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연이 아닌 자리에서 배우다.
오늘 아침, 예상치 못한 혼란 속에서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눈을 뜨자마자 줌 접속에 헐레벌떡 들어갔기 때문이다. 세상에, 9주 동안 새벽 5시에 독서 모임을 이끌었다. 10주차인 오늘, 처음으로 다른 분께 진행을 맡기는 날인데, 이런 실수와 혼란을 야기하다니.
그동안 성실하게 10주를 빠지지 않고, 갖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지켰다. 그 힘은 다름 아닌 책임감이었다. 그 책임감으로 책도 가장 열심히 읽었고, 가장 많이 고민하며 배우는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책임의 무게가 자칫 권력이 되고, 권위로 비칠까 봐 걱정되었다. 그래서 오늘은 함께 나누는 의미에서 진행을 맡지 않았다.
그렇다면 나에게 책임이란 무엇일까? 단지 다른 사람들에게 드러나는 자리만이 나의 책임인가? 매번 참석해준 그들이 있었기에 나도 계속할 수 있었다. 이제 더 이상 내가 주인공은 아니지만, 그 무대를 구성하는 중요한 역할이 있다면 나도 그 역할을 기꺼이 해내야 하지 않을까?
책임이란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해본다. 나는 이름이 드러나고, 얼굴이 알려지는 것만이 책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구나. 묵묵히 자리를 빛내는 이름 없는 사람들, 그들을 나는 얼마나 존중하고 있는가? 이제는 '조연'이라는 생각마저 내려놓고, 없어서는 안 될 존재임을 믿고 행동할 수 있을까?
묘하게 어제 쓴 비올라 이야기가 떠오른다. 홀로 빛나지 않지만, 전체 음악의 완성을 위해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는 비올라. 나는 언제나 프리마 돈나처럼 혼자 돋보이는 자리를 꿈꾸었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닐지도 모른다.
집에서 아이들을 사랑하고 돌보는 일을 남편조차 알아주지 않을 때, 내 감정을 샅샅이 다 이해받고 싶은 마음이 강박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것을 이해받고 인정받고 싶어 하는 이 마음, 남몰래 흘리는 눈물을 꼭 누군가는 알아줬으면 하는 이 마음의 크기를 깨달았다.
혼자만의 공간과 비밀을 품고 살아가는 것이 가능할까? 나의 모든 노력과 감정을 인정받지 못한다고 해도, 나를 조용히 신뢰하며 그 자리를 묵묵히 지킬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