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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 4일간의 추억 그리고 기록

Chapter III. 계획은 계획일 뿐

by 시간제기록자

1. 역시 계획은 계획일 뿐.


삿포로에 도착했다. 제일 먼저 반겨주는 건 삿포로 맥주. 삿포로에 왔다는 게 실감 나기 시작했다. 일본 특유의 냄새도 느낄 수 있었다. 드디어 홋카이도 여행이 시작되는구나.



여행은 계획처럼 되지 않는다. 다양한 여행 정보를 얻고 가더라도 직접 부딪히는 것과 머릿속에서 상상하는 것은 다를 수밖에 없다. 거기에 이번 여행에서처럼 비행기가 연착하는 상황과 같은 우연적인 일들이 더해지면 계획은 틀어지기 마련이다. 원래 예상대로라면 적어도 2시 30분이면 호텔 체크인을 마치고 늦은 점심을 먹으러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 시간에도 여전히 삿포로로 들어가는 공항철도 안에 있었다. 밖에서는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었고, 배는 계속 고팠다. 하지만 서두른다고 삿포로에 더 빨리 도착하는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그 상황을 받아들이고 상황에 맞게 계획을 수정하고, 다른 대안들을 마련해 두는 것이 여행을 다니기에 더 좋다.


호텔 체크인을 하고, 짐만 내려놓고 서둘러 점심을 먹으러 갔다. 원래는 하나마루라는 유명한 회전초밥 식당에 가기로 했었다. 점심과 저녁 사이, 시간이 굉장히 어중간했기 때문에 기다리지 않고 먹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시간에도 기다리는 사람들로 식당 앞은 북적였다. 도저히 기다릴 자신이 없어서 근처 식당을 돌아다니다가 수프커리 식당으로 들어갔다. 홋카이도의 유명한 음식 중 하나인 수프커리로 여행의 첫끼를 시작한 것이다.



2. 여행자는 여행자가 돕는다.

우리가 먹는 카레와는 또 다른 느낌을 가진 수프커리.

수프커리집에 들어가 앉았는데 주는 건 일본어 메뉴판뿐. 메뉴판 속 그림으로 뭘 먹을지 고민하고 있는데 바로 옆에 앉은 일본인 커플이 우리가 당황하고 있는 것이 보였는지 짧은 영어로 설명을 해주었다. 나름 추천 메뉴도 이야기해주면서! 덕분에 맛있는 수프커리를 먹을 수 있었고 여행의 첫 단추를 잘 꿸 수 있었다.(#)


한국에서도 외국인 관광객이 어려움을 겪거나, 당황하고 있을 때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생각은 자주 한 적 있지만 실제로 실천으로 옮기지는 못했다. 내 갈 길이 바빠서거나 짧은 영어가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거나 오지랖 넓다는 생각도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막상 여행자가 되면 작은 도움 하나하나가 절실하고 정말 고마웠고 기억에 남는다. 밥 먹는 동안 계속 그 커플에게 고맙다고 이야기했다.


여기서 반전 하나. 베스트 메뉴라고 추천해준 그 커플 역시 삿포로로 여행 온 여행자였다. 그들 손에는 일본어로 된 삿포로 여행 가이드북이 있었다. 그들이 베스트 메뉴라고 이야기한 것은 일본 블로그에 올라와 있는 것이었을까?


To. 일본인 커플

덕분에 맛있는 수프커리를 먹을 수 있었어요. 당신들 아니었으면 우리는 수프커리가 아닌 다른 걸 시켜먹고는 맛이 없었다고 이야기했을지 몰라요. 삿포로에 대한 첫인상, 수프커리에 대한 이미지가 긍정적일 수 있었던 것은 당신들 덕분이랍니다. 감사합니다. 여행 즐겁게 하세요!

#. 텐마커리 (수프커리)

스텔라 플레이스 6층은 우리나라로 치면 백화점 식당가 같은 곳. 다양한 식당들이 줄지어 있다. 그중 가장 유명한 곳은 하나마루 스시집. 그 옆, 에스컬레이터 쪽에 텐마커리라는 수프커리 식당이 있다. 치킨수프커리, 포크수프커리 두 개를 시켜 먹었는데, 개인적으로 치킨이 더 맛있었다. 매운맛을 결정할 수 있으나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많이 덜 맵다고 생각하고 매운맛을 결정하면 된다.

수프커리는 우리가 먹는 걸쭉한 것이 아니라 물 같은 카레가 나온다고 생각하면 된다. 카레랑 다르게 시원한 맛이 있다. 해장하기 좋은 느낌.

1,100엔 기본 메뉴는 수프커리와 밥이, 1,300엔 세트는 수프커리+밥+음료가, 1,400엔 세트는 수프커리+밥+음료+디저트가 나오니 참고할 것.


2016년 7월 2일부터 7월 5일까지 일본 홋카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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