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되는 2000년대생들이면 개추
'이거 알면 최소 00년'이라는 키워드는 언제나 대중들의 반응을 이끌어내기 좋은 키워드다. 무언가에 대한 추억팔이, 이른바 추팔은 많은 이들의 공감과 그때 그 시절의 애틋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 옛날이여.." 혹은 "그때가 좋았지.."라며 자신의 과거 시대를 황금기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많은 기업에서 노스텔지어 마케팅을 펼치는 이유가 이것이기도 함.)
그리하여 오늘은 마음껏 내 나이대에 사람들이 공감할만한 것들을 가져와 보았다. 내 입장에선 이 '먹히는 소재'를 쓰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그러면 지금 바로 시작하겠다.
만약 2000년대생 남자들 중 <아빠와 나>를 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그는 간첩임이 분명하다. 기껏해야 '쥬니어 네이버' 혹은 '야후꾸러기 '에 들어가서 샤베트 만들기 게임이나 하는 게 다였던 그 시절 잼민이들에게 <아빠와 나>는 충격 그 자체였다. 근육질의 보라색 남자가 무엇이든 다 때려부수는 것은 아주 직관적으로 말초신경을 자극했다. 게다가 게임 난이도는 무지하게 어려워서 계속해서 도전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 누구도 마지막 보스(근육질에 흑인인 그놈)을 깨지 못했다는 후문이..
더운 여름, 학교 끝나고 동네 슈퍼에 들려 사먹는 아미노 쿨은 그야말로 극락이었다. 필자의 동네에선 라면보이가 그려진 아미노 쿨을 팔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상당히 인기를 끌었다. 안에 들어있는 시원한 국물을 다 들이키고 약간은 밍밍해진 얼음을 쪽쪽 빨아먹고 나면 그 여름 더위가 싹 가시곤 했다. 아미노 쿨 뿐만 아니라 쿨피스 곽에 콜라맛, 소다맛 등의 음료를 얼린 아이스크림도 있었는데, 나무 막대기로 싹싹 긁어 먹는 맛이 있었다.
그 시절 남학생들은 공을 차기 전 꼭 한바퀴를 빙글 돌고 차야만하는 특이한 관습이 있었다. 이 지랄맞은 관습의 근원은 다른 아님 <썬더일레븐>이라고 할 수 있다. 학교가 끝나고 집에 와 '재능tv'혹은 '투니버스'를 틀면 높은 확률로 방영하고 있던 <썬더일레븐>은 아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가장 인기있는 스포츠인 축구를 장르로 하고 있으면서 다양한 필살기까지 쓰는 그야말로 실패할 수가 없는 조합으로 잼민이들의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썬더일레븐>의 기술 중 하나인 갓핸드와 파이어 토네이도는 그 시절 어느 학교 운동장에서나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필자는 슬프게도 축구에 끼지 못했다.
고양이가 지붕 위를 떨어지지 않고 달리기만 하면 되는 이 간단한 게임은 엄청난 중독성을 자랑했다. 실제로 필자는 너무 몰입한 나머지 컴퓨터실에서 종이 친 줄도 모르고 이 게임을 했다가 선생님에게 영혼까지 털린 기억이 있다. 집중력을 발휘해 오래 버텨냈지만, 한순간에 고양이가 구멍으로 떨어질 때 느껴지는 허망함은 그 시절 잼민에게는 너무나도 가혹했다.
제목 그대로 여우가 책을 먹는 내용을 다룬 이 책은 당시 잼민이들의 필독서였다. 지금 생각해도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는 스토리 전개는 시대를 앞서간 듯 해보인다. 길이도 짧고 내용도 무지성했던 터라 막 읽기 좋았기 때문에 독후감에 자주 썼던 기억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