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의 글쓰기가 나를 만나는 방법이 되기까지
나는 매일 글을 쓴다. 처음에는 그저 하루를 기록하는 일이었다. 마치 수많은 데이터를 모아두기만 하는 저장소처럼, 나의 기억은 정리되지 않은 채 쌓여만 갔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매일 조금씩 글을 쓰다 보니, 잊고 있던 기억들이 하나둘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마치 호수의 물결이 잔잔해질 때 바닥이 보이듯, 일상의 소란함이 잦아든 저녁, 키보드를 두드리며 하루를 돌아보는 시간은 나를 더 선명하게 만들었다.
예를 들어, 오늘 동창을 만났다. 그녀는 대학 시절부터 지금까지 노래를 놓지 않았다. 그녀를 보며 든 생각들을 글로 쓰다 보니, 문득 깨달았다. 나는 왜 그녀의 모습에서 그토록 강한 인상을 받았을까? 아마도 그것은 내가 잃어버린, 혹은 잠시 잊고 있던 무언가를 그녀가 여전히 간직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매일의 글쓰기는 이처럼 작은 깨달음들을 선물한다. 흐릿했던 감정이 또렷해지고, 그러면서 기억도 선명해진다. 마치 오래된 사진을 하나씩 꺼내 들여다보는 것처럼, 과거의 순간들이 의미를 갖기 시작한다.
특히 놀라운 것은, 오늘 살짝 건드린 기억이 다음 날 또 다른 기억을 불러온다는 점이다. 마치 실타래를 풀어가듯, 하나의 기억은 또 다른 기억으로 이어진다. 그렇게 조금씩, 나는 나를 이해해가고 있다.
이전의 나는 수많은 경험을 쫓아다녔다. 활동하고, 배우고, 도전하느라 바빴다. 그것은 마치 끝없는 데이터 수집과도 같았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매일의 글쓰기를 통해, 나는 단순한 데이터 수집가에서 벗어나 그 경험들을 의미 있게 해석하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두려움이 줄어들었다. 외로움도 덜해졌다. 아마도 그것은 매일 저녁, 나와의 대화를 통해 나를 더 잘 알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더 이상 도망치지 않아도 된다. 이제는 나의 경험들을 차분히 들여다보며, 그것들을 지혜로 발효시키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기억은 단순한 과거의 흔적이 아니다. 그것은 현재의 나를 이해하고, 미래의 나를 그려나가는 소중한 재료다. 매일의 글쓰기는 그 재료들을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발견하는 여정이 되어주었다.
이제 나는 안다. 데이터를 수집하는 단계에서 벗어나, 그것들을 지혜로 발효시키는 과정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이것이 바로 매일의 글쓰기가 내게 가르쳐준 가장 큰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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