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 내가 인마! 느그 태변하고! 다 받았어!

쌍둥이 육아 첫날밤 생존기

by 정신과의사 감성돔


간단한 설명을 한 뒤 간호사님은 병실 밖으로 나갔다.

개똥이가 첫 수유 때 사래가 조금 들렸는데 괜찮을 거라는 말과 함께.

'사래가 들렸는데 내가 수유해도 될까?'

걱정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젠 내가 하는 수밖에.


그렇게 나와 신생아 둘, 그리고 수술 직후라 누워만 있어야 하는 아내. 우리 네 가족의 첫 만남이 시작되었다. 아이들은 자고 있었다. 아침에 운이 좋게 자리가 생겨 2인실로 옮긴 후라 병실은 더 적막했다.

처음 보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 신기했지만, 감동보다는 솔직히 걱정과 두려움이 앞섰다.

긴장한 채로 아이들의 모습을 살폈다.

눈을 감은 채 세상모르게 자고 있었다.


평화도 잠시, 말똥이가 울기 시작했다.

'어떻게 하지? 안고 달래야 하나? 뭐가 문제지?'

당황한 내게 아내는 기저귀를 확인해 보라 권유했다.

고이 접혀있는 속싸개를 풀었다.

2.4kg의 저체중아로 태어난, 너무나 작고 여린 몸이 보였다.

그리고 조심스레 기저귀를 열어보았다.

진한 초록색의 변이 기저귀에 가득했다.

태변이었다.


아기는 계속 울고 있었다. 잠시 고민하다 열심히 물티슈로 닦아보았다.

하지만 끈적끈적한 태변은 잘 닦이질 않았다.

말똥이는 계속 울고 있었고 어떻게든 해결해야 했다.

아이를 들쳐 안고 옆의 화장실로 향했다.

'떨어뜨리면 어떡하지?' 걱정과 불안이 머릿속을 떠나질 않았다.

온 신경이 아이를 안은 두 손에 쏠렸다. 세면대에서 수돗물로 남은 태변의 흔적을 씻어냈다.

자리로 돌아와 기저귀를 갈고 어설프게 다시 속싸개로 아이를 감쌌다.

아이를 안고 있던 손이 얼얼했다.

그래도 아이는 울음을 그치고 안정을 찾았다. 그제야 나도 한숨 돌릴 수 있었다.

첫 파도가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모든 것이 서툴기에 하나의 작업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한 명이 울어서 문제를 해결하고 있으면 나머지 한 명이 울었다. 기저귀를 갈고, 속싸개를 풀었다 다시 감고, 젖병으로 수유를 했다.

단 한순간도 쉴 수가 없었다. 한 명을 먹이고 트림을 시키고 있으면 다른 아이가 울었다. 말똥이를 내려놓고 개똥이를 안으면 말똥이가 토했다.

아비규환이었다.

간호사님은 도움이 필요하면 말하라고 했지만 그들의 업무도 바쁜 걸 알기에 요청하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스테이션까지 갈 정신조차 없었는지도 모른다.


보호자인 내가 식사를 하려면 음식을 사 와야 했지만 그럴 시간이 없었다. 잠을 잘 틈도 없었다. 그렇게 첫날밤을 뜬눈으로 지새웠다. 굶주렸지만 배고픈 줄도 몰랐다.


다음날도 아이들을 돌보는 업무를 시작했다.

몸이 천근만근 같았다. 마치 밤샘을 밥 먹듯이 했던 인턴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때보다 이미 10년 이상 늙어 있었다. 이젠 20대가 아니었고 그만큼 체력도 늙어 있었다.

아침마다 간호사분들이 아이들을 데려가 씻기고 수유를 한번 한 뒤 돌려주셨다.

그 순간이 유일한 휴식시간이었다.

어색한 자세로 수유를 하고, 트림을 시키고, 기저귀를 갈았다. 그래도 점점 숙달되어 갔지만

쌍둥이를 혼자 돌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이들은 이 시간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만 3세 이전에는 의미 있는 기억 형성이 어려우니까. 하지만 나중에 크면 꼭 이야기해 줄 것이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 속 최민식처럼.

"내가 인마! 느그 태변하고! 다 받았어!"




[태변: 아기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배출하는 대변입니다. 태아가 자궁 내에서 삼킨 물질과 장 내에서 배출된 찌꺼기들이 섞여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짙은 녹색이며 끈적거려 잘 닦이지 않는 것이 특징입니다. 태변의 색깔이 이상하거나 배출되지 않는 경우 질환을 의심해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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