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망친 게 저 사람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 말 한마디, 그 행동 하나 때문에 하루 종일 기분이 가라앉았다.
그런데 솔직하게 되짚어보면 이상한 지점이 있다.
그 사람은 이미 그 일을 잊었을 것이다.
나만 하루 종일 그 장면을 붙들고 있었다.
상처를 준 건 그 사람이지만, 그 상처를 하루 종일 다시 꺼내 들여다본 건 나였다.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자기 고문'이라고 부른다.
외부에서 들어온 자극보다, 그것을 반복 재생하는 내면의 작동이 실제 고통을 만든다는 개념이다.
뇌는 실제 사건과 그것을 떠올리는 것을 구분하지 못한다.
그 장면을 열 번 다시 떠올리면, 뇌는 그 일을 열 번 겪은 것과 비슷하게 반응한다.
상처는 한 번이었는데, 고통은 열 번이 되는 것이다.
더 불편한 진실이 있다.
반추를 멈추지 못하는 이유가 단순히 상처 때문만은 아닌 경우가 많다.
그 장면을 계속 돌려보는 것은, 내가 옳았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은 욕구와 연결되어 있다.
저 사람이 잘못한 것이 맞지, 내가 억울한 것이 맞지,라는 확인을 뇌에게 계속 요청하는 것이다.
그 확인이 끝나지 않는 한 장면은 멈추지 않는다.
그러는 동안 정작 그 사람은 아무렇지 않게 자기 하루를 살고 있다.
나만 그 장면 안에 갇혀 있는 것이다.
이것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
뇌가 위협으로 인식한 것을 해소하려는 자동 반응이다.
하지만 그 반응이 나를 보호하는 게 아니라 나를 소진시키고 있다는 것을 알아챌 필요가 있다.
오늘 하루를 가장 힘들게 한 것이 무엇인지 떠올려보자.
그 사람의 말인지, 아니면 그 말을 하루 종일 놓지 못한 나인지.
그 경계를 아는 것이, 고통에서 빠져나오는 첫 번째 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