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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 4일간의 추억 그리고 기록

Chapter IV. 삿포로에 온 이유, 삿포로 맥주 박물관

by 시간제기록자

1. 츄오 버스 창구직원의 동공지진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다음날은 샤코탄투어 버스를 타는 일정이었다. 이 샤코탄투어는 여행 계획을 세울 때부터 말썽이었다. 자리나 있나 보려고 들어간 츄오 버스 홈페이지에는 이미 자리가 없었고, 찾아 찾아 들어간 재패니칸 사이트에는 예약이 거의 끝나 한자리만 남아 있었다. 내가 필요한 건 두 자리인데! 일단 그거라도 예약하고, 도착하자마자 츄오 버스로 가서 자리가 있는지 확인하고 예약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삿포로역 여러 쇼핑몰 중, Esta 2층에 츄오 버스 창구가 있다.(#) 츄오 버스 창구에 가서 창구직원에게 자리가 있냐고 물었고 자리가 있다는 말에 예약을 하게 되었다.


예약하면서 내가 알고 싶은 건 두 가지였다. 하나는 자리가 있다고 말한 투어상품이 7,900엔 하는 샤코탄 투어가 맞는지 확인하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인터넷에서 예매한 사람과 창구에서 예매한 사람이 같은 자리에 앉아 갈 수 있는지 여부였다. 궁금하고 급하기도 해서 다짜고짜 영어로 물어보니 창구직원의 동공지진이 나에게까지 느껴졌다. 순간 너무 미안했다. 말도 잘 안 통하는 것 같아 그냥 인터넷으로 예약한 것은 취소하고, 거기서 2장을 사는 게 우리나 창구직원 모두 편할 것 같았다. 그래서 이름을 둘 다 적어서 표 2장을 예매했다.


그렇게 해서 예매가 끝나는가 싶었는데, 창구직원이 예매하는 과정에서 내가 원한 걸 깨달은 모양이었다. 인터넷에서 예매한 내 이름이 떡하니 보이니까 이상했겠지... 결국 처음에 내가 원하던 대로 표는 하나만 구매했고, 우리는 좋은 자리에서 같이 앉아서 갈 수 있었다. 동공지진을 일으키던 그 직원에게 너무 고맙고 미안하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


To. 츄오 버스 창구직원

고맙고 미안합니다. 차근차근 물어봤어야 됐는데, 자리가 있어서 너무 다행인 나머지 그리고 급한 나머지 말도 다짜고짜 물어봤네요. 덕분에 좋은 자리에서 같이 앉아갈 수 있었어요. 덕분에 좋은 여행할 수 있었고요. 정말 감사합니다!


2. 삿포로 여행의 목적, 삿포로 맥주 박물관


삿포로 맥주 박물관 입구에서 찍을 수 있는 스탬프. 어딜가나 스탬프 찍는 재미가 쏠쏠하다.


나는 맥주를 좋아한다. 금요일마다 마트나 편의점에서 여러 세계맥주를 골라 집에서 홀짝거리는 걸 좋아한다. 맥주는 공장이나 시음할 수 있는 곳에 가서 먹으면 맛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실제로 도쿄에 갔을 때, 에비스 맥주를 시음한 적이 있었는데 진짜 맛있었던 기억이 있다.


삿포로 맥주의 상징, 별. 의자 속 별처럼 구석구석 신경쓴 흔적이 돋보인다.

삿포로 하면 삿포로 맥주가 당연히 떠오르고, 삿포로역 근처에 삿포로 맥주 박물관이 있다.(&) 늦은 점심을 먹고 가기로 한 목적지는 바로 삿포로 맥주박물관이었다. 가이드북에는 6시 30분까지 운영된다고 하고, 블로그를 보면 6시까지 운영된다고 해서, 급하게 급하게 삿포로 맥주박물관으로 갔다. 시음할 시간은 충분하게 도착했다. 바로 시음장으로 달려가는 건 내가 생각해도 웃긴 것 같아 맥주박물관을 조금 구경했다. 하지만 이미 마음은 시음장에 가 있었고, 맥주박물관의 내용은 일본어로만 설명이 되어있었다. 조금 구경을 하고 시음을 하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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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포로 맥주를 따르는 광경(왼쪽 위) / 삿포로맥주의 첫번째 광고(오른쪽 위) / 3가지 샘플러와 땅콩 안주(아래)


3가지 맥주를 맛볼 수 있는 샘플러를 시음했는데 각각의 맥주 맛이 다 다른 게 느껴졌다. 진짜 맛있었다.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천국이 아닐 수 없었다. 맥주박물관을 여행하는 여행자라면 일단 3가지 샘프러를 시켜 마신 후, 마음에 드는 맥주 하나를 따로 더 시켜 마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여행이 순조롭게 진행되길 기원하며 동행과 건배했다.


3. 삿포로 혼자 걷기


홋카이도 구 도청사의 야경


다시 삿포로역으로 돌아와(*) 후라노 가는 기차를 예매하고 동행은 숙소로 가고 나 혼자 삿포로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오사카에서 나노블럭을 쓸어왔던 빅카메라에 가서 나노블럭을 구경하기도 하고, 인형 뽑기를 하기도 했다. 비가 그쳐 스스키노 쪽으로 걸어가다가 불이 예쁘게 켜진 홋카이도 구 도청사를 구경했다. 환하게 불을 켜놓은 것이 아니라, 은은한 불빛으로 밤을 맞이하는 공간이 왠지 삿포로와 잘 어울리는 것만 같았다.


스스키노까지 걸어가기는 힘들 것 같아, 다시 삿포로역으로 돌아와 다이마루 백화점 식품관을 구경했다. 폐점시간이 얼마 안남아, 각종 도시락을 싸게 팔고 있었다. 늦게 먹은 점심이 소화도 다 되었기 때문에 맛있어 보이는 도시락을 골라 집었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 편의점을 구경하고 맥주와 과자를 샀다. 숙소에서는 여행 첫날을 기념하는 만찬이 벌어졌다.


이렇게, 삿포로의 첫째 날이 지나갔다.




#. 삿포로역 남쪽 출구 쪽 GAP에서 2층으로 올라가면 빅카메라가 있는 에스타쪽으로 갈 수 있는 연결통로가 있다. 그 연결통로를 따라가면 츄오 버스 창구가 바로 보인다.


&. 삿포로역 북쪽 출구에서 188번 버스를 타면 삿포로 맥주박물관까지 갈 수 있다. 바로 삿포로 맥주박물관으로 가기 때문에 걱정 말고 종점에서 내리면 된다. 약 10분 소요. 210엔.


*. 삿포로 맥주박물관에서 다시 나오는 180번 버스를 타면 삿포로 TV타워와 오도리 공원 쪽으로 이동 가능하다. 삿포로역이 아닌 오도리 공원, 스스키노 쪽으로 간다면 180번 버스를 타자. 210엔.


2016년 7월 2일부터 7월 5일까지 일본 홋카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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