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를 위한 ADHD이야기(6/10)
[정신의학신문 :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미디어팀]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말은 처지를 서로 바꾸어 생각함이란 뜻으로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오해나 편견이 많이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가 들어있다. 인터넷에 ADHD의 원인이나 증상에 대한 정보는 많지만 정작 ADHD를 겪고 있는 학생 당사자와 학생을 보살피는 부모는 어떤 일을 겪고 어떤 심정일지에 대한 정보는 아주 부족한 실정이다. 직접 인터뷰를 통해 ADHD학생들과 성인, 그리고 부모들이 겪는 어려움을 직접 듣고 정리해보았다.
본인의 어려움
집중이 안 되거나 물건을 두고 오거나 할 일을 깜박 잊어버리거나 하는 ADHD증상은 누구나 조금씩 그런 성향을 지니고 있으므로 ADHD가 어떨지 누구나 어렴풋이 상상은 할 수 있다. 그러나 ADHD증상을 항상 그리고 심하게 경험하는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다른 사람들이 상상했던 거와는 많이 달랐다. ADHD를 오래 가지고 생활해온 성인들에게 그것이 어떤 느낌이 물어보니까 다양한 대답이 나왔는데 몇 가지로 분류할 수 있었다.
<부주의해서 자주 실수하는 것>
• 이제 ADHD가 내 탓이 아니란 건 알아요. 그래도 계속 내가 실패작, 쓰레기라고 느껴요. 어려서 들었던 말은 이제 나한테 하는 말이 되었어요. 너 지금 제 정신이니? 내 이럴 줄 알았다! 어쩐지 요새 좀 조용하다 했어! 똑바로 하는 게 하나도 없어! 한번 생각 좀 해보고 행동해라!
• ADHD는 제 삶 구석구석에 영향을 미쳐요, 그리고 감정에도요. 아침마다 안경, 아이디, 스마트폰 찾다가 지각할 때, 그리고 과제를 하려고 컴퓨터를 켰는데 새벽까지 게임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 때 저는 ADHD를 느껴요.
• 어렸을 때 선생님이나 엄마한테 혼날 때마다, 나중에 스스로에게 이런 말을 했던 것 같아요 - 너는 세상에서 제일 멍청해, 너는 세상에서 제일 나쁜 아이야! 맨날 부모님 실망만 시키고.
• 모두 내가 일부러 바보 같은 짓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 당신에게 ADHD가 없다면 알면서 왜 그러냐고 우리를 비난할 자격이 없어요.
• 나는 끊임없이 잊어버리지 않으려 신경 써요, 다음에 뭘 해야 할지, 뭐가 우선인지, 약속시간이 언제이고 몇 시에 집을 떠나야 하고 뭘 가져가야 하고. 저녁을 뭐로 할지, 할일 과 약속을 온갖 색깔 포스트잇에 써서 벽에 붙여놓았고 폰에는 알람을 설정해 놓았어요. 하지만 내가 정신을 잠깐 딴 데 쓰면 그 모든 건 사라져버려요.
<집중의 어려움>
• 방에 TV가 수십 대 있는데 소리는 반쯤 줄어있지만 제각기 다른 방송을 하고 있어요. 그 와중에 사람들이 여러 명 와서 옹기종기 대화를 나누고 있고 아이들은 웃고 재잘거리고 있어요.
• 저기 한 명이 심각한 표정으로 저에게 중요한 일이 잘못 되었다고 화내고 있어요. 그 방이 바로 제 머릿속이에요.
• ADHD를 가진 것은 마치 자신과 멈추지 않고 계속 대화를 하는 것과 같습니다.
• 내가 끝내야 할 "일들"의 소용돌이에 휩쓸려 익사하고 있는 느낌이에요. 근데 결코 끝이 없어요. 끝없는 무의미한 느낌이에요.
• ADHD는 미로 비슷해요. 항상 재미있고 화끈할 걸 찾지만 차분하게 하는 것도 동시에 찾아요. 미로에는 장애물이 있어요. 지루하고 일상적이고 내가 갖고 있지 않은 주의력을 필요로 하는 것들. 그걸 피하고 싶어요. 게을러서가 아니라 내 능력을 넘어서는 것이니까요.
<동기유발과 조직화의 어려움>
• 마치 컴퓨터가 큰 파일을 열려고 버퍼링 중인 느낌이에요. 아무리 해도 버퍼링을 멈출 수 없어요.
• 뇌에 "커짐" 버튼이 필요한 것 같아요. 내 행동의 일부가 ADHD 때문이라고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면, 그들은 제가 변명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 뇌는 18살이지만 몸은 61살인 느낌.
• 말이 통하지 않는 외국에 혼자 와있는 것 같아요, 시계도 없고 달력도 없이.
• 방에 들어가긴 했는데 왜 거기 가려 했는데 새까맣게 잊어버린 느낌, 그런 느낌이 무슨 일을 시작할 때 항상 들어요.
• 오래된 기차 같은 것 -천천히 출발하지만 일단 가속이 붙으면 서기 힘든. 내릴 승객이 있지만 무시하고 달려버리고. 최종 목적지만 생각하는.
• 약이 필요한 건 알지만 약이 먹기 싫은 이유는요, 약을 먹는 매 순간 제가 병신이란 괴로운 사실이 머리를 떠나지 않아요. 이걸 먹고 있는 한 나는 영원히 정상일 수 없구나 생각해요. 의사 선생님은 시력이 약하면 안경을 쓰듯이 집중력의 안경이라고 생각하고 부끄럽게 생각하지 말라고 하지만...... 가족들조차 저를 부끄러워하는 걸 느껴요.
부모의 어려움
한 연구에 따르면 ADHD아이를 키우는 어머니의 60-70%는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알려질 정도로 부모의 부담은 상당하다. 이들이 겪는 어려움은 다양하다.
• 아이가 ADHD 진단받고 나서는 단 하루도 마음이 편할 날이 없어요. 낭떠러지에 서 있는 느낌,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느낌이에요. 언제부터인가 가슴에 뭔가 뭉쳐있는 것 같은 느낌도 생겼어요. 이러다 아이보다 엄마인 내가 먼저 무너져 내릴 것 같은 불안감도 있어요.
• 내가 잘못 해서 그렇다는 죄책감= 내가 잘못 키워서 아이가 아프다는 죄책감이 가장 힘들어요. 특히 맞벌이 부부라 아이에게 충분한 사랑을 주지 못했다는 생각에 퇴사를 고민하기도 했어요. 주변에서도 문제 아이 뒤에는 항상 문제 부모가 있다는 죄명을 씌워 더 힘들어져요.
• 또래와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를 바라보는 안타까움= 아이가 화를 잘 내고 고집이 세기 때문에 친구들이 아이를 멀리 하는 경우가 많아요. 주변에 도움을 청해도 잘 해결되지 않는 문제라 가슴이 미어져요.
• 아이에게 자주 화내고 폭발한 다음 자괴감= 미적거림이 심해 여러 번 얘기해야 겨우 움직이거나 혼나고 나서도 돌아서면 잊어버리고 같은 잘못을 반복하는 행동 때문에, 아이에게 자주 화내고 소리 지르고 심지어 체벌도 자주 하게 되요. 다른 자녀에게는 부드럽게 말하는 상황도 ADHD 아이에게는 비꼬듯 말하게 되기도 해요. 아이와 부딪힌 후에는 항상 후회가 밀려오고, 그럼에도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스스로에게 자괴감이 들기도 해요.
• 공부나 신변처리를 항상 도와주어야 하는 부담= 숙제나 시험 준비를 할 때는 늘 옆에서 지키고 있어야 하고, 등교준비나 잠자리에 들 때에도 곁에서 재촉하지 않으면 제대로 되지 않아요. 다른 가족들은 돌볼 여유가 없어져 미안함도 커져요.
• 주변의 편견이 주는 상처= 매년 학기 초에 만나는 담임선생님은 물론이고 아이 친구들, 또 그 부모들까지 아이의 새로운 사회관계에서 만나게 되는 모든 대인관계에서 염려가 생겨요. ADHD라는 소문이라도 나면 주변과 단절되는 사태도 일어나니까요.
• 아이가 당하고 와도 항의조차 못하는 억울함= 아이가 다른 아이에게 맞고 오거나 따돌림을 당해도 당당하게 항의도 못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했어요. 억울해서 따져봐도 오히려 우리 아이 잘못이 더 크다는 얘기를 듣는 경우도 많아요. 더욱이 사납다는 뒷말까지 나오기 때문에 조심해야 하구요.
• 섣부른 주변의 충고= 명절에 만나는 친척이나 주변 이웃들까지도 ADHD 전문가인양 조언을 서슴지 않아요. 그냥 ‘ADHD 아이 키우는 게 그렇게 힘들다는데, 잘 버티고 있다’는 위로라든지 ‘절대로 엄마 탓이 아니니 당당하게 키우라’, ‘아이가 많이 좋아졌다. 약을 먹이는 게 제일 좋으니 꾸준히 먹이라’고 힘을 주는 사람이 가장 고마워요.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미디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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