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페에서 생긴 일
이탈리아 베니스를 가면 필수 관광코스로 들르는 카페 플로리안 모습이다.
이 곳은 1720년 12월 29일날 오픈된 카페로서 현존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최초의 카페이다.
너무 오랜시간이 흐른 탓에 카페의 벽면은 다 벗겨지고 낡디 낡아 한때는 폐업위기까지 있었다고 하지만
역사상 가장 오래된 카페이며 18세기 많은 예술가와 문학가, 화가들의 아지트였던 이 곳이
과거의 화려함을 그대로 간직한 채 아직까지 많은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다.
18세기에 카페가 발생된 이유에 대해서는 유럽에서 발생된 The Grand Tour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유럽인들은 이탈리아, 그 중 로마에 대한 로망이 상당히 컸고 문화의 발상지인 로마로의 여행을 꿈꾸며
'예술가' 라는 타이틀을 가진 자들이 하나 둘씩 경쟁삼아 그랜드투어를 떠나곤 했다.
그러다보니 예술가들이 만나서 그들이 보는 예술관점이나 의견들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고
그렇게해서 자연스럽게 '카페'가 생겼다고 한다.
위 작품은 '카페 게르부아'에 모인 마네와 그의 친구들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카페 게르부아는 몽마르뜨를 기준으로 걸어서 20분에 있는 곳으로 1863-1875년 마네와 그의 친구들이
매주 금요일마다 이곳에서 정기적인 회합을 갖기 시작한 장소로 유명하다.
사실 당시에 마네의 영향력이 클 정도로 명성이 높았고 마네가 이 동네 바티놀가로 이사를 오면서
하나 둘씩 이 카페로 모여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전까지만 해도 답답한 실내 화실에서 그림을 그렸던 화가들이 실내가 아닌 빛이 잘보이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물의 색이 바뀌는 모습들을 관찰하기 위해 집밖으로 나오기 시작했고
낮에는 밖에서 그림들을 그리고 해가지는 밤이 되면 카페에 모여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또한 그 전까지만해도 소위 화가들의 정식 코스였던 '아카데미'를 벗어나
사설 학원들을 많이 가기 시작했고 이렇게 학원을 다니던 화가들은 아카데미가 아닌 '카페' 라는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만나 서로의 화풍이나 문학에 대해 토론하고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고 한다.
카페 '라 누벨 아텐' 의 모습이다.
이 곳은 파리 몽마르트에서 걸어서 15분거리에 있던 카페로서 피갈 광장에 있었다고 한다.
1940년대는 'Sphynx'로 이름이 바뀌면서 스트립쇼장으로 운영되었고
1980-1990년대에는 The New Moon(록 공연장)으로 운영되다가 2004년도에 화재가 나서
결국은 문을 닫았다고 한다.
위 작품은 에드가 드가의 ' 압상트를 마시는 사람들' 이란 작품이다.
두 남녀가 카페에 앉아 술을 마시고 있는데 두 사람은 붙어 앉아 있긴 하지만 어딘가 자세도 이상하고
둘이 같이 온 사람들인지 아님 카페에서 만난 사람들인지 뭔지 모를 느낌을 주고 있다.
또한 여자의 표정이 어딘가 많이 지쳐보이기도 하고 한편으론 멍때리는 식의 표정도 보이고 있다.
이 작품의 배경인 1876년은 인상주의자들의 활약이 눈부시던 시기면서도 '멜랑꼴리','고독'이 유행하던
시기이다. 멜랑꼴리는 우리말로 굳이 해석하자면 "권태"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지만
'권태' 라는 단어 하나로 이 시기의 감정을 대변하기엔 어딘가 2% 부족한게 사실이다.
권태는 덧없고 부조리한 오늘을 살아야 하는 존재의 불만에서 나온
정신적인 병이라고들 한다.
궁극적으로 그 존재의 불만을 토로하고 위로하기 위해 우리는
쓰고 읽는 것인지도 모른다
사람들의 풍속과 전형적인 태도, 무엇보다도 그들의 행동과 어울리는
표정을 담은 초상화를 그리고 싶다
에드가 드가가 이 작품을 그린 후 한 말이다.
사실 '권태' 는 무언가 끊임없이 반복되는 삶, 행위, 대상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다.
계속적으로 패턴화된 삶을 살게 되면 그것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면서 주어진 삶에 만족하는 삶도 좋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권태로움을 느끼게 되기 마련이다.
이런 사람들의 변하지 않은 삶을 인상주의 화가들은 포착했고 그들은 특히 이러한 권태로움을
예술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감정으로 생각했다.
기존 것들에 대한 끊임없는 지루함이 결국 새로움을 창조하는 계기가 된다고 화가들은 생각했다.
특히 위 작품속 여인처럼 턱을 괴고 있는 이 무렵의 작품들은 대부분 권태로움을 호소하는 작품들이 많다.
'권태'의 원인을 '무관심'으로 찾는 경우도 많아서 ' 압상트' 와 같은 싸구려술을 마시거나 카페에 혼자 앉아 턱을 괴고 있는 모습들을 대상으로 한 여인들이 화가들의 주요 작품 소재가 되기도 했다.
위 작품은 Jane avril 라는 당대 유명했던 여배우가 물랑루즈에서의 공연을 마치고 퇴근하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무대 위에서는 세상 화려한 그녀의 모습도 직업인으로서 먹고 살수 밖에 없는 생활인의 단면을
여실없이 보여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아무래도 '카페'를 주제로 한 가장 유명한 작품은 빈센트 반고흐의 '밤의 카페테라스에서' 가 아닐까싶다.
고흐는 상당히 내성적이고 낯가림도 심했다고 한다. 그런 고흐 자신이 결코 다가서지 못하는 공간, 즉 카페에 대한 본인의 생각과 로망을 그린 작품이 바로 이 작품이다.
감히 다가서지 못하고 그저 먼 발치에서 바라볼 수 밖에 없는 그 카페는 행복이 넘칠것 같고
즐겁고 유쾌한 일들이 많이 일어날 것 같은 공간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본인이 그 공간에 있는 것이 아니라 본인은 바깥으로 멀찌감찌 떨어져 나와 카페테리아에 앉아 행복해하는 사람들을 멀리서 지켜보듯 작품을 그렸다.
그의 외로움과 멜랑꼴리가 더해져서 밤하늘의 영롱한 별빛과 함께 빛나고 있다.
반고흐의 밤의 테라스 카페도 '카페'를 주제로 한 작품 중 대표적인 명작이라 할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카페'를 주제로 한 작품은 바로 에드워드 호퍼의 'Nighthawks' 이다.
이 작품은 무심히 있는 쓸쓸한 도시인들의 모습과 소통 단절로 점철된 현대인의 모습을 대변한다고 평가 받는 작품이다. 특히 요즘과 같은 거리두기 시대에 코로나팬데믹으로 더욱 더 많이 소환된 작품중 하나이기도 하다.
'Nighthawks'는 우리말로 굳이 해석하자면 '올빼미족'이라고 부를 수 있다.
그림에는 텅 빈 밤거리를 밝히는 카페가 보이고 외로워보이는 남녀 몇 명이 보이고 대화할 거리가 별로 없는 듯한 남녀, 그들과 동떨어져 홀로 앉아 자기만의 생각에 빠져있는 듯한 남자, 늘 하던 일을 기계적으로 하고 있는 듯한 카페 직원도 보인다.
1942년에 그린 작품이지만 최근에 그린 작품이라고해도 믿을 정도로
지금의 현실과도 너무 비슷해보이는 작품이다.
그림 속 여성은 호퍼의 부인을 모델로 해서 그렸다고 한다.
사실 호퍼와 부인 조세핀은 둘다 마흔을 넘긴 늦은 나이에 결혼을 했다고 하는데 평생에 걸쳐 호퍼의 중요한 조언자이자 모델이었던 조세핀은 사실 앞서 소개한 John sloan의 작품 속 신여성들처럼 독립적인 모습과 자신의 삶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여성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남편인 호퍼는 결혼 후 전통적인 가부장제 부부 역할을 원해고
부인 조세핀은 당연히 싫어해서 둘은 늘 갈등이 잦았다고 한다.
게다가 호퍼는 2미터 가까운 키에 과묵한 편이었고 조세핀은 152cm의 작은 키에 새처럼
재빠르고 쉴 새 없이 지저귀는 성격이었다고 한다.
금방이라도 헤어질 듯 삐걱거리던 그들의 결혼 생활을 사람들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한때 화가를 꿈꾸는 유망한 여성이었던 호퍼의 아내 조세핀은 남편의 가부장적 성격과
가끔은 폭력적이었던 그의 성격을 견디면서 그녀는 끝까지 호퍼와 함께 살았다고 한다.
호퍼가 84세로 세상을 떠나기 전 1965년 그의 나이 83세가 되던데 호퍼는 죽음을 예감하고
그의 생애 마지막 작품 'Two Comedians (두 희극배우)' 을 그리게 된다.
광대복장을 한 자신과 아내가 손을 맞잡고 무대에서 고별인사를 하는 모습이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그들은 땔래야 땔 수 없는 환상의 콤비같은 희극배우였고 인생의 동반자였던 것이다.
호퍼가 죽고 막상 남편이 떠나자 그 충격과 우울감에 빠진 조세핀 역시 불과 10개월 뒤에
조용히 남편을 따라가게 되었다고 한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했던가?
죽음을 별로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데이비드 호퍼는 자신의 희극같은 인생을 회상하면서
한편의 코메디같은 삶을 끝까지 함께 한 자신의 아내에게 그림을 통해 감사함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