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신의학신문 Feb 09. 2018

준비된 동생맞이와 성격 좋은 아이

[정신의학신문 : 조성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최근 전후 베이비붐 세대(baby boom generation)들의 은퇴, 노령화 사회, 인구 감소 등이 사회적 이슈로 사람들에게 회자된 지 오래입니다. 1960년대 출산율이 6.0명에 이르렀고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라는 표어부터 70-80년대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산아제한 캠페인까지 있었던 것을 감안한다면 큰 변화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 가족 구성원의 모습도 크게 변화했습니다. 요새는 이런저런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며 출산율은 급감하고 여러 명의 자녀를 두기를 주저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런 만큼 지금의 자녀에 집중하고 소중히 여기는 경향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하나 더 낳아볼까 고민할 때는 ‘둘은 있어야 덜 외롭고 성격도 좋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어서일 때가 많을 겁니다. 둘째 혹은 그 이상을 낳아서 기르게 되면, 처음이 아니기 때문에 기저귀 갈기, 분유 타기, 트림 시키기 등 수월하게 처리하는 일들이 많겠지만, 적지 않은 경우에 뜻밖의 문제에 봉착하게 됩니다. 이름하여 ‘형제자매 간의 시기와 질투’. 새로 개정된 소아정신의학을 참조하여 그 내용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진_픽사베이


형제자매 간의 시기와 질투 (Sibling Rivalry)의 모습


태어나서 적어도 1년, 대게는 그 이상 기간을 혼자서 부모의 사랑과 관심을 독차지하였는데 난데없이 태어난 동생을 받아들이고 그 사랑과 양육을 나누어 가져야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겁니다. 우리가 믿고 듣는 훌륭한 격언들을 남긴 위인들도 어려서는 그렇게 하지 못했을 겁니다. 게다가 이제 본인에게는 잘해주지 않는 안아주기, 젖 물리기 등을 동생에게는 마음껏 해주는 것처럼 보여 자신은 버림받은 느낌이 들고 매일 걱정이 이만저만 아닐 겁니다.


심통을 부리고 동생을 따라 하면서 젖병을 다시 물려고 한다거나 잘 가리던 오줌을 다시 싸는 등의 모습을 보일 수도 있습니다(일시적 퇴행으로 이해). 나에게 쏟아지던 사랑을 빼앗아간 동생이 사라졌으면 하는 생각에 몰래 만지고, 꼬집어 보고, 때로는 때려보기도 합니다.  


원인


이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첫째, 부모가 동생이 태어나기 전에 형이나 누나를 얼마나 심리적으로 준비시켰느냐 혹은 동생이 태어난 후 어떻게 대했느냐는 문제입니다. 동생 임신 중 동생의 탄생을 예고하고 동생에 대한 긍정적 기대를 할 수 있도록 준비시키고 출산 후에도 동생이 태어났어도 ‘너는 나의 귀엽고 사랑스러운 자녀’라는 표현과 최대한 배려를 보여 준다면 시기와 질투는 줄어들 것입니다. 그런데 동생이 남자니까 혹은 여자니까, 아니면 어떠한 이유에서라도 더 귀여워하고 편애한다면 첫째의 입장에서는 시기와 질투가 생기는 것은 물론, 본인 스스로 위험을 느끼게 될 겁니다.


둘째, 동생이 태어나기 전에 안정된 애착을 이루지 못했거나 걸음마기에 과잉보호 또는 훈육부재로 인해 자기자신만 알고 참을성 없이 자아통제력이 부족한 아이로 남아 있는 경우에도 동생과 부모를 공유할 수 없습니다.              

사진_픽사베이

올바른 양육과 대처


시기와 질투는 당연히 일어날 수 있는 감정이며 죽는 날까지 우리가 짊어지고 가야 할 마음의 일부분입니다. 일반적으로 ‘질투’를 우리가 안 좋거나 수준이 유치한 감정으로 치부하는 경우가 많아 거부감이 드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잘 살펴보면 ‘질투는 나의 힘’이 되어 어떤 일을 함에 있어서 동기부여가 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육아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동생이 생겼을 때 아이들이 보이는 ‘형제자매 간의 시기와 질투’는 대부분의 경우에 있어서 일시적입니다. 또한, 이를 통해 동생을 받아들이고 부모의 사랑과 보살핌을 공유하고 형제간의 애정도 발달하게 됩니다. 이러한 형제관계 형성과 적절한 경쟁경험은 나중에 또래와의 건전한 경쟁에도 영향을 미치고 도움이 됩니다. 이 과정을 잘 다룰 때 소위 ‘동생 생기고 성격 좋아진 아이’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심각한 시기와 질투를 보이고 폭력적이 되거나 그 지속 기간이 일시적이지 않은 경우에는 정상을 벗어난 것으로 보고 전문가들에게 조언을 구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또한, 첫째를 무조건 다그치기보다 부모의 태도에 그리고 그 동안의 양육과 훈육에 문제점이 없나를 살펴보고 그에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정신의학신문 홈페이지 바로가기

www.psychiatricnews.net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