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락하고 싶은데 먼저 하기 싫다.

by 심리학 한줄


보고 싶다.

연락하고 싶다.

그런데 손이 가지 않는다.

왜 항상 내가 먼저야, 한 번쯤은 저쪽에서 먼저 하면 안 되나.

그 생각을 하면서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어느새 한참이 지나 있다.

연락을 안 한 게 아니라 못 한 것인데, 시간이 지날수록 더 하기가 어려워진다.

이 감각이 자존심인지, 서운함인지, 아니면 그냥 지쳐서인지 스스로도 잘 모르겠다.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관계 불안'에서 비롯된 자기 보호 행동으로 설명한다.

먼저 연락했다가 늦게 답장이 오거나, 반응이 시큰둥하거나, 읽고도 한참 뒤에 짧게 돌아오는 상황이 두려운 것이다.

그 두려움이 손을 멈추게 한다.

먼저 하지 않으면 적어도 그 두려움을 확인하지 않아도 된다는 논리다.

이 패턴은 애착 심리학에서 말하는 불안 회피형 반응과 맞닿아 있다.

연결을 원하지만 거절이 두려워서, 원하는 것을 숨기고 기다리는 방식으로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다.

나도 그런 적이 있었다.

먼저 연락했다가 읽씹을 당한 날 이후로, 한동안 손이 잘 가지 않았다.

그게 상처가 됐다는 걸 인정하기도 싫었고, 그렇다고 아무렇지 않은 척하기도 어려웠다.

그냥 바빠서 못 봤다고, 요즘 연락을 잘 안 하게 된다고 스스로를 달랬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두려웠던 것이다.

또 그런 느낌을 받는 게.

문제는 기다림이 서운함이 된다는 것이다.

내가 먼저 하기 싫어서 안 했으면서, 상대가 연락 없는 것에 상처를 받는다.

그 감정이 모순처럼 느껴지지만, 사실은 아주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원하는 것을 표현하지 못한 채로 기다린 사람은, 기다린 시간만큼 감정이 쌓인다.

더 솔직하게 말하면, 먼저 하기 싫은 게 아니라 먼저 해도 괜찮다는 확신이 없는 것이다.

내가 연락했을 때 반갑게 받아줄 것이라는 믿음, 내가 먼저 손을 내밀어도 어색해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그 믿음이 흔들릴 때 손이 멈춘다.

지금 연락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딱 한 가지만 생각해 보면 좋겠다.

내가 먼저 하기 싫은 건지, 아니면 먼저 했다가 실망할까 봐 겁이 나는 건지.

그 차이를 알면, 오늘 그 연락이 자존심 싸움이 아니라 용기의 문제라는 게 보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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