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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신의학신문 Jan 16. 2018

ADHD 숨기는 부모

교사를 위한 ADHD 이야기(5/10)

[정신의학신문 :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미디어팀]

사진_픽사베이


ADHD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는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첫째, ADHD 학생은 수업을 방해하는 행동을 자주 한다. 옆 친구를 툭툭 치거나 말을 걸 수도 있고 수업과 관련 없는 우스갯소리나 질문을 해서 수업 분위기를 망칠 가능성이 높다.
둘째, 같은 반 친구들과의 상호작용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눈치도 없고 공격적이거나 거친 말과 행동으로 인해 같은 반 친구들과 갈등을 많이 일으킨다. 새 친구를 사귀더라도 머지않아 따돌림을 받게 된다.
셋째, 학습장애가 자주 동반되므로 학습부진이 되기 쉬우며, 넷째, 55%의 반항장애, 20%의 품행장애가 동반되므로 교칙을 위반하거나 학교 밖에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수도 있다. 학급당 인원수가 많은 학급이라면 적절한 교육방법을 실천하기에 더 벅차며, 반에 ADHD 학생이 여럿 있으면 학급운영이 정말 어려운 실정이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한 반에 20명 내·외의 학생을 담당하는 초등 교사들은 누구나 자기 반에 최소 1명 정도의 ADHD 학생이 있다고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6~20세 사이의 소아청소년 900만 명 가운데 55만 명 정도가 ADHD를 겪고 있다고 추정할 때, 현재 치료 중인 아이는 5만 명 이하로 실제 치료율이 10% 이하이다. 대부분의 ADHD 학생들이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학교 부적응 학생, 비행청소년 등의 이름으로 방치되거나 대안학교를 향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런 시급한 사회문제에 대한 일차적인 대응방안으로 교육과학기술부는 2011년 들어 처음으로 ADHD 아동 및 학생의 조기 진단과 상담을 위한 학교 내 서비스를 제공하였다. 전국 초ㆍ중ㆍ고등학교의 약 38% 수준인 4,300개교의 초1·4, 중·고1학년 학생 약 90만 명을 대상으로 선별검사를 실시하고, 정서ㆍ행동문제 경향이 심각하지 않은 학생은 학교가 중심이 되어 자존감 증진 및 건강한 생활기술 습득 훈련지도 등 사례별 관리를 실시하며, 심각한 학생은 관할 전문기관에 의뢰하여 심층 검사와 면담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한다는 방침을 내놓았다(교육과학기술부, 2011).

사진_픽사베이


하지만 실제 학생의 부모가 무관심하거나 크면 낳아질 거라든지 유치원 때는 문제가 없었다는 등 비현실적인 기대를 가지고 치료를 거부할 때가 많다. 또 대다수 부모들이 교사에게 자녀가 치료받고 있는 사실을 숨기고 있다. 인터넷의 ADHD부모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글에는 교사에게 치료 사실을 알렸더니 학생에게 부정적인 선입견이나 고정관념을 가지게 되었고, 이러한 고정관념은 또래 학생이나 다른 교사에게도 전염이 된다고 쓰여 있다. 또래와 싸움이 나면 물어보지도 않고 ADHD 학생 책임으로 결론 내리거나 다른 학부모에게 치료 사실을 알리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외국의 교사 대상 연구에서도 부모가 미리 ADHD 증상이 있다고 밝힌 학생에 대해서는 아닌 학생에 비해 교사가 주의력 문제를 더 심각하게 보거나 부정적인 태도를 가진다는 결과가 나와 있다. 그만큼 선입관이 작용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미리 알리는 것이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낸 경우도 있었는데, 학생의 강점과 약점에 대해 의사소통을 할 수 있고, 적절한 중재 방법을 제시할 수 있으며, 주변 사람들로부터 이타적인 반응이나 연민, 또는 동정심을 불러일으켜, 사소한 잘못이나 실수도 좀 더 관대하게 처리할 수 있고,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역할도 하게 되어 주위 사람들의 이해를 돕는데 기여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국내 연구에서도 교사들의 ADHD에 대한 인식은 아직 부족한 수준이라고 일관되게 보고한다. ADHD에 대한 인식은 다면적인데 ADHD의 특징과 원인에 관한 의학 및 심리학 지식, 학습과의 관련성, 치료방법 및 부작용에 관한 지식, 상담 및 지도방법 이 모두 포함된다. 먼저 ADHD의 특징에 대한 지식은 왜(why) 학생이 이렇게 행동하는지, 언제(when) 학생의 행동이 심해지는지 이해하게 해 주므로 학생에 대한 무력감과 부정적 태도를 줄이고 온정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해준다. 또 가장 효과적인 치료인 약물치료의 효과와 부작용이 무엇인지 알면, 식욕부진으로 영양 결핍을 겪지 않도록 간식을 주는 등 교사가 도와줄 수 있으며 약물 용량을 결정하는데 가장 유용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아직도 교사 일부에서 ADHD에 대한 지식과 태도가 낮으며, 그나마 지식 획득도 인터넷의 광고나 선정적 기사를 통해 비체계적으로 습득하는 점도 계속 지적된다. 교사들이 잘못 알고 있는 상식 중의 하나는 ADHD는 부모가 버릇을 잘못 들였거나 선행학습을 많이 시켜서, 또 음식물 섭취가 잘못되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물론 플라스틱 연화제나 임신 중 흡연 같은 요인들이 ADHD를 다소 심하게 만들 수도 있지만 주요 발생 원인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 또 에디슨처럼 창의력이 있으므로 내버려두어야 장점을 살릴 수 있다고 믿기도 하는데 자기조절력이 있어야 창의력도 발휘될 수 있다.

사진_픽사베이


좌우뇌 불균형이나 감각통합, 청지각 이상 등이 원인이라서 뇌파검사나 특별한 검사로 확진할 수 있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아직 ADHD를 확진하는 객관적 검사는 없으며 특정한 원인을 확실히 지목하기 힘들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한국에서 행해지는 ADHD 치료 중 90%는 언뜻 그럴듯해 보이는 원인을 내세우지만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사이비 치료이다. 이들 90% 사이비 치료 센터들은 ADHD 치료제는 마약이라서 중독성이 있으며 스스로 통제하는 힘을 떨어뜨리며 장기적인 치료 효과 없이 다만 아이를 무기력하게 한다는 광고로 인터넷을 도배하고 있다.(사실은 마약도 아니고 중독성도 없으며 차차 통제력을 높여주는 장기적 효과가 있다.)

처음에는 공신력 있는 병원에서 진단을 받지만 한두 번 약을 먹이고 나서 약을 끊고 다른 치료를 찾아 나서는 부모가 많은 이유는 주변의 편견과 부작용이 두렵기 때문인데 교사도 이러한 오해를 풀어줄 만한 지식과 경험이 없어 바른 길로 인도하기가 어려운 현실이다. 일부 교사는 약물만으로 충분한 치료가 되지 않으므로 놀이치료 등 심리치료나 뉴로피드백 같은 뇌 훈련을 받아야 한다고 오해하고 부모에게 병행 치료를 조언한다. 약물 단독으로는 결코 행동이 교정되지 않는 건 사실이지만 약물에는 스스로 행동을 교정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들어주는 효과가 있다. 행동이 교정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부모 교육과 행동 수정법이다. (교실 내 행동 수정법은 시리즈 후반에서 다룰 것이다.)

사진_게티이미지


최근 많은 교사들이 연수 등을 통해 ADHD의 특징을 이해하고, 치료와 상담이 가져다줄 수 있는 효과에 대해 긍정적 태도를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상당수 교사가 아직 교실 내에서의 학생 관리와 통제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자신감이 부족하다고 고백한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졸업한 교사들은 정규 교육과정에서 ADHD에 대하여 교육을 받고 현장에 나왔으나, 현장에서 경험하는 것과 배운 것에는 큰 차이가 있으며, 특히 행동과 학습지도에 정보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현재 ADHD 아동들이 치료를 받는 전문기관인 병원이나 치료센터. 복지관 등은 일주일에 몇 시간의 치료를 받는 것이 고작이기에 그 보다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학교에서 행동 지도가 절실히 필요하다. 피네다(Pineda) 교수(1999)는 교사의 ADHD에 대한 지식과 태도는 아동의 지도 방식에 영향을 미쳐 궁극적으로 ADHD 학생의 학업 능력과 자아 정체감 형성 등에 긍정적 영향을 끼친다고 하였다. 유일영 등(2009)도 교사가 ADHD의 치료 과정에 적극 참여하면 향후 아동의 질병치료에 대한 순응도가 향상되고, 의학적 치료 결과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하였다. 결론적으로 ADHD에 대한 교사의 정확한 지식과 긍정적 태도는 ADHD 학생이 바르게 성장하기 위한 필수조건이라 할 수 있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미디어팀
www.adhd.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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