싯다르타: 집착으로부터의 자유를 향한 여정
싯다르타: 집착으로부터의 자유를 향한 여정
싯다르타를 읽으며 가장 깊이 와닿은 것은 주인공이 겪는 '자식에 대한 집착'이었다. 셋의 자녀를 둔 부모로서, 이는 나의 물질적 집착과 삶의 방식을 돌아보게 하는 거울이 되었다.
싯다르타의 여정은 끊임없는 '버림'의 과정이었다. 그는 바라문으로서의 지위와 아버지를, 사문으로서의 지식을, 심지어 고타마 부처의 가르침까지도 과감히 떠났다. 카말라와의 사랑과 카마스와미와 함께 이룬 부도 영혼을 질식시키는 굴레임을 깨닫고 모두 내려놓았다.
강가에서 뱃사공과 함께하며 '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깨달음과 만물의 단일성을 이해하게 된 그였지만, 11살 된 아들과의 만남은 그의 마지막 집착을 드러냈다. 아들을 곁에 두고 싶은 욕망은 그가 그토록 벗어나고자 했던 범부의 어리석음과 다르지 않았다. 이 깨달음은 자신도 어린 시절 아버지를 떠났던 순간과 포개어지며, 아버지가 느꼈을 고통을 이해하게 된다. 강물은 이런 그의 모습을 비웃듯 흘러갔다.
이후 그는 뱃사공이 떠난 나루터를 지키며 마을의 현자가 된다. 마지막으로 찾아온 옛 친구 고빈다는 평생을 부처의 제자로 살았으면서도 여전히 불안과 구도의 갈망을 안고 있었다. 흥미롭게도 그는 뱃사공이 된 옛 친구 싯다르타를 알아보지 못했다. 싯다르타가 들려준 그의 삶은 마치 여러 생을 살아낸 윤회의 수레바퀴와도 같았다.
우리는 매일 수많은 일들에 붙들려 산다. 끝없는 생각들, 후회, 번민이 우리를 옭아맨다. 더 나은 사람이 되려는 욕망, 더 큰 성과를 내려는 집착까지도 내려놓아야 할 때가 왔다. 심지어 '내가 나답지 못했다'는 생각조차 또 다른 형태의 집착이며 고통의 근원일 수 있다.
헤르만 헤세의 다른 작품들과 비교해보면 흥미로운 차이점이 드러난다. '데미안'이 무언가를 추구하는 개인의 성장 과정을 그렸다면, '수레바퀴 아래서'는 이성과 감성, 지성과 본성, 자연과 문명, 남성성과 여성성 등 이원적 요소들의 조화를 다뤘다. 반면 '싯다르타'는 인간으로 태어나 맺게 되는 모든 인연과 조건으로부터의 해방, 집착으로부터의 자유를 이야기한다.
고집멸도(苦集滅道)는 과연 가능한가? 그것은 어디에 있는가? 답은 아마도 지금 이 순간,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우리는 자발적 노예 상태에 있으면서도 홀로 있다는 불안을 느낀다. 이 모순된 상태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유를 찾을 수 있을까? 강물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우리도 영원성의 한 조각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싯다르타의 진정한 의미는 어쩌면 모든 집착으로부터의 해방, 그리고 그 해방이 가져다주는 충만한 현재성의 깨달음에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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