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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할머니 장례식 그 후의 이야기

할머니가 돌아가셨지만 세상은 돌아간다

할머니가 돌아가셨지만 세상은 참 무심하게 잘 돌아가요. 

할머니가 3월에 돌아가셨으니 벌써 두 달이 지난 거예요. 

시간은 참 빨라요.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는 추웠는데 돌아가시고 몇 주가 지나고 벚꽃이 폈고 지금은 온통 초록색으로 변했고 날씨가 많이 더워졌어요. 


아침에 일하는데 할머니 임종 소식을 아버지한테 들었어요. 정말 필요한 이야기나 용건이 아니면 전화하지 않는데 아침에 연락이 와서 잠깐 받으니 할머니 임종소식을 듣고 퇴근 후 장례식장에 갔어요. 


가족들이 어찌나 울던지 특히 이모할머니들이 많이 슬퍼하면서 할머니 이야기를 나눠주셨는데 할머니는 첫째라서 이모할머니들한테 중심도 잡아주고 엄마 같은 존재 였다고 했어요.  


장례식장에서 많은 분들이 할머니를 위해 슬퍼했어요. 많은 분들이 슬퍼하고 그리워하고 아쉬워했다는건 생전 할머니가 좋은 분이셨다는 걸 상기시켜줘요. 


집에서 사망하면 과학수사대가 온다는 걸 배웠어요. 할머니는 뇌졸중 전조증상이었고 새벽 1시나 2시에 심근경색으로 돌아가셨다고 말하더라고요. 들으면서 할머니가 새벽에 가슴이 압박되고 숨 쉬기 힘든 증상이 오면서 얼마나 괴로웠을까 할머니가 돌아가시는 과정을 시뮬레이션을 돌리니 눈물이 많이 났고 할머니 고통이 느껴져서 슬펐어요. 


할머니는 86세의 나이로 돌아가셨지만 제가 학업을 늦게 마치고 사회에서 일을 늦게 시작하다 보니 이제야 조금씩 여유가 있어서 같이 카페도 가고 식사도 자주 하고 이야기 나누고 싶었는데 그때 같이 복어국을 먹었을 때는 그날이 마지막날인지 몰랐어요. 알았으면 더 오래 할머니와 있다갈걸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이 하고 나눌걸 아직도 아쉬운 마음이 많이 들어요. 


할머니랑 같이 밥을 먹고 할머니집에서 같이 차를 마시고 TV를 보다가 자고 가라고 말하는 할머니의 제안에 괜찮다고 집에 왔던 순간이 너무 후회되고 미안한 거 있죠. 그때는 또 다음날 출근해야 하니깐 집에서 쉬고 싶은 마음이 컸나 봐요. 미안해요 할머니. 


사망을 하면 진행할게 많들라고요. 첫째 날은 할머니가 집에서 사망하셨기에 가족들이 할머니 사망진단서를 받기 위해 과학수사대를 통해 사안을 확인하고 받았고 사망진단서는 최소 7통 필요하니 넉넉히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고 하더라고요. 삼우제를 지내며 가족분들 친지분들이 많이 와주셨고 같이 애도하는 시간들이 힘이 많이 됐어요. 

이후 아빠와 삼촌들은 다 같이 할머니 사망신고, 보험처리, 소유권이전등기신청, 유품정리등 가족들이 정리하느라고 정신없이 시간이 흘러간 것 같고 아직도 진행 중이에요. 


시간은 지나갔지만 할머니가 항상 멀리서 응원을 해주고 퇴근 후에 가끔 집에 가면서도 전화하면 

반갑게 인사하고 이야기했는데 그런 대화를 이제는 못해서 슬퍼요. 

항상 밥먹고 인사하고 가려고 하면 집 밖에서 멀리서 손을 흔들어주는 할머니의 모습을 이제는 못본다는게 슬퍼요. 

항상 만나면 할머니는 옛날 이야기 그때 그시절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그런 시간들이 그리울거에요. 

어렸을때 자주 만들어주셨던 시레기국 그리고 아이스크림 먹던 시간도 그리울거고 같이 손잡고 안고 

사랑한다고 말하던 인사들도 그리울거에요. 

제가 힘들다고 하면 "원래 다 그런거라고 다 그렇게 살았다"라고 말씀하셨는데 그 말이 이상하게 항상 큰 힘이 됐어요. 


할머니가 가고 나서 인생은 유한하고 영원하지 않다는 걸 다시 상기시켜 주셨어요. 

쉽지 않은 세상인 것 같아요.

처리할 것도 많고 끊임없이 배우고 일해야 하고 인생이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일을 하거나 다른 것들을 처리하면서 몰입하고 바쁘면 잊고 살다가 또 할머니가 문득문득 생각나고 그리워요. 시간이 약이라고 말하는데 시간이 약이겠죠? 


저는 앞으로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삶을 살아가야 할까요? 

삶을 살아가는 의미를 가끔은 어떻게 찾아야하는지 모르겠어요. 아직도 어려워요. 

아직도 찾고 있는 것 같아요. 


가끔 사는 게 뭔가 싶다가도 또 남은 시간들이 있기에 최선을 다하고 하루하루 감사하면서 사는 게 맞지 않나 싶기도 해요. 

또 가끔은 사는 게 뭔지 잘 모르겠어요. 사는 게 어려워요. 어떻게 사는 게 정답인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이만큼 살다 가신 할머니가 대단해요. 할머니를 보면서 힘과 용기를 가져요. 


죽으면 어디로 가나요? 

할머니는 살아생전에 가족들에게 짐이 될까 봐 건강을 많이 신경 쓰셨죠 

이제는 편히 쉬세요. 천국에서 걱정 없이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어요. 이제는 편안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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