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너무 바빠"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리고 자신도 자주 그 말을 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스친다.
정말로 시간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를 말하고 싶은 것인지.
심리학에서 '바쁨'은 단순한 시간 부족 이상의 의미를 가질 때가 많다.
바쁘다는 말은 때로 가장 안전한 거절의 언어다.
싫다고 말하면 관계가 불편해질까 봐, 실망시키는 것이 두려워서, 직접적인 표현 대신 바쁨을 방패로 쓰는 것이다.
이것은 거짓말이 아니라 자기 보호다.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했을 때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경험이 많은 사람일수록, 간접적인 언어에 더 익숙해진다.
바쁘다는 말에는 또 다른 층위가 있다.
자신이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싶은 욕구가 담겨 있기도 하다.
사회심리학자들은 현대 사회에서 바쁨이 일종의 지위 상징이 되었다고 설명한다.
바쁜 사람은 중요한 사람이라는 등식이 무의식 안에 자리 잡혀 있다.
그래서 실제로 여유가 있어도 바쁘다고 말하는 것이 더 편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생긴다.
여유롭다고 말하면 무언가를 제대로 하지 않는 사람처럼 보일까 봐 두렵기 때문이다.
반대로 바쁘다는 말이 도움 요청인 경우도 있다.
"나 지금 많이 힘들어", "누군가 알아채 줬으면 해"라는 감정이 바쁘다는 말로 압축되어 나오는 것이다.
이 경우 그 말에 "그렇구나, 힘들겠다"라고 반응하는 것과 "나도 바빠"라고 반응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결과를 만든다.
누군가의 바쁘다는 말이 유독 공허하게 들릴 때가 있다.
그 사람이 정말 전하고 싶었던 것이 시간 이야기가 아닐 수 있다.
자신이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면 한 번쯤 스스로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다.
나는 지금 진짜로 바쁜 것인지.
아니면 바쁨이라는 말 뒤에 표현하지 못한 다른 감정을 숨기고 있는 것인지.
그 질문에 솔직해지는 순간, 바쁘다는 말이 조금 다르게 들리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