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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팥크림빵 Jul 19. 2021

[실용적 정신역동치료] 함께 읽기: 1-4주차

함께 읽는 즐거움

Photo by Fernando @cferdo on Unsplash


  요즘 온라인북터디를 통해서 정신역동치료 원서를 하루 3페이지씩 읽고 있습니다. 자율적으로 읽는 분위기이지만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지치지 않고 읽어나갑니다. 어느새 1달이 되어가면서 1부에 해당하는 3개의 챕터를 읽었습니다. 우리는 매주 읽은 분량에 대한 소감을 공유하는데요. 틈틈이 적어내려간 소감을 모아서 올려볼까 해요.


  그래서 무슨 책을 읽고 있느냐 하면 2010년 출판된 <Psychodynamic therapy: A guide to evidence-based practice> 입니다. 쉽고 간결한 문체에 사례와 비유가 곁들여져서 부담 없이 읽고 있습니다. 어려운 것도 쉽고 명쾌하게 전달하는 대가들의 내공이 부러울 따름입니다. 덕분에 '정신역동치료'하면 어쩐지 만연체에 잠식당할 것 같은 고정관념이 벗겨지고 있어요.


  책의 제목을 우리말로 한다면 <정신역동치료: 근거기반 임상활동을 위한 지침서> 정도 일 텐데, 본문에서 최근의 정신역동치료이자 저자들이 지향하는 정신역동치료를 "실용적 정신역동 심리치료 Pragmatic Psychodynamic Psychotherapy, PPP"로 명명하고 있어서, 글의 제목도 "[실용적 정신역동치료] 함께 읽기"로 정했습니다.


1주차 pp. 7-21.


  저는 최근 정신역동치료가 위계적 치료관계에서 벗어난 흐름을 설명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어요. 개인의 무의식이 성적, 공격적 추동과 같은 내적인 공상에서 기인하는 게 아니라, 외적 사건 즉 환경에 영향을 받아 나타난다는 가정을 받아들였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적인 공상, 환상을 해석해 주는 치료자가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재현되는 과거의 관계-감정 패턴을 해석하는 데 초점을 맞추게 되었다고요. 이렇게 정신역동치료가 프로이트의 심인결정론과 결별함으로써 치료관계의 위계가 자유로워지게 되었다는 흐름이 새롭게 느껴졌어요.


  그리고 1장 마지막에 정리되어 있듯이, 치료적 관계의 수평성, 심리교육과 투명성, 다시 쓰는 내러티브 등이 정신역동치료에 통합되고 있다는 점은 모든 치료이론들의 언어가 다를 뿐 핵심은 비슷하다는 걸 느끼게 합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지금의 정신역동치료가 다른 치료 접근과 구분되는 점이 무엇일지 기대가 됩니다.


2주차 pp. 22-36.


  지난주 1장을 마무리하면서 그렇다면 지금의 실용적 정신역동치료는 다른 치료와 어떤 구분이 있을까 질문을 했었습니다. 이번 주차에 그 부분에 대한 힌트가 있어서 반가웠습니다.


  먼저 '갈등과 갈등의 해소'가 정신역동치료가 추구하는 다른 치료와의 구분되는 특징이라고 강조합니다. 어떤 정신역동 모델이든 다양한 정신적 구조를 the lens of conflict and compromise로 바라본다는 구절이 있었습니다. 내적인 추동, 충동, 공상에 인지, 정서적 느낌까지 포괄하는 실용적 정신역동치료 역시 개인의 정신적인 세계를 '갈등과 타협의 렌즈'를 통해 보고 있는 것이겠죠.


  '갈등'이 병리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곤 하지만, 사실 갈등은 모든 삶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난다고 이야기합니다. 갈등이 문제가 아니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더 나은 타협을 일궈내는 것이 삶의 목적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렇다면 실용적 정신역동치료의 궁극적인 목적은 내적인 욕구들 간의 건강한 타협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두 번째로는 기존 정신역동치료와 다르게 추동, 정서, 인지, 행동을 모두 강조합니다. 각각 독립적인 영향력을 가질 수 있다고 가정하는데 이 부분은 여타 치료적 접근과 유사해지는 모습입니다. 그러면서, 정서를 강조하는 내담자에게는 치료자가 인지에 초점을 맞추고, 인지를 강조하는 내담자에게는 정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한다고 했는데, 이 부분이 실제 치료에서도 꼭 필요한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로샤 채점체계나, 실제 임상경험에서도 드러나듯이, 생각으로 꽉 차 있는 내담자는 정서에 접촉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정서에 압도된 내담자는 자신의 정서를 관찰하고 기술하여 정서를 좀 더 객관적으로 살피도록 하곤 합니다.


  세 번째로는 과거의 외상 경험의 영향을 강조합니다. 사실 CBT에서도 '정서적 가교를 잇는다'라는 식으로 필요하다면 뿌리가 되는 경험들을 자세히 탐색하게 되는데요, 최근의 심리치료 흐름을 수용한 것으로 이해가 됩니다. 미묘하고 미세한 갈등도 중요한 과거 경험이 될 수 있다는 점이 새로웠는데, 미세한 혐오표현을 일컫는 micro-aggression과도 연결되는 듯했어요. 치료자가 재현되는 패턴의 뿌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소한 갈등이라도 민감하게 알아차리고 질문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이 미묘한 갈등의 여러 종류를 언급하고 있는데, 욕구와 기회/아이와 양육자의 기질/신경생물학적인 특성 등 갈등의 원천을 단지 강렬한 외상사건이나 양육자와의 관계에 한정짓지 않고 여러 요인들을 주의 깊게 살필 필요가 있겠습니다.


3주차 pp. 37-51.


- 실용적 정신역동 심리치료의 치료적 관계: 역시 치료자는 지금 여기에서 일어나는 감정에 민감해야 한다. 치료 관계에서 일어나는 작업은 1) 과거의 왜곡된 내러티브를 업데이트하는 작업일 수도, 혹은 2) 치료 관계에서 재현되는 패턴에 대한 작업일 수 있다.


- 사례 개념화: 주요한 병리적 시나리오와 더불어 비-정신역동적인 요인들을 고려한 통합적 사례 개념화.


- 치료 계획: 치료 목표는 '어려움을 겪는 영역'뿐만 아니라 '발달 과업과 개인적인 성장'에도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 변화 촉진의 3요소: 1) 탐색, 2) 대안적 지각을 발달시키기 - 개방형 토론과 탐색, 3) 새로운 행동의 시도


  변화를 촉진하는 3가지 방법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어려움에 대한 구체적인 탐색을 기반으로,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 질문하며 왜곡된 지각을 좀 더 지금-여기의 현실에 맞게 교정하고, 새로운 행동을 시도하기를 제안해야 합니다. 정신역동치료에서 '새로운 행동을 시도하도록 제안'한다니, 새롭지 않나요? 


  저자들은 새로운 행동 패턴을 시도해보도록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작업하는 것의 치료적 이익이, 그로 인해 치료적 전이 작업을 어렵게 하는 위험보다 클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었어요. 이 점이 저자들이 말하는 "실용적 pragmatic" 정신역동 심리치료와 맞닿아있다고 느껴집니다. 


4주차 pp. 52-67.


  이번 주 분량에서 제게 인상 깊었던 부분은 두 가지인데, CCRT 그리고 인지행동치료(CBT)와 실용적 정신역동치료(PPP)의 구분입니다.


  먼저 CCRT(Core Conflict Relationship Theme, 핵심 갈등관계 테마)는 치료자와의 관계에서도 재현되는 주요한 갈등적 대인관계 테마를 개념화하는 방법으로, 3가지 요소가 포함됩니다: 1) 스스로 바라는 욕구 wish, 2) 타인의 반응 response of other, 3) 타인의 반응에 대한 나의 반응 response of self. 이 기법은 치료에서 정서적 측면과 인지적 측면의 균형을 꽤하도록 하는데, 정서적 반응이 어떤 식으로 해석되는지를 확인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내담자가 반복되는 패턴에 대한 인식 수준이 높아진 국면에서, CBT의 사례 개념화처럼 CCRT를 협력적으로 재구성해보는 과정을 거치면 패턴에 대한 인식을 명료화하고 나아가 새로운 관계 경험으로 이어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그리고, CBT와의 구분에서는 구별점보다는 공통점에 관심이 더 쏠렸습니다. 최근 치료흐름이 구성하는 언어만 다를 뿐 본질은 비슷하다고 느끼고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두 치료는 자신, 타인, 세상을 받아들이는 지각 perceptions을 보다 정확하고 현실적으로 만드는데 목적이 있고, 모두 자신의 상황에 대한 '내담자 스스로의 이해'가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그리고 두 치료는 모두 반복되는 패턴에 대한 작업을 통해 변화를 유발합니다.


  그런데 변화를 일으키는 과정은 두 치료적 접근이 상당히 다른 양상입니다. 먼저 CBT는 구조화된 형태로 회기를 운영해 나가고, 명확한 기술과 투명한 심리교육을 통해 협력해나갑니다. 이를 통해 반복되는 패턴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업데이트하며 수정해나가죠. 반면에 PPP는 보다 개방적이고 비구조화된 형태로 진행되는데 퇴행이 일어나기도 하고 전이를 관찰하기 쉽게 하는 방식입니다. 이를 통해 고통스러운 사건과 관련된 감정들을 탐색하고 치료관계를 활용하여 반복되는 패턴에 대한 인식을 높여요. CBT가 적극적인 개입과 기법을 통해 반복되는 패턴의 '수정'을 도모한다면 PPP는 내담자의 내러티브에 머무르면서 반복되는 패턴의 '인식'에 초점을 맞춥니다. 


  Rogers가 제안했던 인간중심상담이 치료적 관계만으로도 변화를 일으키기에 충분하다고 보았다면 PPP와 CBT는  치료적 관계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입장입니다. PPP는 치료적 관계를 기반으로 반복되는 패턴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고, CBT는 반복되는 패턴을 인식하고 수정하여야 변화가 일어난다고 보는 셈이죠. 여러분은 변화가 일어나기 위해 어떤 조건까지 만족되어야 한다고 느끼나요?


- Summers, R. F., & Barber, J. P. (2010). Psychodynamic therapy: A guide to evidence-based practice. Guilford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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