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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신의학신문 Feb 01. 2018

타짜 - 비트코인과 도박 중독의 상관관계


[정신의학신문 : 유길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2017년을 마무리하는 키워드로 생활 분야에서는 한번뿐인 인생 후회 없이 이 순간을 사랑하자라는 뜻의 욜로(YOLO), 혼자만의 소비생활을 즐기는 사람을 일컫는 혼술, 혼밥이 뽑혔다. 정치 분야에서는 대통령 탄핵과 사드(THAAD) 배치로 인한 중국의 정치 보복 등이 있었다. 경제에서는 단연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가상화폐가 작년 한 해를 가장 뜨겁게 달궜다. 비트코인 열풍은 작년에 이어 올해 초까지 이어지고 있다. 최근 정부는 이런 현상이 정상적이지 않다고 판단하여 규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상화폐의 묻지마 투자 방식에 대해 많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과연 비트코인과 도박 중독에는 어떤 관련성이 있을까?


사진_영화 타짜 포스터 (제작사 싸이더스 FnH)


2006년 개봉한 영화, <타짜>는 많은 영화 애호가들에게 죽기 전에 반드시 봐야할 영화로 꼽히는 작품이다. 이 영화에서는 조승우, 김혜수, 유해진, 김윤석, 백윤식 등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배우들이 대거 출연했고 “나 이대 나온 여자야” 등의 많은 명대사도 남겼다. 영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타짜>는 도박에 관한 영화다. 주인공 고니는 가구 공장에서 일을 하다 우연히 공장 구석에서 벌어지고 있는 화투판에 끼게 된다. 초짜인 고니는 타짜가 판치는 도박판에서 3년간 성실히 모아온 돈과 친누나의 이혼 위자료를 순식간에 날린다. 이후 도박장을 전전하다 도박계이 전설인 평경장을 만나 잃었던 돈의 다섯 배를 따면 화투를 그만 두기로 약속하고 화투 기술을 배운다. 그리고 고니는 평경장과 함께 전국 도박장을 돌며 눈 먼 돈을 쓸어 담기 시작한다.


도박에 중독되는 과정에는 일정한 단계가 있다. <타짜>의 주인공 또한 비슷한 단계를 거친다.

첫 번째는 따는 단계(Winning phase)다. 고니는 호기심에 도박판을 기웃거리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도박에 끼어들게 되었을 것이다. 타짜들은 고니를 도박판에 끌어 들이기 위해 1~2 게임 정도 크게 잃어 주었을 수 있다. 예상하지 않게 큰돈을 땄을 때, 인간은 극도의 쾌감을 느끼고 이 감정을 잊지 못해서 도박 중독에 빠지게 된다.

타자들의 “설계”에 넘어간 고니는 곧 두 번째 단계인 잃는 단계(progressive-loss phase)로 들어간다. 이 단계에서 사람들은 본래의 이성을 잃고 도박에 점점 빠져 들게 된다. 그리고 더 많은 돈을 도박장에서 더 자주, 더 많은 돈을 잃는다. 고니가 가구 공장에서 3년 동안 성실히 모아 온 돈을 한순간에 날리는 장면이 이 단계에 해당된다.

세 번째는 절박한 단계(desperate phase)다. 도박에 돈을 잃게 되면 아무리 부자라 할지라도 밑천이 금세 떨어지기 마련이다. 이 단계의 도박 중독자들은 가족들 몰래 자동차, 부동산을 팔거나 목돈을 훔치는 방법으로 도박 자금을 마련한다. 어떤 사람들은 회사 공금을 횡령하거나 지인들에게 사기를 치기도 한다. 고니 또한 도박 밑천이 드러나자 친누나의 이혼 위자료를 훔쳐 도박자에 다시 들어섰다.

마지막은 절망의 단계(hopeless phase)다. 집안의 돈을 모두 끌어다 쓰고 횡령, 사기에 연류 되면서 인간관계, 사회생활이 불가능해 진다. 더 이상 회복이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이 들면 자살 시도 등의 극단적 선택을 한다. 도박 중독자들이 마지막 단계까지는 약 15년의 시간이 걸린다.


사진_영화 타짜 스틸컷 (제작사 싸이더스 FnH)


비트코인 거래는 현명한 투자일까, 아니면 도박일까? 어떤 이들은 가상 화폐 거래가 주식과 같은 합리적인 투자라고 주장한다. 가상 화폐 거래는 다수의 매수자와 매도자가 규격화된 상품을 거래한다는 점에서 주식 시장의 일부 성격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가상 화폐 거래는 주식 거래와 구별되는 몇 가지의 특징이 있다.

첫 번째는 주식 거래는 현물, 기업의 매출과 연동되어 있지만 가상 화폐는 실물이 전혀 없다. 거래는 단지 매수자와 매도자의 상상, 개념, 기대에 의존하기에 이것이 무너질 시 가치는 짧은 시간에 0에 수렴할 수 있다.

두 번째는 투자자를 보호하는 장치가 전혀 없다. 주식 시장은 하루에 가격 상, 하한선은 제한하고 투자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정보가 있을 경우에는 공시를 의무화하는 등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가상 화폐 거래는 이러한 보호 장치가 없기 때문에 소액 투자자들은 짧은 시간 안에 큰돈을 잃을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가상 화폐는 24시간 거래다. 그래서 가상 화폐 투자자들은 출근 후 직장에서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퇴근 후에도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작은 화면 속의 가격 변동에 일희일비할 수밖에 없다.

요약하면 실물 존재의 부재, 예측 불가능한 기댓값, 24시간 거래 등의 특성을 보이는 가상 화폐 거래는 현명한 투자라기보다는 카지노, 즉 도박에 가깝다.


사진_영화 타짜 스틸컷 (제작사 싸이더스 FnH)


영화 타짜의 주인공 고니는 약속한 돈의 다섯 배 이상을 벌었으나 결코 도박장을 빠져 나오지 못했다. 영화 속 평경장, 정마담, 아귀 등의 등장인물들은 상상하기 힘든 많은 돈을 도박장에서 쓸어 담았다. 하지만 그들은 떠돌이 생활을 하며 팔이 잘리고, 목숨을 잃는 등의 비참한 삶을 살았다.

도박으로 결코 큰돈을 벌 수 없으며 행복해질 수 없다. 이것이 <타짜>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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