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자 노트
요즘 상담을 하면서 느꼈던 어려움을 정리해봅니다.
크게 3가지로 정리할 수 있겠는데요.
스스로 느끼는 한계와 두려움을 알아차리고 조금 더 유연해지려고 합니다.
정확한 공감을 하기 위해 질문하는 것도 중요하고,
그 감정에 접촉하고 머무르기 위해 질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내담자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왜 상담에 오게 되었는지를 잊으면 안 되겠습니다.
바빠지는 상담자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내담자의 슬픔, 억울함, 분노를 충분히 느끼고 말할 수 있도록
not-knowing의 자세로 견뎌주는 것,
얼키고 설킨 복잡한 감정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벗겨보며 머무를 수 있도록 버텨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러고 나서야,
꽉 들어찬 주전자의 증기가 조금 빠진 후에야
누군가에게 내가 들려지고 있구나 느낀 후에야,
마음에 공간이 생기고
원래의 내가 그랬던 것처럼 넓은 조망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너무 빨리 공감하고 여러 가능성을 제시하면서 조망을 넓히려고 하지 않아도 괜찮다,
지름길은 없다, 스스로에게 말해봅니다.
기업 상담자로서 조직 내의 내담자이자 조직원의 안전을 지켜야 한다고
과도한 책임감과 의무감을 느끼게 되면,
많은 것을 책임져주거나
여러 해결방법을 너무 빨리 말해주거나
도움을 찾는 행동을 치료자가 대신해주려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결국 상담이란 내담자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자기감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므로,
그 사람이 할 수 있다고 믿어주지 못하고
그 사람이 혼자서 할 수 있는 가능성을 과소평가하고 있지 않는지
스스로 점검해 봅니다.
세상과 자신에게 너무 화가 난 내담자가
그 분노를 어쩌지 못한 채
자살 충동을 이야기하며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할 때,
상담자는 무력해집니다.
상담에서 내가 얻을 수 있는 게 무엇이냐고,
사는 게 지옥인데 여기에서 살라는 건 지옥으로 돌아오라는 거 아니냐며,
조용하게 몰아붙이는 내담자 앞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작아집니다.
상담자도 내담자와 같이
내가 아무것도 하지 못할 것이라는 무력감과 예상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됩니다.
하지만 내담자를 위해 앞에 섰습니다.
그 사람의 말을 따라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쉽게 따라가서 공감하며 무력해져서는 안되겠습니다.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질문하며
당신의 고통을 좀 더 알고 싶다는 자세를
힘들지만 계속 알아차리며 유지해야겠습니다.
그리고 상담관계에서 느껴지는,
내담자의 말과 행동에서 느껴지는,
상담자의 감정과 생각도 용기 내어 개방해야겠습니다.
그래야만 한다는 걸 알면서도 여전히 두렵지만,
상담자이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직면하고 갈등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도 될 수 있어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되뇌어봅니다.
상대방이 느끼는 어려움에 대해 연민의 감정을 느끼며 다가가고 싶은 순간,
슬퍼하다가도 어이없음에 함께 실소를 터뜨리는 순간,
잠시 지친 마음을 알아차리고 다시 상담에 들어가는 순간,
그래도 상담자로 있을 수 있어서,
마음챙겨서 그 관계와 순간에 존재할 수 있어서,
참 좋다고 느꼈습니다.
우연히 유튜브에서 맞닥뜨린 구절이 있습니다.
상담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던 와중에,
맞아 이래서 상담하지, 하는 아하 모먼트가 있었어요.
영상의 주제는 외로움이었지만 제 맘대로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어 소개해 봅니다.
행복을 연구하는 UC 리버사이드 심리학 교수 소냐 류보머스키는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한시간을 행복하고 싶으면 낮잠을 자라
하루를 행복하고 싶으면 낚시를 가라
한달을 행복하고 싶으면 결혼을 해라
일년을 행복하고 싶으면 집을 사라
마지막으로
평생 행복하고 싶으면 다른 사람을 도와주면서 살아라.
상담이 지금 너무 힘겨워서 다르게 살고 싶다는 마음에 동참하며 돕는 일이어서
상담을 하고 싶었고 하고 있었구나 알아차려봅니다.
내집마련보다 결혼보다 더 행복감을 주는 일을 하고 있구나, 너스레를 떨며 슬몃 웃음 지어봅니다.
*구절 출처: 과학적으로 검증된 외로움 극복 방법, 의외로 아주 간단합니다 / 심리학자 한소원 교수 (Sowon Hahn) https://www.youtube.com/watch?v=I6PWTBj8EW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