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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봄 Nov 26. 2020

13. 가을 아침 산책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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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에 사는 40대 남성 X입니다. 오늘은 아침 공기가 쌀쌀하더라고요. 코 끝에 냉기가 흘러 5시 반에 일어났어요. 앙상한 나뭇가지가 가을의 끝자락을 알리더군요. 평균 기온이 5도 미만으로 내려가면 겨울이라고 하던데, 마음은 벌써 겨울이네요.


이불속에서 게으름을 피우다 정신을 차리고 6시 반쯤 산책을 나갔어요. 집 앞 실개천에 다다르니 아직 어둑했는데요. 가로등이 산책로를 조용히 응시하는 것 같았어요. 길 위는 인적이 드물었는데, 조깅을 하거나 걷는 사람이 보였네요. 하늘은 군청색 장막을 드리운 것 같았어요. 조금 걷다 보니 저 멀리 산자락에 주황색 물결이 감돌더라고요. 머리 위 하늘은 제 색을 찾아가더라고요. 푸름보다 옅고 하양보다는 조금 진한 하늘색이 시야를 넓혔어요.




날이 밝자 수풀이 반짝였어요. 새벽에 내린 이슬은 잎과 줄기에 빛을 발하고 있더라고요. 응달에 있는 쓰러진 잡풀 위로는 싸리 눈 같은 살얼음이 덮여있었네요. 낮은 풀들은 추위로 초록옷 대신 누런 옷을 입어 더 움츠러들어 보였네요. 길을 따라 군데군데 있는 나무데크에는 얇게 언 얼음에 발자국이 인적을 말하고 있었죠. 발걸음을 옮기다 보니 바닥에 문구가 보이더라고요. '걸어라 그리고 행복 해져라 건강 해져라 - 찰스 디킨스', 아침에 산책한 보람을 느꼈네요.


적정인 풍경에서 움직임이 있어 다가갔어요. 6~7마리 정도로 되는 흰뺨검정오리가 물길을 거슬로 올라가더라구요. 이 오리는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오리라고 하네요. 큰 오리 한 마리와 작은 오리 여러 마리가 털을 고르더라고요. 이번 여름철에 어린 오리가 엄마를 졸졸 따라가는 모습이 떠올랐는데, 같은 오리인 것 같아 반가웠어요. 조금 더 걷자 밤새 길을 지키던 가로등은 잠에 빠졌네요. 새들은 그제야 일어나 한쪽 모퉁이에서 재잘거렸어요. 


도로에는 그렁거리는 통근버스, 끼익 소리를 내며 브레이크를 밟는 승용차로 분주하더군요. 회사로 보이는 건물들 위에선 하얀 수증기가 직장인들의 출근을 알리고 있었죠. 멍하니 걷다, 아차 출근 준비해야지 하며 30분 정도 산책을 하고 발길을 돌렸어요. 귓바퀴와 볼에 찬 기운이 전해졌어요. 가슴속으로 들어온 냉기가 계절의 향기를 전하는 것 같더라고요. 숨을 내뱉으니 하얗게 퍼져나간 입김은 바람에 사라지네요. 차가운 손을 달랠 겸 커피 한잔을 들고 집으로 돌아왔네요.


제가 신청하는 노래는 '가을 아침'입니다. 양희은, 아이유 둘 다 좋습니다. 가사 중에 '산책 갔다 돌아오는 아버지'가 마음에 들어서에요. 멀어져 가는 가을이 아쉬워서 일까요. 다가오는 겨울은 흰 눈으로 우릴 반겨주겠죠. 오늘은 아이 손을 잡고 등교시켜 줘야겠어요. 한적한 시골 구수한 밥 내음이 아쉽지만, 산책로에서 만난 자연은 계절의 변화를 일깨우는 것 같아요.  일교차가 심한 요즘 모두 건강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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