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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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대상관계 심리치료 실제>의 10장, 투사적 동일시를 함께 읽어봅니다.
● 투사적 동일시(projective identification)은 대체 무엇입니까? 둘 이상의 사람 사이에서 일어날 수 있는 방어기제로 본질적으로 두 단계를 포함합니다: 1) 한 사람이 감당할 수 없는 생각이나 감정을 다른 사람에게 투사하는 방식으로 행동합니다. 이것이 투사 부분입니다. 2) 투사를 받는 사람은 마치 이 생각이나 감정이 자신의 특성인 것처럼 느끼고 행동하기 시작합니다. 이는 동일시 부분입니다.
● 투사적 동일시를 알아차리려면 치료 중 일어나고 있는 것에 대한 치료자 자신의 감정 반응을 끊임없이 살펴야 합니다. (..) 게다가 투사적 동일시는 흔히 투사된 긴박감을 담고 있습니다 "지금 해결해! 지금 뭔가를 해! 지금 반응해!"라고 말입니다. 내담자와 말하는 동안 이러한 긴박감을 인식한다면 이것은 투사적 동일시가 어떤 식으로든 작동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꽤 민감한 경고입니다.
현대 정신역동치료에서는 과거의 강렬한 관계 경험에 영향을 받아 현재 일어나는 일을 왜곡되게 받아들이고 행동하게 되고, 그것이 치료관계에서도 재현된다고 봅니다. 정신역동적 치료접근의 꽃은 특히 치료관계에서 재현되는 전이 transference일텐데요. 전이 반응을 일으키는 중요한 방어기제로 투사적 동일시를 소개하면서 시작합니다.
투사적 동일시는 특히 자신이 감당하기 힘든 생각이나 감정을 상대방의 것으로 느끼게 만드는 방어기제이고, 치료관계에서도 반복되기 마련입니다. 치료자가 내담자로부터 '투사'가 일어나는 순간을 알아차리고 그 투사에 '동일시'되지 않고 치료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무척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투사를 알아차리고 동일시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바로 치료자의 감정 반응을 살펴봄으로써, 특히 '긴박감'을 알아차리는 것이 투사를 알아차리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고 이야기합니다.
● 수잔은 치료자가 과잉반응을 보이고 있음을 암시하는 말을 합니다. 이 말은 치료자인 여러분이 뭔가를 갈구하고 있음에 대한 공격을 담습니다. (..) 이런 말과 이 말에 함축된 의미 때문에 치료자가 짜증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 앞서 언급한대로 수잔은 자신이 다른 사람들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는 가설을 세웠습니다. 이것은 수잔 내면에 내적 갈등과 긴장 상태를 만들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 수잔은 심리치료가 자신에게 불러일으키는 갈구함 needy의 느낌 때문에 짜증을 느낍니다. 그 결과 발생하는 긴장을 제거하려는 무의식적인 노력으로 치료자와 그녀 사이에 유사한 갈등을 만들어 내는 방식으로(회기에 지각함으로써), 자신이 견뎌 내지 못하는 느낌(갈망과 갈구함의 느낌)을 여러분에게 투사합니다. 그런 다음 수잔은 이 관계에서 갈구하는 사람이 치료자라고 지각하고, 이제 치료자에게 있다고 지각하는 갈구함을 공격합니다. 그 결과 수잔은 더 이상 이것을 자기 안에서 발생한 것으로 지각하지 않습니다. (..) 애초에 수잔 마음속에 있었던 갈등이 이제 치료관계에서 치료자와 수잔 사이에 있는 것으로 지각되고, 그것에 대해 책임 있는 사람은 치료자로 여겨지게 됩니다.
수잔의 사례를 통해 투사적 동일시를 생생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20분 지각을 한 수잔은 이 사실에 대해 직면하는 치료자에게 과잉반응을 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금전적으로 탐욕스러운 존재임을 암시하는 반응을 합니다. 이에 대해 치료자는 짜증을 느끼게 되는데, 이렇게 치료자 내면에 일어나는 '감정 반응'은 투사에 대한 온도계가 됩니다. '지금 왜 이렇게 짜증을 느끼는가? 이 감정은 치료자인 나로부터 시작되는 감정인가? 그게 아니라면 내담자에 대해 무엇을 말해주는가?'하는 점검을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과정은 무척 섬세하고 빠른 판단이 필요한데, 치료자는 치료 장면에서 일어나는 자신의 감정 반응을 민감하게 알아차리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연구 문헌에서는 마음 챙겨서 알아차리는 노력을 계속하다 보면 그 감정이 일어나는 그 순간에 바로 인식하는 수준이 높아진다고 밝혀졌습니다.)
●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분석하고 어떤 치료적인 반응-행동을 선택하는 치료자의 능력은 내담자의 다른 관계와 치료관계를 구별 짓는 핵심적인 특징입니다. 병리적 투사적 동일시에 대한 치료적 반응은 내담자가 지금 투사하고 있는 것을 '되찾아가는' 기회를 주는데, 새롭고 변형시킨 형태로, 즉 치료자가 투사된 것을 처리하고 되돌려주는 반응을 통해서 이루어집니다.
● 상황에 대해 이해를 살펴보았다면 다음에 할 일은 어떻게 반응할지 결정하는 일입니다. 대체로 세 가지 '강도'의 반응을 고려할 것입니다. 부드러운, 중간 정도, 그리고 강렬한 반응입니다. (..) 이 반응들이 모두 수잔에게 자신의 정서 상태를 좀 더 기술하도록 요청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십시오.
어떤 기제를 통해 투사가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 가설을 세웠다면 이제 어떻게 치료적으로 반응할지 선택해야 합니다. 치료자는 수잔에 대한 가설, 즉 자신의 갈구함을 어떻게 견뎌내고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대한 가설을 가지고 있지만 이것을 그대로 드러내지 않습니다. 설익은 해석은 어쩌면 '투사적 동일시'에 의한 치료자 반응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치료관계에 균열을 일으키기 쉽기 때문입니다.
치료자는 자신이 이해한 것을 토대로 '내담자에게 초점을 맞춰' 반응하게 됩니다. 내담자의 인식 수준과 자아 강도에 따라 지금 일어난 상황을 직면하고, 이에 대한 내담자의 생각이나 느낌을 명료화합니다. 이러한 치료자의 반응은 어떤 면에서 인지행동치료의 소크라테스식 질문과도 비슷한데요. 인지행동치료에서 치료자는 내담자의 인지적인 왜곡이나 악순환의 기제에 대해 스스로 통찰할 수 있는 질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됩니다.
안전하고 윤리적인 상담을 위해서는 엄격한 수련 과정을 통해 공인된 전문가를 찾으시기 바랍니다. 임상심리전문가(한국임상심리학회), 상담심리사(한국상담심리학회), 전문상담사(한국상담학회),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등의 자격을 확인하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참고한 책들
- Allan G. Frankland. (2014). The Little Psychotherapy Book: Object Relations in Practice. Oxford Univ Pr. 김진숙 역. (2019) <대상관계 심리치료 실제: 사례로 보는 치료 안내서>, 학지사.
- N. Gregory Hamilton. (1990). Self and Others: Object Relations Theory in Practice. Jason Aronson Inc. 김진숙, 김창대, 이지연 역. (2007). <대상관계 이론과 실제: 자기와 타자>, 학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