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l-aging
친정엄마는 올해로 77세.
그녀 나이 환갑 때부터 보청기를 맞추고 필요할 때마다 착용하고 계신다.
80대 중반의 남편과 단 둘이 있을 때는 아무것도 듣고 싶지 않은지 빼놓고 생활하고.
자식과 손주들이 오면 한 마디라도 놓치기 싫은지 꼭 착용하신다.
그러고 보니 그녀의 친정어머니, 나의 외할머니도 보청기 user 셨구나.
모계로 흐르는 약한 청력으로 엄마는 청력의 이른 노화를 이미 예측하고 각오하고 계셨다.
흥미로운 것은 엄마가 보청기를 대하는 태도이다.
서글프고 처량하고 부끄러운 마음이 아닌
"뭐~ 누구나 약한 부분은 있으니까. 안경 쓰는 거랑 비슷하지."라는 태도다.
기능의 상실, 젊음의 상실로 바라보기보다
그저 '현재 나의 상태', '있는 그대로의 나'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이는 갑작스러운 변화가 아니라 예상했던 변화이기도 하고
또한 그녀 특유의 긍정성도 한몫했을 것이다.
물론, 불편하고 힘든 부분이 왜 없을까.
자신에게 맞는 보청기를 찾아야 하며, 어느 정도 익숙해지기까지 시간도 걸린다.
내 귀로는 선택적으로 분별하여 신경 안 쓸 수 있는 소음도
보청기를 거치면 무시할 수 없는 input이 되어 잡음이 된다고 했다.
챙겨 다녀야 하는 번거로움은 물론이고.
여행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보청기 한 짝을 잃어버려 난감했던 일도 있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녀는 자신의 어려움과 취약함을 받아들이고 수용(acceptance)하는 편이었다.
에릭 에릭슨(Erik H. Erickson)의 심리사회적 발달단계 중 가장 마지막 단계 '노년기'의 한 중간에 서 있는 친정엄마의 실존적 태도를 바라보며
잘 늙어가는, well-aging에 대해 숙고하게 된다.
나 역시 나에게 올지 모르는, 모계로 흐르는 청력의 손실을
상실이 아닌 순리로 받아들여야지 마음먹게 된다.
청력 이외의 다른 변화들과 순리들도 말이다.