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그슬럿, 지구젤리, 몰티저스.’ 그림의 떡이었던 해외 먹거리 아이템이 드디어 우리나라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오매불망 해외여행을 갈 날만 기다리며 먹킷 리스트에 올려두었던 아이템을 우리나라에서 먹어볼 수 있다니… 몇 시간이라도 흔쾌히 기다려주마! 이렇게 고객들이 흥분을 감추지 못하자 유통업계에서는 앞다투어 해외직구 상품 모시기에 나섰다!
미국에서만 맛볼 수 있는 맛
해외여행에 빠지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먹방 투어! 미국에 가면 인앤아웃 버거, 싱가포르는 카야토스트, 베트남에서는 콩카페 … 심지어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일의 목록인 버킷 리스트와 먹거리를 합친 ‘먹킷 리스트'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이니 우리가 해외여행에서 먹는 것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해외여행 중에 그 나라 슈퍼마켓에 들러 트렁크 한가득 식료품만 담아오는 것은 흔한 일이다. 갔다 와서도 그 맛이 자꾸 입안에 맴돌아 해외 직구 사이트를 서성인다.
이러니 미국 3대 버거로 불리는 인 앤 아웃 버거가 강남에 팝업스토어를 열었을 때 그렇게 사람들이 몰렸지. 새벽부터 사람들이 매장 문 앞부터 옆 골목길까지 줄을 서 있었던 것은 물론이거니와 심지어 첫 손님은 새벽 5시 30분부터 매장 앞에 서 있었을 정도였단다. 당연히 햄버거는 오전 10시에 매진되었다. 미국 카페 브랜드 ‘블루보틀’이 서울 성수동에 한국 1호 매장을 열었을 때도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사람들이 오픈 시간인 8시에 맞춰 들어가려고 새벽 3~4시부터 줄을 서 있었다. 심지어 그날 커피 한잔 마시려면 4시간 반 정도 기다려야 했단다. 그래도 사람들은 그 커피 한 모금을 위해 기다렸다.
먹킷리스트 아이템, 국내 상륙 중
기업에서 이 상황을 넋 놓고 바라보고 있지만은 않을 터. 많은 기업에서 앞다투어 미국 뉴욕이나 LA, 일본 도쿄 등의 도시에서 경험할 수 있었던 트렌디한 맛집을 들여오고 있다. 그래서 들어오게 된 것이 바로 미국의 유명 샌드위치 브랜드 ‘에그슬럿 EGGSLUT’. 인 앤 아웃 버거와 함께 미국의 먹킷리스트로 꼽히는 레스토랑인 에그슬럿은 다양한 계란 샌드위치와 으깬 감자에 수란을 얹은 ‘슬럿’으로 사람들의 먹킷리스트에 올라선다. 해외여행을 자유롭게 할 수 없는 요즘에는 그 맛을 그리워하고, 또 그 맛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의 대기 줄이 끊이질 않는다. 그렇게 한국에 들어오자마자 대란을 일으켰던 ‘제2의 쉐이크 쉑’의 인기 가보를 잇고 있다.
편의점에는 해외여행을 다녀올 때마다 트렁크에 한가득 실려있던 구매 필수템도 속속 상륙 중이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CU의 ‘대만 누가 비스킷’. 대만 여행객의 손에 꼭 들려있던 누가 비스킷을 CU에서 수입해왔다. 심지어 누가 비스킷 제작사 대만 삼숙공사에서 특별히 한 박스에 20~30개들이였던 것을 편의점 전용인 5개들이로 제작해주었다. 그리고 그렇게 들어온 누가 비스킷은 판매 일주일 만에 3만 개가 팔려나갔다.
GS25는 독일의 젤리 브랜드 ‘트롤리 Trolli’의 지구 젤리를 점포에 들여놓았다. 사실 기존에는 트롤리 브랜드의 지렁이 젤리만 수입해왔지만 먹방 유튜브에서 지구 젤리가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수입 품목을 늘렸다. 그렇게 우리나라에 들어오게 된 지구 젤리는 판매 5일 만에 100만 개가 팔렸다. 최근 CU에 들어온 호주의 초코볼 ‘몰티저스 버킷’도 유튜브에서 입소문이 먼저 난 케이스이다. 인기 유튜버들이 몰티저스 먹방을 이어가면서 입소문을 퍼트렸고, CU가 점포에 들여온 지 하루 만에 물량의 90%가 팔려나갔다.
들여와만주세요 당장 사러 갈게요
유통업계에서 해외직구 상품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젊은 층을 공략하기 위해서이다. 이들은 해외여행을 다니며 이미 먹킷리스트의 맛을 알고 있을 뿐더러 그 맛을 그리워한다. 그들이 자주 접하는 매체인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서는 해외 이색 식품 소개나 먹방으로 호기심을 자극한다(위에서 언급한 지구 젤리, 몰티저스도 SNS에서 먼저 인기를 끌어 들여온 아이템이다). 그러니 그 그립고 궁금한 맛을 들여와만 준다면 기꺼이 찾아가 지갑을 여는 것이다.
끊임없이 신제품거리를 고민하며 경쟁사와의 차별화를 꾀해야 하는 유통업계 입장에서도 해외 구매 필수템 출시는 여러모로 이득이다. 꼭 구매해야 할 상품으로 꼽히니 인지도를 끌어올릴 방법이나 제품 경쟁력이 무엇인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심지어 고객들이 제품을 구매하고 SNS에 자발적 입소문을 내주니 마케팅 효과도 저절로 따라온다. 당연히 관련 부서에 몸집을 불려가며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 더구나 코로나 19로 하늘길이 막혀버린 이때, 해외에 나가지 않고도 먹킷리스트를 국내에서 접할 수 있는데 누가 지갑을 열지 않을 수 있을까.
CU 사보 'I LOVE CU 2020년 10월호'에 실린 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