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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신의학신문 Jan 02. 2018

다른 나라의 ADHD (2)

교사를 위한 ADHD 이야기 (3/10) - 다른 나라의 ADHD


[정신의학신문 :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미디어팀]



사진_픽사베이


6. 브라질


브라질은 세계 평균 5%보다 훨씬 낮은 0.9퍼센트 정도의 ADHD 유병률과 16퍼센트 정도의 약물치료 비율을 기록하고 있다. 브라질의 ADHD를 대하는 태도는 다른 나라와 뚜렷이 다르기 때문이다. 21년간의 오랜 군부 독재를 겪은 국민들은 정신질환과 관련해 정신병원, 강제 감금, 신경안정제 주사의 이미지를 떠올리기 때문에 행동을 조절하기 위해 약을 먹어야 하는 사실에 상당한 거부감을 느낀다. 그래서인지 브라질 정신과의사들은 예로부터 프로이드 정신분석학 전통이 강하여 ADHD도 뇌 기질적 원인으로 생각하지 않고 부모와의 관계 문제로 해석하는 경향이 강하다. 또 교육계에서도 교사가 학생에게 일방적으로 주입하는 학습에 대한 거부감이 높아 협동학습, 발견학습으로 대표되는 ‘구성주의’ 교육방식이 널리 퍼져있다. 교사는 ADHD를 잘 인정하려 하지 않으며 심한 문제가 있는 아이는 큰 병원 신경과에 뇌 검사를 하러 보낸다.

국민들이나 의사들의 ADHD에 대한 인식, 객관적인 검사소견을 원하는 점, 구성주의 교육방식을 선호하는 점이나 최근 중산층에서 ADHD치료가 늘어난 것에 대해 매스컴이 일제히 과잉 진단 위험성을 경고하는 모습 등 많은 점이 비슷한 군부독재를 겪은 우리나라와 비슷하다.(우리나라의 약물치료비율은 아직도 10%이하) 보건통계학자인 카를로스 마야 박사팀은 2015년 4시간 작용하는 ADHD 치료제 사용량을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브라질이 ADHD 약물치료를 제대로 하지 않아 발생하는 국가적 손실이 11억 달러, 우리 돈으로 1조 2천억 정도라고 발표한 바 있다. 치료를 제대로 하지 않아 발생하는 많은 손실 중 단 3가지, 학업 중단, 잦은 안전사고, 늘어난 범죄 피해만을 계산한 것이라 한다.



7. 네덜란드


다른 북유럽 국가와 마찬가지로 네덜란드는 미국과 비슷한 비율로 ADHD 환자가 진단된다. 약물치료를 하는 비율이 낮았으나 최근 늘고 있는 추세이다. 현재 진단받은 아동 중 1/3에서 1/2 정도에서 약을 복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약과 함께 다양한 심리사회적 치료, 부모교육, 학교상담, 행동치료 등 근거 있는 치료가 충분히 제공되고 국가가 비용의 상당 부분을 부담한다. 학습장애 학생은 학교에서 각종 편의를 제공받으나 ADHD 학생에 대한 입학시험에서의 배려는 없다.



8. 영국


이웃 독일과 달리 산업혁명이 시작된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도 ADHD환자 수나 처방이 크게 늘지 않았다. 영국은 2014년 보건당국이 “우울증 환자에게 약을 처방하기 전 독서를 권하라”는 방침을 공식적으로 내놓을 정도로 약을 되도록 나중에 고려하는 오래된 전통이 있다. 미국의 진단기준은 DSM인데 반해 영국은 ICD라는 진단기준을 사용한다. ICD는 ADHD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않고 과잉행동증(hyperkinetic disorder)라는 진단명을 사용하는데 미국 기준보다 엄격하다. 또 심한 행동문제를 보이면 품행문제(conduct problem)으로 진단하며 아주 심한 경우가 아니면 약을 처방하지 않는다. 의사와 보건당국은 처방을 주저하는 반면 약물처방과 심리치료를 원하는 부모들이 최근 많아지면서 갈등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사진_게티이미지


9. 중국


정확한 통계가 아직 없지만 다른 질병과 마찬가지로 ADHD에 대한 인식 자체가 낮아서 진단받고 치료받는 아이들은 우리나라에 비해 적다. 소아청소년 인구가 2억 5천만 명이지만 ADHD를 진단할 수 있는 전문가는 1000명이 채 되지 않는다. 그래서 많은 ADHD 아이들이 진단받고 치료받지 못하고, 커서 직업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게 된다. 또 치료효과가 입증된 약을 복용하는 비율과 약초(한약)을 복용하는 비율이 비슷한 편이다. 전통 중의학을 육성하고 싶은 공산당 정부가 '약초가 외국의 의약품만큼 효과가 있다.'는 광고를 눈감아주고 있으며, 시골지역에서는 약초 외에는 별다른 치료법이 없기 때문이다.

문화혁명 당시 지식은 필요 없고 육체노동이 중요하다는 풍조가 잠시 있었으나, 최근 산업화가 빠르게 진행하면서 한 자녀 낳기 운동 시기에 태어난 아이들이 학업수행의 압박을 많이 받고 있다고 한다. 전체를 위한 개인의 희생과 윗사람에 대한 순종이라는 전통적 가치관은 교실에서 학생 개인의 특성을 감안해서 배려하는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고 ADHD학생 이해를 돕는 교사 연수는 거의 없는 편이어서 학생은 행동문제가 점점 심해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국민 대부분 특히 의료인들이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이 심한 편이며, 오남용 우려가 있는 약에 대한 정부의 규제도 심해 상하이처럼 치료가 활발한 도시에는 1-2주마다 ADHD 처방을 새로 받도록 규제를 하고 있다. 경제발전이 이루어지고 진단할 수 있는 의료 인력이 공급되기만 하면 뜨거운 교육열 때문에 진단받는 아이들의 수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한다. 



결론


각 나라마다 ADHD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ADHD는 오직 생물학적 원인에 의해서만 증상과 치료방법이 결정되는 질환이 아니라 그 나라의 역사, 문화, 교육관, 특수교육제도, 의료제도 등 다양한 요인이 상호작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지난 20년간 많은 나라가 다른 분야에서와 마찬가지로 ADHD분야에서도 소위 미국화 (Americanization)되어 가고 있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지식정보화 사회가 진행되면서 직장에서 개인이 전보다 더 많은 일은 더 짧은 시간에 해야 하는 압력이 커지고 좋은 일자리와 대학으로 가는 문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그것은 바로 주의력과 자기관리의 약점을 가진 사람이 더 살아남기 힘든 환경이 되어간다는 의미이다.

주의력이 약한 아이도 아이의 특성에 맞는 공부 방식을 존중하고 디지털 매체나 실시간 상호작용이 가능한 학습 자료를 사용하고, 유연한 학습방식을 제공하기만 하면 50-70%에 이르는 약물 복용비율을 많이 낮출 수 있다고 한다. ADHD약은 엉터리 양육의 대체물이 아니라 ‘부족한 교육예산의 대체물’인 것이다. 학생의 다양한 요구에 대한 배려가 없이 그저 의지나 끈기만 강조하는 학교는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실패할 것이다.  ‘강남엄마 사교육’ 또는 ‘강남 공부 잘하는 약’ 같은 뉴스가 우리나라에서 환호를 받는 배경에는 자기 아이의 필요를 잘 맞춰줄 수 있는 여유 있는 가정의 아이에게는 기회가 있으나 가난한 아이들에게는 기회가 없다는 불안을 위로하려는 집단 심리가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미디어팀

www.adhd.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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