 형용사로 자리 잡을 때
‘붇그럽다’라는 말이 태어났다.
감추고 싶은, 숨고 싶은 상태.
그 말은 세월을 지나
‘부끄럽다’가 되었고,
얼굴이 빨개질 만큼 쑥스럽고 민망한 순간을
표현하는 말이 되었다.
‘부끄럽다’는 단순히 창피한 감정이 아니다.
그건 드러내기 싫은 마음의 결.
누군가의 시선 앞에서 작아지는 나를
감추고 싶은 감정의 몸짓이다.
그래서 부끄러움은,
어쩌면 가장 인간다운 방어일지도 모른다.
그건 그런데...
왜 부끄럽지?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타인의 실수로 피해를 입은 상황인데도
나는 나를 감추고 있다.
만약 내가 실수를 저질렀다면
미안한 마음이 순수하게 올라왔을 거고,
그건 어색하지 않다.
하지만 지금은 반대의 상황인데,
오히려 떳떳해야 하는데,
어울리지 않는 감정이 올라온다.
"저 사람, 안 됐네..."
그런 시선조차 나를 비웃는 것처럼 느껴진다.
피해자라는 건 이렇게 작아지는 자리였나.
피해자는 비웃음을 당할 존재가 아닌데,
왜 그렇게 느끼게 되는 걸까?
더 깊은 이야기로 내려가기 전에,
문득 이렇게 생각해 본다.
어쩌면 이 상황을
‘피해자’와 ‘가해자’로 나눈 것 자체가
내 감정을 왜곡했는지도 모른다.
나는 피해자가 아니다.
누구나 할 수 있을 법한 실수를 나에게 했고,
나는 그 실수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한 사람이다.
(아니면, 그저 화를 내지 못했을 수도 있고.)
그렇다면,
나는 피해를 입은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실수에 그 죄송한 마음까지 함께 받은 사람이다.
쳐다보는 시선 역시,
나를 무너뜨리는 시선이 아니라...
그 순간을 견디고 있는 나를 지켜본 시선일 수도 있다.
집에 돌아와
젖은 옷을 벗어 들고 세면대로 간다.
차가운 물이 쏴-하고 쏟아지는 순간,
두 뺨은 점차 식어간다.
그리고 커피 자국이 묻은 부분에
비누를 묻혀 조용히 비벼 빤다.
몽글몽글한 비누 거품 속에서
커피 자국이 옅어지듯,
화끈거리며 몰려왔던 부끄러움도
조금씩 옅어져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