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V. 아침부터 술술술
아침 일찍 일어났다. 삿포로의 아침은 일찍 시작된다. 우리와 같은 시간대를 쓰지만 훨씬 동쪽에 있기 때문에 해가 일찍 뜬다. 예전에 백두산에 갔을 때처럼, 네시 전에 해가 뜨는 그런 공간이다. 호텔 창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을 맞으며 일어나 준비하기 시작했다.
나는 호텔 조식을 좋아한다. 여행을 온 기분을 제대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호텔 조식이 여행의 완성이랄까. 묵었던 숙소의 조식은 맛있었다. 여러 가지 빵이 있었고, 일식도 있어 이것저것 골라먹기 좋았다. 3일간 먹기에도 질리지 않을 것 같았다.
아침을 먹고 삿포로역에서 출발하는 샤코탄 투어(#)를 떠났다. 아름다운 바다도 보고, 일본식 가정식도 먹을 수 있다기에 많은 기대를 안고 떠난 투어였다. 전날 많은 비가 내려서 하늘도 깨끗했고, 햇살도 따뜻했다. 하지만 이러한 날씨는 오래가지 못했다.
이렇게 투어로 여행을 하는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바티칸, 가우디 투어 이후 처음 아닌가 싶다. 자유롭게 여행 다니는 게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투어보다는 자유여행을 선호하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샤코탄투어를 선택한 건 샤코탄반도에 가고 싶었지만 대중교통으로 가기에는 너무 어렵게 때문이었다. 같은 시간을 투자하지만 투어로 가면 알차게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대중교통으로는 힘들기만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샤코탄 투어 버스에 대한 평도 좋았기 때문에 조금 고민한 후 샤코탄투어를 하기로 결정했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신기했던 건 가이드가 쉴 틈 없이 이야기한다는 점이었다. 일본어를 모르기 때문에 무슨 말을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끊임없이 이야기했다. 중간중간 쉴 만도 한데, 여행의 마지막까지 버스가 움직이면 계속 이야기하는 모습이 너무나도 신기했다. 그렇게 열심히 이야기하지만 여행객들의 반응이 거의 없는 것도 신기했다. 우리 같으면 박수도 유도하고, 대답도 유도할 것 같은데 이 투어에서는 그런 게 전혀 없었다. 박수가 나온 것도 딱 한 번. 마지막 인사를 할 때뿐이었다. 쉴 틈 없이 혼자서 이야기하는 가이드와 무심한 듯 듣고 있지만 나름의 방법으로 반응하는 일본인 여행객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처음에는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때려 맞추는 재미가 있었어요. 근데 그것도 한계가 있더라고요. 열심히 이야기했지만, 알아들을 수 없으니 쏟아지는 건 잠뿐. 당신이 이야기하던 시간에 나는 잠만 잔 것 같군요. 영어로 된 안내 책자라도 있었으면 더욱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래도 당신 덕분에 안전하게, 그리고 관찰하는 재미로 투어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재미있었습니다.
오타루를 지나 처음 도착한 곳은 요이치 증류소. 니카 위스키를 시음하고 쇼핑(@)할 수 있는 곳이었다. 도착하자마자 자연스럽게 애플와인과 위스키를 받아 들고 홀짝 거리기 시작했다. 애플와인은 달아서 맛있었는데 위스키는 영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반쯤 먹다가 반납하고 나오는 길에 위스키를 맛있게 먹는 방법이 조그맣게 적혀있는 걸 보았다. 물과 얼음을 적당히 섞어서 마시면 맛있게 마실 수 있다고 적혀있었다. 다음에는 그렇게 한 번 마셔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다음이 있을까?
요이치 증류소는 굉장히 한적한 곳이다. 주변에 어느 건물도 없이 증류소의 건물들만 존재한다. 열심히 위스키만 만들어야 할 것 같은 곳이다. 위스키를 만들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었을까. 창립자는 왜 하필 위스키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을까. 한적한 곳을 보고 있으면 여러 가지 궁금증이 생긴다. 이러한 궁금증을 뒤로하고, 다시 투어버스에 올랐다.
#. 샤코탄투어는 츄오버스회사에서 진행한다. 삿포로에서 출발해 오타루를 거쳐 샤코탄 반도를 구경하는 코스로 진행된다. 자세한 루트는 츄오버스 홈페이지에 친절하게 한국어로 나와 있으니 참고할 것. 삿포로, 오타루 두 곳에서 모두 출발 가능하며 내리는 곳도 둘 중 선택해서 내릴 수 있다. 삿포로에서 출발해 오타루에서 내리는 방법을 추천. 재패니칸(Japanican.com/kr)에서 인터넷 예매도 가능하니 참고. 7,900엔(인터넷 예매 시 7,800엔).
@. 요이치 증류소에서 위스키와 애플와인 등을 구매할 수 있다. 기념품으로 선물하기 좋으니 참고. 혹시나 사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샤코탄 투어 내내 가는 곳마다 발견할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 것.
2016년 7월 2일부터 7월 5일까지 일본 홋카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