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나는
오늘은 성장하기 싫은 마음이 드는 날입니다.
노력하면 뭐 하냐
배우면 뭐 하냐
한마디 말에 이렇게 다 틀어지는 걸...
작은 가시 하나에도 아파서 눈물이 나는 걸...
그럼에도 불구하고 키보드를 두드립니다.
연재 일을 지키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더 큰 덕분에,
오늘의 제 마음을 관찰하며 일기를 2편 쓴 끝에
조금은 정제된 오늘의 마음을 긁적여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목요일 저녁은 트마우마 수업을 받는 날입니다.
5주 동안 매주 목요일 저녁 시간을 아이들의 독립 연습 날로 잡고
밥 먹고 치우고 숙제하고 집정리하기라는 도전 목표를 주었습니다.
"엄마도 이제 늦게 퇴근하는 날도 있을 테니, 너희도 연습이 필요해.
엄마가 없을 때 연습해 봐. 할 일 먼저 하고 노는 연습."
긴 당부의 글 말미에 엄마의 시간을 존중해 줘서 고맙다는 인사도 빼놓지 않았더랬습니다.
그런데 집에 돌아오는 길에 전화를 하는데 계속 통화중입니다.
아이들은 모두 자유를 만끽하고 있었고, 그 현장에 들어선 저는 세 아이를 줄세워 일장연설을 하게 되었고,
결국 끝은 속이 뒤집어졌지요.
속을 뒤집어 보니, 마음 속의 응어리가 하나 툭 튀어나옵니다.
결혼하고 니 마음대로 해.
그 한 마디가 오랫동안 나를 붙들어 맸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 모든 것을 내 뜻대로 할 수 있을 거라는 착각 속에서 어른이 되기를 서둘렀다.
하지만 그건 결코 내 마음대로 살라는 말이 아니었다. 오히려 내 선택의 자유를 미루고, 평생 나를 구속할 무게를 더하는 말이었다.
몇 번이나 내 삶을 스스로 주도하려는 순간이 있었다. 28살에 중국으로 교환 근무를 가고 싶었을 때도 그랬다.
하지만 엄마는 내게, 자기 죽는 꼴을 보고 싶냐고 소리쳤고, 그 말에 머물렀다. 그때의 나는 당당히 선택할 수 있었지만, 결국 엄마의 기대를 택했다.
되돌아보면 억울하고 아쉬운 마음이 커진다. 결코 다시 오지 않을 그 시절에 진짜 나의 선택이 얼마나 있었던가.
결혼 후 미국으로 6개월 보내주는 연수 기회도 그랬다. 신청하고 싶었지만, 남편은 이혼 도장을 찍고 가라고 했다.
그때 나는 사랑이라 생각하며 순순히 받아들였고, 그저 지나가 버린 선택 중 하나로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이 글을 쓰면서 그때 그 선택이 내 삶을 구속한 일이었음을 깨닫는다.
오늘 하루도 바쁜 일과를 마치고 집에 들어섰을 때, 첫째는 계속 통화 중이었고, 아이들은 잠잘 준비도 하지 않은 채 놀고 있었다.
거실과 부엌은 난장판이었다. 마음이 복잡했다. 언제까지 이 아이들을 내가 입히고 재우고, 숙제까지 챙겨야 할까?
일주일에 하루라도 나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과한가? 공부나 연수처럼 내 삶을 위해 잠시라도 나만의 공간을 꿈꾸는 게 그렇게 어려운가?
억울한 마음이 더욱 깊어진 건, 첫째가 자신만 힘들다고 말하며 내 노력을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을 때였다.
엄마로서 부족한 부분만 지적하는 딸의 모습이 마치 내 존재를 부정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내가 감당해온 수많은 책임과 희생이 그 순간 부질없게 느껴졌다.
이제는 나도 나의 주도권을 되찾고 싶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 내 마음대로 하라는 말은 사실, 내가 내 삶을 얼마나 가볍게 여겼는지를 돌아보게 만든다.
다시는 내 삶의 주도권을 남에게 맡기지 않을 것이다.
#자기결정권 #자율성회복 #삶의주도권 #자아찾기 #성장과변화 #인생다시쓰기
한없이 미운 마음만,
서러운 마음만 올라옵니다.
돌이킬 수 없는 시간들을 어쩌면 좋을까요...
문득 옆에 두었던 책에서 딱 맞는 부분을 찾았습니다.
네, 사는 게 재미가 없어요.
삶의 전부라고 믿었던 아이들과 관계가 틀어지니까
깊은 바닥에서 꼬르륵 하고 올라오네요.
사는 게 재미 없어요.
가금씩 내가 하고 싶고 그냥 하는 일들이 없었지 않나...
계속 허락받지 못했다고 되돌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지금 이 순간이라도 후회가 남지 않도록
가끔씩 나는 뭘하고 싶은지 찾아봐야겠습니다.
가끔씩 나는 노래방에서 노래 부르며 울고 싶어.
가끔씩 나는 혼자 여행을 떠나고 싶어.
가끔씩 나는 춤을 추고 싶어.
가끔씩 나는 밤하늘을 보며 음악을 듣고 싶어.
가끔씩 나는 향기 나는 반신욕을 하고 싶어.
가끔씩 나는 친구들과 놀고 싶어.
가끔씩 나는 하루종일 책만 읽고 싶어.
가끔씩 나는 2시간만 아무하고도 말을 안하고 싶어.
가끔씩 나는 드라마 정주행을 해보고 싶어.
가끔씩 나는 기차를 타고 싶어.
가끔씩 나는 바닷가 카페에서 책을 읽고 싶어.
가끔씩 나는 호숫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싶어.
가끔씩 나는 나만 챙기고 나만을 위한 하루를 갖고 싶어.
가끔씩 나는 한달살이를 하고 싶어.
우와, 쓰다보니 계속 떠오르고
쓰다보니 숨통이 조금 더 넓어집니다.
말이라도 뱉고 나니까, 좀 시원하네요.
이렇게나 많은 열정과 호기심을 감추고 현실 세계에 최고 몰입하며 살고 있는데
가끔씩 나 좀 내버려 둬....!!
제발 이래라 저래라 하지 말고,
엄마에게 뱉는 제 말이나
딸이 제게 뱉는 말이나 비슷할 것 같네요.
답답한 마음과 구속의 감정으로부터 제가 해방되고 성장해야할 이유,
대물림하고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아이들이 저보다 더 빨리 커버리지 않도록 오늘도 내면아이 돌보기는 계속 됩니다.
언제나 부족한 글에도 좋아요로 격려를 아끼지 않는 분들께 감사의 마음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