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5 아는 것이 힘?

지식과 불안 사이

by 정신과의사 감성돔


나는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다. 궁금한것은 확인해봐야 직성이 풀린다.

학생이었던 20대 초반, '신생아 반사'에 대해 배웠다. 신생아 시기에만 확인해 볼 수 있는 반사반응이 있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 사라지는 현상이라니 너무 신기했다. 당시에는 그냥 책으로 보고 외웠지만 나중에 내 아이가 생기면 꼭 확인해보리라 다짐했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드디어 기회가 왔다. 어느새 내 품에는 실험대상, 아니 귀여운 아이가 둘 있었다.


기억하는 신생아 반사를 하나씩 아이들에게 실험해봤다.

손바닥을 간지럽히면 작은 손으로 내 손가락을 꼬옥 잡아주었다.

그 순간은 감동적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안도감도 들었다.

'잡기반사는 정상이군.'

입가에 자극을 주면 먹으려는 듯이 혀를 낼림거리며 입을 움직였고

발바닥을 긁으면 발가락이 특이한 형태로 움직였다.

아이가 놀랄까봐 차마 자유낙하하는 느낌을 주지는 못했지만

책에서 보던 반사가 눈 앞에서 펼쳐지는 것이 신기했다. 오랫동안 묵어온 호기심을 해결하는 것이 고된 육아 속에서 한줄기 단비처럼 느껴졌다.


태어난지 갓 한달이 된 아기. 여전히 아기는 너무나 연약하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팔 다리는 여전히 너무나 작아, 행여나 부서질세라 걱정이 되었다.

혼자서는 젖병을 잡지도 못했고 몸을 뒤집지도 못했다.

그렇기에 부모인 우리는 아이의 일거수 일투족에 예민할수 밖에 없었다.

아이의 숨소리, 울음소리 하나에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잠을 자고 있어도 혹시 숨은 잘 쉬고 있는건지 확인하기 위해 손가락을 대보기도 했다.

아직 고개도 잘 가누지 못하는 아이들이 곤경에 처하지는 않았는지 걱정이 됐다.

모든 감각은 아이에게로 향했다. 나는 아이라는 세계에 점점 몰입하고 있었다.


잘 먹은 딸은 또 토를 했다. 요즘들어 토가 잦아졌다.

트림을 충분히 시켰다고 생각했는데 토할때도 있었고 트림을 시키다가 토하기도 했다.

애써 먹은 것을 토하는 광경을 보면 안타깝기도 하고 걱정이 되었다. 행여나 토를 하는 과정에서 흡인 되지는 않았는지 확인했다. 직업병이겠지만 아이가 흡인물 때문에 호흡곤란이 생기는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했다. 아이가 괜찮다는걸 한 후에야 토로 얼룩진 바닥이 눈에 들어온다. 또다시 피로감이 몰려왔다.

'또 치워야 되는구나.'

새벽에 그럴때면 더 그랬다. 딸은 토 한뒤 울었고 그 소리에, 자던 아들도 깨어나서 울었다. 아이들을 달래야 했고 뒷처리도 다시 해야했다. 피곤과 분노 그리고 짜증의 감정이 올라오면 나는 머리속이 하얘졌다. 몸도 마음도 멈춘채 우두커니 서있었다. 그럴때면 아내는 멍하니 있는 나를 타박하곤 했다.


"빨리 치우든지 하지 멈춰있을 시간이 어디 있어."


감정이 중요한 나는, 마음을 추스릴 시간이 필요했지만 아내는 답답해했다.


토가 입에서 분수처럼 솟아나오는 순간이 반복되자, 불안이 점점 피어올랐다.

'분수토... 혹시 협착증?'

애매한 지식은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을 때도 있다.


식도가 막혀있거나 부분적으로 문제가 있을때 이러한 분수토가 있을수 있다는 희미한 기억이 났다. 이성적으로는 배변을 하고, 잘 크고 있어 정상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혹시나'하는 마음이 들었다. '문제가 있었다면 이미 병원에서 발견을 했겠지.' 라며 위안을 했다.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친구들에게도 자문을 구했으나 답은 한결 같았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거야.'

머리로는 알지만 내 아이를 대하는 것은 달랐다.

아는게 병이라며 애써 불안을 눌렀다.

그렇게 하루하루의 시간이 지나갔다. 아이의 토도 조금씩 줄기 시작했다.

아이도 나도 천천히 자라나고 있었다.





모로반사(Moro reflex)

소리나 몸의 위치 변화가 있을 때 놀라 양팔을 벌렸다가 끌어안듯 오므리는 반사 생후 3~6개월까지 지속된다.


구강반사 (Rooting reflex)

볼이나 입가를 자극하면 자극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젖을 빨기 위해 벌리는 반사.

생후 3개월까지 지속된다.


손바닥 잡기 반사(Palmar Grasp reflex)

손바닥을 손가락이나 작은 물체로 건드리면 꽉 쥐는 반사.

3~6개월까지 지속된다.


바빈스키반사(Babinski reflex)

발바닥을 발뒤꿈치에서 발가락 쪽으로 간질이면 엄지발가락을 구부리지만 다른 네발가락은 부채처럼 벌어지는 반응. 6개월부터 서서히 소실된다.



위니코트의 1차적 모성 몰입 Primary Maternal Preoccupation)

(모성으로 표현 되었지만 시대의 흐름상 '부모'로 이해하자.)

출산 직전 부터 출산 후 몇 주간,

부모와 아기가 하나인 것처럼 전면적으로 감정과 감각을 몰입하는 상태이다.

외부 세계나 자기 욕구보다 아기의 신호에 압도적으로 집중하게 된다.

갓태어난 아기는 무력하기 때문에 부모가 먼저 민감하게 반응해 주어야 한다.

이 시기의 몰입은 아기의 신뢰감 형성과 초기 애착의 기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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