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왜 예수를 경배하러 갔을까?
이제 몇 일 있으면 겨울 최대의 이벤트인 크리스마스이다.
크리스마스 하면 개인적으로 내 머릿 속에 연상되는 몇 개의 이미지가 떠오르는데
동방박사의 경배, 말구유에 누워계신 예수,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기 인형, 도시를 아름답게 수놓은
크리스마스 트리 등이 있다.
우리나라가 기독교의 성지도 아닌데 왜 그렇게 크리스마스에 대해선 오래 전부터
연중 최대의 행사로 여기는 것일까?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건 아마도 아쉽게 저물어 가는 지난 한 해에 대한 추억과
다가올 희망한 새해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심이 맞물려 우리 모두를 왠지 모르게
들뜨게 하는 것이 아닐까?
도시를 밝히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보면서 가끔 나는 생각을 해봤다.
말구유에서 태어난 예수 그리스도를 보기 위해 이방인 3명, 즉 동방의 박사 3명이 그 험난한 길을
그야말로 산넘고 물건너서 갓 태어난 예수의 탄생을 축복하기 위해 온 그들의 방문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하고 말이다.
예수께서 헤로데 왕 때에 유다 베들레헴에서 나셨는데 그 때에 동방에서 박사들이 예루살렘에 와서
"유다인의 왕으로 나신 분이 어디 계십니까? 우리는 동방에서 그분의 별을 보고 그분에게 경배하러 왔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이 말을 듣고 헤로데 왕이 당황한 것은 물론, 예루살렘이 온통 술렁거렸다.
왕은 백성의 대사제들과 율법학자들을 다 모아놓고 그리스도께서 나실 곳이 어디냐고 물었다.
그들은 이렇게 대답하였다. "유다 베들레헴입니다. 예언서의 기록을 보면, 유다의 땅 베들레헴아, 너는 결코 유다의 땅에서 가장 작은 고을이 아니다. 내 백성 이스라엘의 목자가 될 영도자가 너에게서 나리라.' 하였습니다." 그 때에 헤로데가 동방에서 온 박사들을 몰래 불러 별이 나타난 때를 정확히 알아보고 그들을 베들레헴으로 보내면서 "가서 그 아기를 잘 찾아보시오. 나도 가서 경배할 터이니 찾거든 알려주시오." 하고 부탁하였다. 왕의 부탁을 듣고 박사들은 길을 떠났다. 그 때 동방에서 본 그 별이 그들을 앞서 가다가 마침내 그 아기가 있는 곳 위에 이르러 멈추었다. 이를 보고 그들은 대단히 기뻐하면서 그 집에 들어가 어머니 마리아와 함께 있는 아기를 보고 엎드려 경배하였다.
그리고 보물 상자를 열어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예물로 드렸다. 박사들은 꿈에 헤로데에게로 돌아가지 말라는 하느님의 지시를 받고 다른 길로 자기 나라에 돌아갔다.
- 마태오 복음서 2장 1 ~ 12절
성서에 나온 구절을 토대로 역사상 정말 수많은 화가들이 '동방박사들의 경배'에 관련된 작품들을 많이 남겼다. 그 중에서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작품들을 소개해보도록 하겠다.
위 작품은 현재 메트로폴리탄에 전시되어 있는 작품으로 이탈리아 화가 지오반니의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15세기에 그려진 동방박사가 경배하는 작품 들 중 좋아하는 작품인데 구도나 색감이 멋지다.
이 작품은 최근 알게 된 15세기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기의 화가 베네초 고졸리의 작품이다.
꼼꼼한 부분묘사, 화려한 볼거리를 나타내고 있는데 특히 고졸리 자신도 생전 보지 못한 동물들을 상상해가며 그린 것은 정말 대단하다 할수 있겠다. 실제로 이 작품은 메디치 가문의 예배당의 세 벽면을 장식하고 있는데 디테일, 화려한 색채, 가상의 건축구조가 풍부하게 나타나는 그림이다.
평소에 드렸던 고졸리의 다른 작품들과는 다르게 이례적으로 장식적이며 사치스러운 부분이 있는데 이는 화가가 함께 그림 속 행렬에도 나오는 유력한 메디치 가분의 조금은 사치스러운 상류층의 미감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고졸리와 비슷한 시기에 활동했던 이탈리아 르네상스 화가 파렌티노의 작품이다.
루브르에 전시되어 있는 작품으로 그림 중앙에 흑인처럼 보이는 사람이 서있다. 작품들 제목속에 반복되어 나오는 'Magi' 는 마술사, 점령술사라는 의미이며, 이들의 출신인 '동방' 은 페르시아나 바빌론, 아라비아 등지로 추정 가능하다. 이로써 예수 그리스도가 평소 제자들에게 주장했던 '이방인들도 형제처럼 똑같이 차별없이 대하라'는 가르침에 부합하는 대통합의 이미로 해석할 수도 있겠다. 예술의 출생지인 서방(West)와는 반대개념인 동방(East)에서 온 박사들을 출연시켜 인류애를 강조하는 교리라고 볼 수도 있겠다.
언제나 루벤스의 작품은 그만의 느낌을 자아낸다. 멀리서 봐도 금방 루벤스 작품이란 걸 느낄 수 있다.
이 작품에서도 작품 왼쪽에 피부색이 다르고 머리에 터번을 두른 남자를 찾을 수 있다.
이 작품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동방박사의 경배 작품인데 아쉽게도 미완성 작이고 역시 피렌체 우피티 미술관에 보관되어 있다. 동방박사들이 성서와 신의 계시에 따라 하느님의 아들인 예수의 탄생을 축복하기 위해 멀리 동쪽에서 별을 보고 걸어왔다고 앞서 얘기 했는데 그렇다면 그들은 왜 3명이고 하필 황금과 유약과 몰약을 가지고 온 것일까?
멜키오르(Melchior) - 황금을 바쳤다. 왕권을 상징하는 노인 모습의 현자
발타사르 (Balthasar)- 몰약을 바쳤다. 예수에게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수난과 죽음, 부활을 상징하는 중년 모습의 현자.
카스파르 (Caspar) - 유향을 바쳤다. 신성함과 사제를 상징하는 청년 모습의 현자.
단, 실제 성경에 동방박사들의 이름과 외모가 묘사된 것이 아니므로, 전승에 따라 멜키오르가 청년이고 가스파르가 노인으로 묘사되거나 발타자르가 가장 어린 청년으로 혹은 예수님께 드린 선물의 종류가 다르게 전해지는 전승도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위의 내용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동방박사들이 바친 황금, 유향, 몰약은 예수님께서 참 하느님이시자 참 사람이시며 하늘과 땅의 왕이심을 상징한다고 한다.
다음으로 소개할 작품은 뭐니뭐니해도 '동방박사의 경배' 라는 작품 중 대중에게 제일 많이 알려진 작품이라 할수 있겠다. 바로 보티첼리의 작품인데 이 작품이 유명한 것은 비너스의 탄생으로 유명한 그가 조금 덜 유명했을때 그렸던 작품으로 앞서 소개한 베네초 고졸리 처럼 당대 최고의 가문 메디치 가문의 주요인물들을 그림 속에 동방박사로 투영하면서 그들에게 잘보이기 위한 수단으로 작품을 그렸기 때문이다.
사실 화가들에게 있어 돈과 명예를 가진 가문과의 결합은 무시 못한 관계이지만 이 작품을 통해 보티첼리의 화가인생에 아주 중요한 힘을 얻게 되는 계기가 된다. 그림 속으로 들어가보면 당시 최고의 색으로 여겨졌던 푸른 색으로 성모마리아와 아기예수를 우아하게 그렸다는 점과 왼쪽 끝에 검정색 칼을 땅에 꽂고 서있는 사람의 모습을 메디치 가문의 실존 인물로 그렸다는 점이다.
특히 오른쪽 끝에 자신의 조금은 오만해보이며 그림을 보고 있는 사람들 주시하듯 쳐보다는 보티첼리 자신의 자화상은 그의 자신있었던 당시의 모습을 잘 반영해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작품은 네덜란드 16세기 화가 피터 브뤼헬 엘더의 동명 작품이다.
위에서 소개한 작품들과는 정말 다른 모습이다. 다른 작품들은 성모자 두분이 중앙에 앉아 계시고 동방에서 찾아온 3명의 박사들과 구경꾼(?)들이 온갖 다양한 권력자들의 얼굴을 하고 작품 속에 투영되어 있는데 위 작품의 경우엔 동방박사도 성모마리아도, 심지어 아기 예수의 모습마저도 없다.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풍경을 전형적인 중세적인 주제로 표현하기를 즐겼던 그는 이번 작품에서도
그만의 그림체로 동방박사의 경배모습을 그린 것이다. 그는 평소 판화가 삽화 작품을 좋아했지만 앞서 소개한 화가들과는 완전 다르게 정치적, 사회적으로 이슈가 될 만한 작업을 하거나 초상화를 그리는 작업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농민 생활을 애정과 유머를 담아서 사실적으로 표현하였으므로 '농민의 브뤼겔'이라고 불리었다. 큰 아들 'Pieter Brueghel de Jonge' 과 작은 아들 'Jan Brueghel de Oude' 도 유명한 화가이지만 아버지로부터 미술교육을 받지는 않았다고 한다.
이렇게 오늘은 크리스마스를 맞아 여러 명의 화가들이 많은 소재로 삼았던 '동방박사의 경배'에 대해 알아봤다. 그리스도의 탄생을 통해 인류에게 평화와 축복을 원해 그들 3명의 동방박사들이 먼곳에서 찾아온 것 처럼 우리 모두에게도 내년 2023년이 평화와 축복의 한 해가 되길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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