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오동훈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S씨의 사연:
안녕하세요. 오래전부터 개인적으로 고민하고 궁금증이 많았던 부분이 있는데, 솔직히 털어놓기는 참 어렵네요.
저는 자위중독인것 같습니다. TV에서 많이 들리는 도박중독이나 섹스중독, 게임중독, 담배, 술 등등 수많은 중독이 있는건 잘 압니다만 자위에 대한 중독은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듯 해서 더욱 궁금할 뿐입니다.
퇴근이 늦어 11시가 넘어서 집에 와서도 자위를 해야만 잠을 잘 수 있어요. 일찍 자야만 다음날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는 걸 알면서도 자위를 하느라 늦게 잠이 들어서 다음날 체력관리 또한 안됩니다.
대인관계에서 큰 문제는 없지만, 성생활은 더욱 힘들어집니다.
이성을 보는 즉시 성욕이 돋지는 않습니다. 주체할 수 없어서 성적인 행동을 하거나, 그 즉시 자위를 해야만 하는 충동은 없습니다. 불행인 점은 성관계를 함에도 쉽게 흥분하지 못합니다. 곧 성관계가 있음에도 자위를 해서 성관계를 망치고, 충분한 쾌감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따로 또 자위를 하게 됩니다.
물론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하나 있었습니다. 미친듯이 바쁘게 스스로를 몰아붙이는 방법이었죠. 많은 일들을 벌여서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 외에는 다른 걸 생각 할 수 없을만큼 바쁘게 만드는 방법이었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어느 시점이 지나면 되려 걷잡을 수 없이 미치게 만들더라고요.
정말 고치고 싶은데, 성적인 문제는 더욱 병원을 찾아가기 힘들더라고요.
저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뇌부자들의 답장:
안녕하세요 뇌부자들 입니다.
사실 자위 중독으로 병원을 찾는 분이 많이 계시진 않습니다. 아마 대부분은 본인의 문제를 그다지 심각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일 것 같아요. 성별과 나이를 불문하고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행동이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사연을 보내주신 걸 보면 S씨께서 자위 행동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받고 있다고 느끼고 계실 거란 생각이 듭니다.
과도한 자위 행동은 크게 두 가지 방향에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한 가지는 S씨께서도 말씀해 주신 행위 중독적 측면 입니다. 자위 행동이 즉각적인 쾌감을 주기 때문에 습관적으로 반복을 하게 된 경우지요. 더구나 특별한 도구 없이 본인의 신체를 통해 쾌감을 얻을 수 있고, 상대적으로 시간과 장소에 구애 받지 않기 때문에 더욱 습관화가 되기 쉽습니다. 또 하나는 강박 또는 충동 조절의 문제 입니다. 자위 행동을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지만, 막상 행동을 하지 않으면 머릿속에 그에 대한 생각이 남아 계속 불안하고 불편한 마음이 드는거죠. 이 두 가지 측면은 독립적으로 존재하기 보다는 대부분의 경우에서 혼재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자위 중독의 원인에 대해서는 학습이론과 정신 분석 이론으로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학습 이론은 앞서 말씀드린 대로 자위 행동이 쾌감을 준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것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면서 행동이 강화되고 빈도가 늘어난다는 건데요. 자위 뿐만 아니라 술이나 약물, 게임 등의 다양한 중독 질환에 적용 가능한 일반적인 이론입니다. 반면 정신 분석 이론은 집착적인 자위 행동이 어린 시절 부모를 비롯한 타인에게 거부당하는 경험으로 인해 외부를 향해 있어야 할 리비도(libido)가 무의식적으로 자기 내부를 향하게 되면서 발생한 결과라고 설명을 합니다. 리비도는 일반적으로 성욕이라는 의미로 사용되지만, 여기서는 ‘정신 에너지’ 정도로 생각을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즉 거부 당한 상처로 인해 다른 사람을 향해 쏟아야 할 관심과 에너지가 자기 자신에게 향해 있으니 성적 욕구 역시 타인과의 관계가 아닌 자위를 통해 해결하려고 한다는 겁니다.
치료법으로는 크게 약물 치료와 인지 행동 치료를 사용합니다. 진료하는 의사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보통 갈망감을 줄여주는 naltrexone이나 강박과 충동 조절에 도움이 되는 SSRI 등의 약을 처방하곤 합니다. 또 행위 중독의 기저에는 우울증이나 불안 장애등 다른 정신 질환이 동반되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 평가를 한 후 증상에 맞는 약을 함께 처방하기도 합니다. 인지 행동 치료는 자위 욕구를 유발하는 상황과 자위 행위 전후에 드는 생각을 파악하고 숨어있는 인지적 오류를 교정하거나 적절한 대처법을 찾아보는 등의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여기에 더해 앞서 말씀드린 정신 분석 이론에 입각한 면담 치료 역시 고려해 볼 수 있겠습니다. 무의식 속에 숨어 있는 상처와 결핍을 찾아내 면담에서 다루었을 때 그것이 해소되며 행위 중독이 호전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보내주신 사연만으로 S씨의 문제가 말씀드린 원인 중 어떤 것에 해당 되는지, 어떤 치료법이 적절할지는 알 수 없습니다. 간혹 정상적인 범주의 자위 행동인데도 과도한 죄책감을 느끼시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따라서 우선 가까운 정신건강의학과에 내원해 상담을 받아보실 것을 권유드립니다. 물론 상대가 의사라 하더라도 오픈하기 쉽지 않은 문제겠지만, 자위 행동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크시다면 진료를 통해 분명 도움을 받으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성 의학을 특화해서 진료하는 병원도 있으니 선택에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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