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 실전 육아, 이론이 통할까?

대가들의 가호가 함께하길

by 정신과의사 감성돔

출산일이 점점 다가왔다. 이제 개똥이와 말똥이가 엄마의 뱃속에서 발길질하는 것이 밖에서도 보였다. 아이들은 신기하게 딸꾹질도 했다. 발길질과 딸꾹질은 손으로 만질 수 있을 정도였다.

솔직히 아내의 배가 불러와도 실감이 나지 않았었다. 하지만 움직임을 직접 느꼈을 때, 점점 아버지가 되어간다는 것이 느껴졌다.

'정말 여기에 새 생명이 들어있구나.'

2인 가족의 막이 내리고 4인 가족의 새로운 무대가 열리고 있었다.


아이들이 나온 후를 대비해서 물품을 사기 시작했다.

젖병, 젖병 소독기, 아기 침대, 수유 쿠션, 역류방지쿠션, 유모차, 카시트 등등..

생전 처음 검색해 보는 물건들뿐이었다.

뭐가 꼭 필요한지 알 수는 없었지만, 선배들이 괜히 추천하진 않겠지 싶어 그대로 장바구니에 담았다.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다행히 선물 받은 물건도 많았다. 그중에는 브레짜라는 분유제조기도 있었다.

쌍둥이를 키운 아내의 친구가 “브레짜이모님은 꼭 필요해!” 라며 보내주었다.

무지했던 나는 아내에게 물었다.

“분유 만드는 거 그냥 가루 넣고 물 넣고 흔들면 10초 아냐?”

“몰라. 이유가 있겠지.”

선배의 말을 듣기로 했다.

이유가 있겠지.


아기들을 위해 거실도 정리했다.

거실에 있는 모든 가구를 없애고 아이들을 위한 넓은 공간으로 만들었다.

집안 정리를 끝내고 또 무엇을 준비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물리적인 준비는 끝났으니 정신적인 준비도 해야 하지 않을까?'

명색이 정신과 의사이니까, 이론도 다시 복습했다.

구강기, 항문기, 분리개별화, 대상항상성, 굿이너프 마더, 애착 이론까지. 머리로는 익숙한 개념들이지만, 이제는 내 아이에게 적용해 볼 차례다.

프로이트, 마가렛 말러, 멜라니 클라인, 보울비, 위니코트...

대가들의 가호가 함께한다면, 나도 육아를 잘 할 수 있을까?


애착대상에 대해 공부를 하다가 쌍둥이의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궁금해졌다.

아이가 두 명이 동시에 생기면? 책에는 쌍둥이에 관한 내용을 찾기 어려웠다. 나는 논문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쌍둥이의 경우 태어나면서부터 엄마의 관심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을 해야 한다. 밀려난 아이가 결핍을 겪지 않도록 아버지도 애착대상이 되어주어야 한다.’ 아버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갑자기 자녀 넷을 키우던 이종사촌 누나가 생각이 났다.

아이가 많다 보니 어머니의 관심을 차지하는 것은 늘 경쟁이 치열했다. 그래서인지 셋째는 애착 대상이 육아를 함께하던 이모였다. 새끼오리가 엄마 오리를 따라다니듯, 항상 이모를 따라다녔다. 형제들 틈바구니에서 나름의 살길을 찾은 것이었겠지만, 왠지 모르게 그 셋째를 볼 때마다 마음 한편이 짠했다.


우리 아이들도 세상에 나오면 애착대상이 필요할 것이다. 태풍이 몰아쳐도 항구에 닻을 내린 배는 안전하듯, 아이들도 마음속 닻을 내릴 안전기지가 필요하겠지.

아빠인 내가 하나의 안전기지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자는 각오를 다졌다.

준비는 마쳤다. 이제 곧 병원으로 향한다.

우리 네 가족. 무사히 돌아올 수 있기를.

이전 04화D-100 개똥이와 말똥이, 그리고 태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