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 출산 전야의 인터뷰, 그리고 시작

무조건 내가 우선입니다.

코로나라는 역병이 창궐했다. 사람들은 모두 마스크를 끼고 살았고,

코로나에 감염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세상이 뒤집히던, 공포가 가득한 시절이었다.

출산예정일이 다가왔다.

하지만 분만을 하기 위해 입원을 하기도 쉽지 않았다.

병원의 입출입이 엄격히 통제되었고 단 한 명만의 보호자만이 동행 가능했다.

예정된 수술 하루 전날, 우리 둘은 필요한 짐을 챙겨 입원수속을 밟았다.

빈자리가 없어 간신히 다인실에 배정받았다.

우리가 다니던 병원은 모자동실이 원칙이었다. 건강 문제가 없는 한 아이를 낳자마자 부모가 직접 돌봐야 했다.


병실에 도착했다. 이미 아이를 돌보고 있는 분들과 분만을 앞둔 분들이 한데 섞여 있는 낯선 광경이었다. 아기 울음소리가 들렸고 아이를 돌보는 보호자의 모습이 보였다. 다른 한쪽에서는 간호사분들이 수술준비를 하느라 바쁜 모습이었다. 잔뜩 긴장한 우리를 간호사분이 안내해주셨다.


병실 생활에 대해 설명을 듣던 중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보호자 식사는 따로 제공되지 않고, 심지어 씻는 곳도 없다는 것이었다.

밥도 밥이지만 무려 3박 4일 동안 씻을 수 없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고통스러웠다.

'훈련소에서도 씻을 수는 있었는데..'



병실에 들어와 앉아 있으려니 분위기가 너무 어수선했다. 좀처럼 안정이 되지 않아 우리는 취침시간 전까지 병동 여기저기를 산책했다.

평소 우리는 마치 기자처럼, 서로 인터뷰하는 동영상을 남기는게 취미였다.

수술 전날밤. 병원 로비에 앉아 오랜만에 동영상을 찍었다.


"내일이면 수술인데 심경이 어떠십니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그냥 착잡해. 애 낳기 싫다. 이대로 멈췄으면 좋겠다."

멍하니 천장을 쳐다보며 아내는 말했다. 아내의 불안은 여전했다. 수술에 대한 걱정으로 그녀의 눈가는 벌써 촉촉하게 젖어있었다.

"내일이면 아빠가 되는데 기분이 어떠십니까?"

"아직 실감이 나질 않습니다. 그냥 다 무사히 끝났으면 좋겠습니다.“

아내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무조건 내가 우선입니다. 알겠습니까?“

예상치 못한 아내의 말에 나는 웃었고, 아내는 울다가 웃었다.

하지만 웃고 난 뒤, 마음 어딘가가 먹먹해졌다.

웃음으로 살짝 덮여있는 아내의 불안이 오롯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나름대로의 위로를 건넸다. 비록 말뿐이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당연히 당신이 우선이지. 그리고 아무 일 없을 거야. 괜찮아."



밤이 되었다. 보호자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

근무할 때 자주 보았던 침대지만 누워보는 건 처음이었다.

생각보다 작고 딱딱했다. 낯설고 불편한 잠자리. 아기들의 울음소리. 사람들의 말소리.

거기에 긴장이 된 탓인지 좀처럼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그렇게 수술 날이 밝았다.


아내는 수술복으로 갈아입고 이동형 침대 위에 누웠다. 대학병원에서 일하던 시절에 침대에 누워있는 환자분들의 모습은 수없이 봤지만, 막상 내 아내가 누워있으니 기분이 이상했다.

수술실로 출발을 앞두고 그녀는 무서웠는지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다.


“오빠가 수술실에도 같이 있었으면 좋겠어.”

"아무 일 없을 거야. 괜찮아. 조금 이따 보자."


아내를 수술실로 들여보낸 뒤 갑자기 눈물이 났다. 화장실에서 조용히 눈물을 닦았다. ‘아무 일 없을거야.’라고 스스로 되뇌이며 감정을 추슬렀다. 수술실 모니터에는 아내의 이름 옆에 '수술중' 표시가 생겨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회복중'으로 바뀌었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잠시 후 수술실 문이 열리더니 간호사분은 나를 찾았다.

“000보호자분!. 애기 나왔구요 ..... ”

갓 태어난 아기가 카트에 담겨 움직이고 있었다. 아기를 보느라 뒤엣말은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불타는 고구마 같은 아이 둘이 연달아 잠시 모습을 드러냈다가 사라졌다. 다행히 무사한 듯 했다.


아내는 곧 병실로 돌아왔다.

아내는 수술중에도 계속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보다 못한 마취과 선생님이 눈물을 닦아주셨다고. 무사히 돌아온 것에 감사하며 우리는 대화를 나눴다.

수술이 끝난 지 세 시간정도 지났을 무렵. 병실문이 열리더니 드르륵 소리가 들려왔다.

작은 카트에 담긴 개똥이와 말똥이었다.

간호사님은 환하게 웃으며 해맑게 말씀하셨다.


"이제부터 보시면 됩니다."

"...네? 벌써요? 어떻게..?"


눈앞이 캄캄해지기 시작했다.


이전 05화D-1 실전 육아, 이론이 통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