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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신의학신문 Jan 30. 2018

ADHD 증상이 학습에 미치는 영향

교사를 위한 ADHD 이야기(7/10)

[정신의학신문 :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미디어팀]


학교란 학생이 모여 있는 곳이므로 학생들은 교사로부터 배우기도 하지만 또래 학생들로부터도 많은 것을 배운다. 그래서 교사들은 모범생이라는 말을 즐겨 쓰는데 다른 학생들이 보고 따라하는 모델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어 있다. 요새는 ‘엄친아’, ‘엄친딸’ 이라는 말이 더 자주 사용되는데 모범생이란 말을 모범생조차 듣기 싫어하는 세태를 반영한 것이다. 모범생의 반대말로 흔히 쓰는 말은 ‘문제아(problem child)’ 인데 시험 문제를 풀듯이 잘 풀면 학년말에는 교사가 된 보람을 느낄 수 있다는 의미가 들어있다. ADHD 학생은 교사가 풀어야 할 가장 어려운 문제 중 하나로 많은 교사들은 퇴근하고 나서도 머리를 싸매고 해결책을 궁리한다. ADHD는 학교에서 규칙을 지키지 않아 다른 학생에게 방해가 되며 친구들에게 인기가 없어 외톨이가 되기 쉬운데 교사의 또 다른 관심사항은 이들이 겪는 학습부진이다.

외국의 통계를 보면 ADHD 학생에게서 학습문제가 나타날 확률은 80%까지 보고되며 정상 학생에 비해 부진아가 될 확률이 2-4배 높고, 고교 중퇴를 할 확률도 3배 높다고 한다. 지능에도 악영향이 있는데 지능과 성적이 같았던 또래와 함께 ADHD 학생을 4년 동안 추적 관찰한 결과 4년 전에 비해 지능이 낮아졌으며, 읽기/ 산수 성취도도 낮아졌고 학교부적응(낙제, 나머지 공부 필요)의 위험도 높았다고 한다. 학습부진을 많이 겪는 이유는 과잉행동, 충동성, 주의력결핍 같은 ADHD 자체의 증상 때문이기도 하지만 학습장애, 언어발달 지연이 자주 동반되기도 하며, 학습부진이 오래 가다보면 점차 태도 면에서 학습동기, 수업참여도, 공부기술이 나빠지는 점도 일조한다.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집중이 힘든 것인데 ADHD학생은 정확히 말해 주의력이 ‘결핍’ 되었다기보다는 새로운 일에 대해서 주의력이 편향되게 몰리는 경향이 있다. 다시 말해 좋아하는 일에는 다른 학생보다 질중을 잘 하고 싫어하는 일에는 훨씬 집중을 못 한다. 좋아하는 건 집중을 잘 하니 ADHD가 아니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초등학생이라면 선택적 주의력이 더 문제가 되는데 지금 눈앞에 있는 작고 세밀한 정보보다는 주변 소음이나 물체에 의해 주의력이 ‘산만’ 해지고 과제로부터 이탈하기 쉽다. 중고생은 지속적 주의력이 더 문제가 되는데, 이는 반복적이고 지루한 과제를 하다가 갈수록 각성이 떨어져 실수가 늘어나는 현상을 말한다. 청소년들에게 집중이란 피로감과 지루함을 이겨내는 것과 같은데 이들이 ‘멍때린다’, ‘귀찮다’라고 할 때가 지속적 주의력이 떨어지는 순간이다.

ADHD 학생이 가진 높은 충동성의 영향도 만만치 않은데 ‘충동성’ 이란 말은 화를 참지 못하는 감정 측면과 놀고 싶고 편하고 싶은 본능을 억제하는 자기통제 측면도 있으며 문제를 끝까지 읽지 않고 답을 써버리는 인지적 충동성도 있다. 인지적 충동성이 있으면 4지선다형 문항에서 모든 문항을 검토하지 않아 실수가 많고 지시사항을 끝까지 보지 않는데다가 공부할 때도 모르는 부분이 나오면 이어서 나오는 내용을 읽다가 저절로 알게 되거나 나중에 도움을 구하지 못하고 공부를 중지해버리는 경우가 많다. 또 애매하거나 복잡한 내용이나 길고 상세한 정보가 포함된 학습을 어려워해서 초등학교보다 중학교 가면 성적이 많이 떨어진다.

시험 준비라는 장기계획의 측면에서도 나중에 얻을 좋은 성적을 기대하며 게임, TV 등을 잠시 참는 것이 필요한데 본능 억제가 학생이라면 영원히 풀어야 할 숙제이긴 하지만 ADHD 학생에게는 유독 문제가 된다. ADHD 학생을 치료하면 아이다운 자연스러움이 없어진다고 치료를 반대하는 부모가 있는데 그들이 말하는 아이다운 자연스러움은 대부분 아이가 가진 본능들이다. 학교와 교육은 이성이 점차 본능을 지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목적으로 생겼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사진_게티이미지


ADHD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증상은 과잉행동인데 아이의 행동이라는 것이 시간과 장소에 따라 변화가 많아 오해가 많을 수 있다. ADHD라고 해서 항상 과잉행동을 보이지 않으며 시간과 장소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난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과잉행동은 점점 없어지는데 과잉행동이 줄어들면 아이가 좋아진 것처럼 보이지만 주의력과 동기유발능력의 부족은 더 심하게 느껴질 수 있다. 초등교사가 꼭 기억할 사항이 있다. 학생은 수업 시간에 다른 학생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바른 자세로 움직이지 않고 말도 하지 말라는 요구를 받는데 이 때 학생은 에너지를 학습이 아닌 자신의 행동을 참는데 써야 하므로 집중력이 더 떨어지게 된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 몸을 흔들거나 손을 조물거리는 행동은 오히려 각성을 증가시켜 집중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바른 자세에 바른 정신이 깃든다는 오랜 격언은 틀렸다. 꼭 필요한 만큼만 바른 자세를 요구하고 그 밖의 시간에는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을 때 머리가 더 맑아진다.

증상 뿐 아니라 같이 동반되는 언어발달 지연이나 학습장애도 읽기, 쓰기, 셈하기 같은 기초학력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통계에 따르면 건강한 학생의 2-25%가 언어 표현에 문제가 있는 반면, ADHD 학생은 10-54%에서 문제가 있으며, 병원에 온 ADHD 학생의 2/3에서 과거에 언어발달이 지연된 적이 있다고 한다. 이들은 평소에는 말이 많은 편이나 정작 질문을 하면 제대로 대답하지 못 하며 듣는 사람이 잘 못 알아들어도 다시 명료하게 말해주지 못한다. 너무 빠르거나 느리게, 너무 큰 소리로 이야기 하는 경향이 있어 또래들조차 소통을 힘들어 한다. 난독증을 비롯한 학습장애도 25-33%에서 같이 동반되는데 여기서 유의할 사항은 집중을 못 해서 한글이나 계산이 늦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아주 심한 경우가 아니면 집중을 못 해서 한글을 늦게 깨우치는 것이 아니라 난독증 같은 다른 문제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난독증도 전체 학생의 5%로 ADHD 만큼이나 흔하다.

사진_게티이미지


마지막으로 작업기억력이 부족한 것이 ADHD 학생의 학습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는 점을 기억하자. 작업기억력이라는 심리학 용어를 잘 알고 있으면 ADHD 학생을 이해하고 지도하는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작업기억력은 정보가 잠시간 저장되고 조작되는 뇌기능으로 컴퓨터의 램(RAM)에 해당한다. ADHD뿐 아니라 학습장애, 언어장애 학생에서도 작업기억력의 부족이 발견되는데 우울, 불안 등의 정서요인도 일시적으로 작업기억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 집안에 안 좋은 일이 있을 때 성적이 떨어지거나 유독 시험불안이 심해서 평소 실력이 나오지 않는 이유는 작업기억력이 일시적으로 저하되기 때문이라 생각하면 된다.

작업기억력이 부족한 초등학생은 길게 지시하면 앞의 지시사항을 잊어버리거나 암산할 때 숫자를 자주 잊어버리며 말을 하거나 글을 쓸 때 일부분을 빼먹고 앞뒤가 맞지 않는다. 청소년이라면 수업을 들으면서 노트필기를 잘 하지 못하며, 글 읽을 때 앞의 내용을 잊어버리거나 글에 나타나지 않은 내용을 잘 추론하지 못하며, 여러 단계로 푸는 수학문제를 풀기 어려워 할 수 있다. 학생에게 지시할 때 짧고 분명하고 구체적으로 지시하고 말보다는 글로 써 붙어 놓으면 기억하기 쉽다. 또 지시를 했으면 이해했는지 꼭 확인하며 수업하다가 중간에 지금까지 수업내용을 요약해주면 좋다.

작업기억력이 좋은 사람은 화가 나도 자신의 행동의 결과를 동시에 생각할 수 있어 자제할 수 있으며, 지금 당장 하고 싶은 일에만 정신을 팔지 않고 더 중요한 목표를 상기시킬 수 있다. 작업기억력이 나쁘면 어제 지적받은 행동을 오늘 기억해서 일을 고치지 못하고 잘못을 반복한다. 교사가 할 일은 ‘갈림길’이 나오기 직전에 서있는 것이다. 갈림길 직전에 어제 갔던 길로 가지 말고 다른 길로 가라고 상기시켜주면 대부분의 학생은 새로운 길로 간다. 습관적으로 어제 가던 길을 오늘도 간 학생을 야단쳐도 행동을 그다지 교정되지 않는 이유는 학생이 갈림길에서 어제 혼난 사실을 떠 올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미디어팀
www.adhd.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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