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사람 소리를 들을수록 이상하게 속이 쌓인다.
참았고, 맞춰줬고, 먼저 이해했다.
그런데 어느 날 사소한 말 한마디에 폭발할 것 같은 감각이 올라온다.
이게 나인가 싶을 만큼 낯선 분노가.
착한 사람은 화가 없는 사람이 아니다.
화를 내면 안 된다고 가장 오래 학습한 사람이다.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억압된 분노'라고 부른다.
표현되지 못한 감정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안으로 쌓이는 현상이다.
화를 낼 때마다 눈치를 받았거나, 감정적인 사람으로 보일까 봐 두려웠거나, 화를 내고 나서 관계가 틀어진 경험이 있는 사람은 분노를 빠르게 눌러버리는 법을 배운다.
참는 게 미덕이라는 말을 너무 오래 들어온 것이다.
문제는 눌린 감정이 방향을 잃고 다른 곳으로 튄다는 것이다.
가장 관계없는 상황에서 폭발하거나, 자신을 향한 자기혐오로 흘러가거나, 몸이 먼저 반응해 이유 없이 피로하고 무기력해진다.
착한 사람이 갑자기 다 놓아버리거나, 아무 예고 없이 관계를 끊어버리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차곡차곡 쌓인 것이 한계를 넘은 것이다.
불편한 진실은 이것이다.
오래 착하게 굴었던 사람일수록 내면에 가장 많은 분노가 있다.
그리고 그 분노는 상대를 향한 것이기도 하지만, 사실 가장 깊은 곳에는 한 번도 자기감정 편을 들어주지 못한 자신을 향한 것이기도 하다.
오늘도 화가 났는데 괜찮다고 했다면, 그 감정은 사라진 게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 쌓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