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중부유럽 여행기 - 5. 황량한 빈 그리고 클림트
5. 황량한 빈 그리고 클림트
부다페스트에서 기차를 타고 빈으로 넘어왔다. 기차를 타고 국경을 넘는다는 것을 상상할 수 없는 우리나라여서 국경을 넘는 순간을 보려고 열심히 구글맵을 봤다. 헝가리와 오스트리아의 국경을 넘는 순간 달라지는 것은 통신사가 바뀌고, 외교부와 한국 통신사에서 오스트리아 관련 안내 문자가 오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기차가 연착되는 바람에 3시간 여만에 빈 중앙역에 도착했다. 고전적인 느낌이 가득했던 부다페스트 역과는 달리 빈 중앙역은 현대적인 느낌이 가득했다. 나라와 도시가 달라졌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빈 중앙역 바로 앞에 있는 숙소로 이동하기 위해 역 밖으로 나오니 우리를 반겨주는 건 흐린 빈의 날씨와 돌풍 그리고 조금씩 떨어지는 빗방울이었다. 부다페스트의 맑은 날씨와 너무나도 대조적이었다. 빈의 첫 느낌은 황량함 그 자체였다.
호텔 체크인을 마치고 잠시 쉬었다가 벨베데레 궁전으로 향했다. 빗방울은 조금 잦아들었지만 날이 흐린 건 여전했다. 그래도 벨베데레 궁전은 실내에서 미술작품을 보는 시간이 많았기 때문에 괜찮았다. 벨베데레 상궁에는 클림트, 에곤 실레 등의 작품이 있다. 가장 유명한 작품인 클림트의 「키스」 앞에는 역시나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마치 루브르 박물관에서 「모나리자」 앞에 사람이 많은 것처럼 벨베데레의 메인 작품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보고 느끼고 사진 찍고 있었다. 나도 사람들 사이에 들어가 작품을 감상했다. 무엇보다도 화려함이 눈에 띄었다. 단순한 그림이라기보다는 복합적인 조형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서 직접 보니 왜 유명한지 알 것 같았다.
벨베데레 상궁을 보고 하궁으로 내려오는 길. 벨베데레 정원은 왠지 꽃으로 아름답게 꾸며져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실제는 뭔가 황량했다. 벨베데레 상궁과 하궁을 배경으로 하는 전경은 좋았지만, 정원이라는 이름이 주는 기대감에 못 미치는 공간이었다. 아쉬움을 달래며 하궁으로 이동했다.
벨베데레 하궁에서는 클림트 작품의 특별 전시회가 있었다. 클림트의 「유디트」와 다른 작품들을 모아 놓고 전시하고 있었는데 기술을 통해 작품들의 밑그림, 레이어 등을 각각 분석해 전시하고 있었다. 작품이 만들어진 과정들을 느낄 수 있었던 반면, 기술의 발전을 통해 과정을 대략적으로 알 수 있다는 것을 작가가 과연 좋아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벨베데레 궁전을 나와 버스를 타고 빈 구시가지로 향했다. 빈 구시가지 한편에 있는 중식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그동안 여행할 때에는 음식을 크게 가리지 않는 편이었는데, 빈 여행 중에는 유난히 현지식이 아닌 익숙한 음식들을 찾게 되었다. 매운 우육면과 볶음밥을 먹고 나니 그동안 쌓였던 느끼함이 싹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저녁을 먹고 빈 구시가지를 정처 없이 걸었다. 빈의 구시가지는 월요일 저녁임에도 사람이 정말 많았다. 이동에 지친 하루라 일찍 숙소로 돌아와 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