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돌아오는 길에 그 말이 계속 떠올랐다.
그 자리에서 했어야 할 말들이, 왜 항상 집에 와서야 생각나는 걸까.
그때 이렇게 말했으면 됐는데, 그 말 한마디만 했어도 됐는데.
혼자 되뇌다가 결국 그냥 잠들었다.
나는 말을 못 하는 사람이 아니다.
생각도 있고, 할 말도 있고, 억울한 것도 분명히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 순간만 되면 입이 열리지 않는다.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동결 반응'이라고 부른다.
위협적인 상황 앞에서 뇌가 싸우거나 도망치는 대신 아무것도 못 하게 굳어버리는 반응이다.
이것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
뇌가 그 순간을 위험으로 인식했을 때 자동으로 작동하는 신경계 반응이다.
나는 한동안 그게 내가 소심해서라고 생각했다.
그 자리에서 말을 못 하고 집에 와서 혼자 분을 삭이는 게, 용기가 없어서라고.
그런데 어느 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하필 그 사람 앞에서만 이러는 걸까.
친한 친구 앞에서는 할 말을 다 한다.
낯선 상황에서도 크게 위축되지 않는다.
그런데 유독 특정한 사람, 특정한 상황 앞에서만 말문이 막힌다.
그 패턴 안에 오래된 무언가가 있었다.
말을 했을 때 무시당했던 경험, 화를 냈다가 관계가 나빠졌던 기억, 내 감정을 꺼냈을 때 돌아온 싸늘한 반응들.
몸이 그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서 비슷한 상황이 오면 뇌가 먼저 판단한다.
지금 말하면 또 그렇게 된다고.
그 판단이 입을 닫게 만든다.
집에 와서 하지 못한 말을 혼자 되뇌는 밤이 있다면, 자신을 탓하지 않아도 된다.
그 침묵은 나약함이 아니라, 오래전에 배운 자기 보호다.
다만 한 가지는 알아두면 좋겠다.
그 보호가 나를 지켜주고 있는지, 아니면 하고 싶은 말을 평생 집에 와서만 하게 만들고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