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중부유럽 여행기 - 3. 유럽에서 온천을
3. 유럽에서 온천을
여행을 하기 전 여행지에 대해 찾아보는 것은 '양날의 검'과 같다. 정보가 없었더라면 가지 못했을 스팟들을 찾게 되는 장점도 있는 반면, 정보를 찾는 과정에서 익숙해짐에 따라 첫 만남의 셀렘과 감동을 잃을 수도 있다는 단점도 있다. 여행 준비할 때는 통상 단점을 더 크게 생각해 웬만하면 여행지에 대해 깊게 찾지 않고 최소한의 정보만을 찾고 여행지에서 직접 부딪히려 한다.
하지만 내가 찾지 않은 상황에서 정보가 들어오는 것까지는 어쩔 수가 없다. 즐겨 보는 프로그램인 '지구마불 세계여행' 시즌3에서 헝가리를 가게 되었고 부다페스트에서 온천을 하고, 시장을 가는 모습 등을 TV로 보게 되었다. 보자마자 부다페스트에서는 온천을 가봐야겠다고 생각했고 세체니 온천을 예약하게 되었다.
중간에 한 번씩 깨긴 했지만 그런대로 푹 잘 자고 아침 일찍 일어났다. 아침에 가야 사람이 적다는 얘기를 듣고 일어나자마자 간단히 씻고 세체니 온천으로 향했다.
숙소 근처에 바로 지하철 Vörösmarty tér역이 있어 노란색 M1노선을 타고 세체니 온천이 있는 Széchenyi fürdő역으로 향했다. 지하철 역들이 굉장히 예뻤다. 지하철은 오래되어 굉장히 큰 소음이 발생하고 있었고, 창문을 연 채로 운행해 먼지가 많이 들어오는 느낌이었다.
역에 내리니 세체니 온천으로 향하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딱 봐도 한국인인 사람들도 많이 보였다. 입구가 여러 개인데, 각각의 입구가 예약에 따라 달라 한 바퀴 돌고 나서야 우리의 입구를 찾을 수 있었다. 티켓을 확인하고 키를 받고 안으로 들어가자 TV에서 보았던 세체니 온천으로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었다. 생각했던 것보다는 조금 작은 느낌이었다.
수영복으로 얼른 갈아입고 온천에 들어갔다. 생각했던 것보다 미지근한 물 온도에 놀랐다. 우리가 생각하는 온천은 뜨거운 온천인데, 여기는 뜨겁기는커녕 따듯하지도 않고 미지근했다. 따듯한 온천으로 피로를 풀겠다는 우리의 계획은 실패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우리가 처음 들어갔던 곳은 수영을 할 수 있는 곳이었고 진짜 온천은 옆에 따로 있었다. 온천 쪽으로 가서 발을 담그자마자 따듯함이 그대로 느껴졌다. 해가 점점 강렬해지고 있었지만 따듯한 온천이 정말 좋아서 몸을 푹 담그고 피로를 풀었다.
한 시간 반 정도 온천을 마치고 지하철을 타고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에서 다시 정비를 하고 헝가리에서 첫 끼를 먹으러 다시 길을 나섰다. 버스를 타고 간 곳은 레스토랑 Szaletly. 12시 오픈 시간에 맞춰 오픈런을 하게 되었다. 카르파쵸와 굴라쉬, 오리 콩피를 맥주와 함께 먹었다. 모든 음식이 만족스러웠다. 특히 굴라쉬의 고기가 야들야들해 정말 맛있었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야외에서 맥주와 함께 식사하는 시간이 정말로 평화로웠다.
배부른 식사를 마치고 난 후 버스를 타고 그레이트 마켓으로 향했다. 버스에서 내려 도나우 강가를 걷는 길이 정말 더웠다. 해가 굉장히 강렬해 땀이 계속 나기 시작했다. 그래도 유럽은 습하지 않아서 그늘로만 들어가면 금세 시원해지는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소화 겸 산책하며 천천히 걸어서 도착한 그레이트 마켓은 일요일 오후여서 그런지 파장 분위기였다.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몇몇 상점들만 열려 있었고 대부분의 상점들은 닫혀 있어 크게 구경할 거리가 없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노란 트램을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