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잘 풀리기 시작했다.
바라던 것들이 하나씩 이루어지고 있었고, 객관적으로 봐도 좋은 흐름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기뻐야 할 것 같은데, 자꾸 뭔가 잘못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이게 너무 잘 되고 있는 거 아닌가, 곧 한 방 맞는 거 아닌가.
좋은 일이 생길수록 오히려 더 긴장했다.
처음엔 그냥 내가 걱정이 많은 사람이라 그런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날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잘 되는 것에 왜 이렇게 익숙하지 않은 걸까.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성공 공포'라고 부른다.
잘 되는 상황 자체가 불안의 원천이 되는 심리다.
뇌가 좋은 일을 좋은 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위험 신호로 해석하는 것이다.
이 패턴은 주로 좋은 일 뒤에 반드시 나쁜 일이 따라왔던 경험이 반복된 사람에게 깊이 새겨진다.
기대했다가 무너진 기억이 많을수록, 뇌는 기쁨을 방어 없이 느끼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불편한 진실은 이것이다.
잘 되고 있는데 불안한 것은 감사할 줄 몰라서가 아니다.
좋은 것이 오래 가본 경험이 없어서다.
나는 어느 순간부터 잘 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 찾아오는 불안을, 쫓아내려 하지 않고 그냥 옆에 두기 시작했다.
불안아, 너는 내가 이걸 소중하게 여긴다는 뜻이구나.
그렇게 읽기 시작하니까 조금 달라졌다.
잘 되고 있을 때 불안한 사람에게 필요한 건 더 많은 확신이 아니다.
지금 이 좋은 것이 무너지지 않아도 된다고, 이번엔 괜찮아도 된다고 스스로에게 천천히 허락하는 것.
그게 생각보다 오래 걸리는 일이지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