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속의 편견, 그리고 그 너머
그제 산을 오르면서 동굴 법당을 찾으러 가던 중, 아들이 앞서가고 나는 뒤따라갔습니다. 어느 순간 타지역에서 오신 어머니 한 분이 아들에게 "집에 가는 길이니?"라고 물었습니다. 순간 당황스러웠습니다. 분명 우리는 등산로를 걷고 있었고, 목적지는 동굴 법당이었는데 집에 가는 길로 오해하신 것 같았습니다. 이 질문은 제가 과거 외국에 갔을 때 “한국에서 왔어요? 북한에서 왔어요?”라고 들었던 황당한 질문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당연한 질문에 담긴 충격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는 것이 익숙합니다. 그래서 “한국에서 왔어요”라는 말이 당연히 나올 줄 알았던 저에게, “북한에서 왔어요?”라는 질문은 마치 저를 비꼬는 듯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외국에서는 한반도가 남과 북으로 나뉘어 있다는 사실이 익숙할 테니 그 질문은 그들 입장에서 자연스러웠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저에게는 당연한 사실이 그들에게는 전혀 다른 시각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어제 그 아주머니의 질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누가 봐도 산속인데 왜 집에 간다고 생각하셨을까?'라는 의문이 들었죠.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보니, 그 어머니에게는 그 장소가 낯설었고, 그 낯선 풍경 속에서 아이와 함께 있는 저희를 보며 단순한 호기심으로 "집에 가는 길이니?"라고 물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질문 속에 숨어 있는 나의 편견
처음엔 황당하게 느껴졌던 그 질문도 사실은 제가 오랫동안 품고 있던 편견과 상처를 비추는 거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과거 동서 갈등이나 지역감정으로 억울함을 느꼈던 경험이 저도 모르게 작용해 그 어머니의 질문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였을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나야말로 과거의 상처에 갇혀 살아가고 있었던 건 아닐까요?
그렇다면, 그 어머니의 질문을 조금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지 않았을까요? 그 질문이 단순히 호기심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좀 더 열린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지 않았을까요? 과거 제가 외국에서 받았던 질문들도 단순한 호기심이었을 뿐인데, 그때는 그것을 모욕적으로 받아들였던 것처럼요.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
어쩌면 그 어머니는 제가 모르는 방식으로 세상을 보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녀의 시간은 제가 생각하는 시간과 다르게 흐르고 있을 수 있고, 그 속에서 저희의 모습을 보고 단순한 궁금증을 가졌을 뿐일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생각해보니, 저도 다른 사람의 질문에 더 열린 마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는 외국에서 다시 "한국에서 왔어요? 북한에서 왔어요?"라는 질문을 받더라도, 그것을 단순한 호기심으로 받아들이고 미소 지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그들도 자신만의 세상에서 진심으로 궁금했을 테니까요.
마무리하며
이 경험을 통해 나는 나의 편견과 상처를 다시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만나는 모든 질문은 우리에게 또 다른 관점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그 질문이 처음에는 당황스럽거나 황당하게 느껴질지라도, 그 속에 담긴 호기심과 순수함을 발견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더 넓은 세상을 볼 수 있게 됩니다.
여러분은 어떠한 질문을 받았을 때 당황했던 적이 있으신가요? 그 질문 속에 숨어 있는 새로운 시선을 발견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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