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항상 있었다.
실수하면 안 되고,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싶고, 충분히 했는데도 부족한 것 같은 느낌.
주변에서는 완벽주의라고 했고, 나도 그냥 그런 성격인가 보다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나는 왜 이렇게 잘하고 싶은 걸까.
더 좋은 결과를 원해서라고 생각했는데, 그것만은 아닌 것 같았다.
잘했을 때 안도감이 드는 게 아니라, 못했을 때 찾아오는 공포가 더 컸다.
그게 다른 것이었다.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실패 공포 기반 완벽주의'라고 부른다.
더 나은 결과를 향한 동기가 아니라, 실패했을 때 무너질 것 같은 두려움이 완벽함을 강요하는 상태다.
이 두 가지는 겉으로 비슷해 보이지만 내면에서 작동하는 방식이 완전히 다르다.
전자는 잘됐을 때 기쁘고, 후자는 잘됐을 때도 다음 실패가 두렵다.
불편한 진실은 이것이다.
완벽하려는 욕구의 뿌리는 대부분 어린 시절에 있다.
잘했을 때만 칭찬받았거나, 실수했을 때 크게 혼났거나, 조건 없이 괜찮다는 말을 충분히 듣지 못한 사람은 성인이 되어서도 잘해야만 자신이 괜찮은 사람이라는 등식을 갖고 산다.
인정받으려는 게 아니다.
잘하지 못하면 사랑받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을 막으려는 것이다.
그 두려움이 쉬는 것을 허락하지 않고, 충분히 했는데도 더 하게 만들고, 잘됐는데도 기뻐하지 못하게 막는다.
나는 어느 날 일을 마치고 나서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지금 내가 더 하려는 게 진짜 더 잘하고 싶어서인지, 아니면 이 정도로는 부족할 것 같은 불안 때문인지.
그 차이를 알게 된 날부터, 멈추는 것이 조금씩 가능해졌다.
잘하고 싶은 마음은 좋은 것이다.
하지만 못하면 무너질 것 같은 두려움 위에 세워진 완벽함은, 결과가 아무리 좋아도 나를 쉬게 해주지 않는다.
충분히 했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줄 수 있는 것, 그게 완벽함보다 먼저 필요한 것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